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女 키·몸무게·가슴사이즈·마인드 안내 글 올려
“친구소개 거짓말… 알고 보니 신상 공개 당황스러워”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조건 만남’, 조건이 맞는 남녀가 만나서 성관계를 맺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은 (성관계)수위와 화대를 뜻한다. 대부분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돈을 받고 둘이서 정한 시간만큼 성관계를 맺는다. 이런 조건만남은 채팅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일부 남성들은 자신들이 만난 ‘조건女’를 분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에게 동의를 구하고 다른 남성들에게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런 언급 없이 여성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며 ‘분양한다’는 남성들도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제가 가끔 조건만남을 하는데 오늘 어떤 사람이 카톡 대화를 걸더니 저를 소개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대체 뭔 소리냐 했더니 제 이름, 제 번호, 심지어 제 사진까지 공유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인지 너무 놀라서… 당황스럽네요. 다들 조심하세요.”
A씨는 최근 낯선 남성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그 남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상대방은 A씨의 이름은 물론 전화번호, 신체 사이즈까지 알고 있었고 심지어 A씨의 사진도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 남성은 A씨에게 “님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남성들이 자주 접속하는 유흥 사이트에서 최근에 조건만남을 가진 남성이 A씨를 ‘분양’한 것이었다.
“수동적인 스타일 女 매너 좋은 분 우선시”
유흥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성인사이트에서 ‘조건 분양게시판’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건 만남이 쉽게 이뤄지는 만큼 그에 따른 ‘분양’ 또한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분양 방법은 연락처를 건네받고 분양자가 직접 연락을 취하는 방법과 정해진 시간과 장소로 나오는 방법이 있다.
지난 7일 접속한 M사이트 분양게시판에는 ‘8일 금요일 오후 1시, 21/155/45/a+ 동묘역’이라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분양하는 여성의 나이는 21세, 키는 155cm, 몸무게는 45kg, 가슴사이즈는 a+라는 뜻이다. 분양 받은 남성이 정해진 시간에 장소로 나오면 분양女를 만날 수 있다. 해당 여성의 화대는 1시간에 10만 원, 2시간에 15만 원이다. 글쓴이는 “나이에 맞게 몸매가 좋다. 수동적인 스타일의 여성이니 참고해서 신중히 신청해주길 바란다”라며 “시간 잘 지키고 매너 좋은 분을 먼저 선발한다”고 명시했다. 하루 전날에는 ‘대전 26/158/44/ 75B 슬림타투녀 분양합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26세, 키 158cm에 몸무게 44kg인 해당 여성은 1시간에 13만 원 화대를 받는다고 안내돼 있다. 글쓴이는 “목요일에 휴가를 간다고 한다. 저번 주에 분양하려 했다가 몸이 안 좋아서 쉬었고 오늘 저녁이나 내일 볼 사람으로 분양한다”며 “(이 여성은) 항상 웃는 얼굴로 매력이 넘치고 성관계를 즐긴다. 마인드 최상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글쓴이는 “촬영 절대 금지”라며 “애초에 (분양)안한다는 거 절대 안전하고 다 아는 사람이라 매너도 있고 촬영 절대 안 한다고 다짐하고 이끌어냈다.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 5일에는 ‘잠실/162/47/B/42세/슬림한 처자 분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취향에 맞는 분들만 손들어 달라”며 “사이트의 안전을 위해 이름을 발설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부담 적고 안전 경쟁률 높아
남성들이 웹사이트에 게재한 분양 글을 살펴보니 그들은 여성에게 동의를 구하고(동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여성과의 조건만남 후기를 첨부해 여성이 ‘상위 클래스’임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즐기려고 이뤄지는 조건만남이 이렇게 분양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M사이트를 자주 접속한다는 B씨는 “채팅에서 만날 때는 상대방의 얼굴과 몸매를 모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며 “그러나 분양을 이용하면 검증된 여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좋다”고 말했다. 자신은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 되지 않아 이용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눈팅’(게시글을 직접 쓰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함)을 한다는 B씨는 “빨리 계급이 올라가 분양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건만남을 해본 적이 있다는 B씨는 “실제로 만나기 전에 서로 사진교환을 하지만 실물과 사진은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어렵게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수 없어서 돈을 지불하고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게시판에 올라오는 분양 글에는 여성의 사진과 신체사이즈는 물론 취향, 가능한 체위까지 다양하게 명시돼있어 실망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회원 C씨는 “분양을 원하는 남성은 많고 여성은 적어서 매번 경쟁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양 게시물이 올라오면 댓글이 적게는 20개부터 많게는 50개까지 달린다. 그 중 절반의 사람들이 분양 신청을 한다고 친다면 경쟁률은 최소 10대 1이다. 또 분양 기준이 선착순이 아니기 때문에 신청한 사람들은 당첨을 원하며 애를 태운다.
“매너 좋은 사람 추천 우리도 1석2조”
그렇다면 조건만남을 하는 여성들이 자신들을 ‘분양’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우선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이 웹사이트를 통해 분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조건만남을 가진 남성이 “매너 좋은 내 친구를 소개시켜 줄게”라고 속이고 인터넷에 올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험을 해야 하는 조건女 입장에서는 위험 없고 매너 있는 남성을 소개시켜준다는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를 동의하는 순간 자신의 신상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게 된다.
낯선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A씨도 같은 경우다. 조건만남을 가진 남성은 무척 매너가 좋고 신사적이었다. 그 남성은 A씨에게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했고 A씨는 동의했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라는 남성을 만나 조건만남을 가졌다. A씨는 “친구라고 소개받았는데 서로 친해 보이지 않아서 이상했지만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다”며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던 것같다. 이름도 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너 좋은 친구를 소개시켜준다고 하면 여성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이런 식으로 악용하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조건만남을 하는 여성분들 모두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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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