다양성과 건강한 영화 생태계 조성 위한 제도 필요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영화 ‘명량’ 흥행으로 충무공 이순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개봉 첫날 전국 68만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 영화 오프닝 기록을 세운 ‘명량’은 10일 만에 800만 명을 돌파했다. 100만 단위의 고지를 점령할 때마다 최단 기간 기록을 돌파했고, 평일과 주말엔 일일 최고 관객 동원의 기록도 세웠다.
이런 화려한 성적의 바탕에는 기록적인 스크린 장악도 한몫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온다. ‘명량’은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달 30일 전국 1,115 스크린에서 6,076회 동안 상영됐다. 흥행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 3일에는 전국 1,586개의 스크린에서 7,960회 상영됐다. 같은 날 박스오피스 2위부터 10위까지의 전체 상영 횟수의 합은 5,090회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기록된 전국 극장의 스크린 수가 2,500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이 넘는 스크린을 장악한 것이다. 교차 상영까지 포함해 스크린을 집계할 경우 3,300개까지 늘어난다는 것을 고려해도 40%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했다.
‘명량’은 지난 5일까지 1,5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유지하다가 흥행세가 한풀 꺾인 6일부터 1,200여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상영횟수는 6,700회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명량’은 이제 천만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분간 현재의 스크린 수를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명량’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투자 금액이 적은 다양성 영화들은 한숨 소리만 높아져만 간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피해자들’은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산망 기준 1506개 스크린을 보유한 ‘명량’과는 달리 스크린 4개를 배당받아 하루매출 8만9000원을 기록했다. 4일 64억9766만9100원의 매출을 올린 ‘명량’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유라성 주연의 19세관람불가 영화 ‘밀애’도 마찬가지다. ‘밀애’는 지난 1일부로 총 매출액 1천620만6000원을 기록하고 쓸쓸히 극장가를 떠났다.
거대영화들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지속되며 극장에 한 번 걸리지 못한 채 VOD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한국영화가 많아지고 있다. 다양성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평가받지도 못하고 불법 유통되거나 TV용 영화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른 스크린 독점 현상으로 인해 한국 영화계가 병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식으로 계속될 경우 영화계에 손을 내미는 개인 투자자들은 점차 사라지고, 거대 자본이 투자된 ‘흥행’ 위주의 영화들이 영화계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명량’의 경우 좌석점유율을 살펴보면 스크린 독점 잣대를 들이대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개봉 첫주 ‘명량’의 좌석점유율은 85%대를 유지했다. 2주차 월요일에도 70%를 넘기며 폭발적인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이는 대부분의 회차가 매진에 가까운 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매율도 부동의 1위다. 2주차 주말을 앞둔 지금 '명량'의 예매율은 68.3%로 2위 '해적:바다로 간 산적'(15.1%)과 비교불가한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스크린 점유율과 좌석 점유율은 비례하지 않는다. 한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높다 해도 관람에 대한 요구가 없다면 좌석 점유율이 동반되지 않는다. 실제로 개봉 2주차에 접어든 ‘명량’의 회차당 관객수 평균은 120명에 육박했다. 이는 개봉 3일 차인 ‘해적:바다로 간 산적’의 70명을 웃도는 놀라운 기록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작은 규모의 영화가 상영될 기회가 매우 적다는 점이다. 대작이 있건 없건 간에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영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일지라도 스크린 독점 비율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선이 없다.
영화의 다양성과 건강한 영화 생태계 조성은 우리나라에서 힘든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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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