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소재 찾기에 혈안 종편 채널 왜 이러나?
자극적인 소재 찾기에 혈안 종편 채널 왜 이러나?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8-11 10:41
  • 승인 2014.08.11 10:41
  • 호수 105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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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속옷’ 뉴스야? 홈쇼핑이야?

색다른 변화없이 뉴스·토론 프로그램으로 연명
경쟁은 심한데 컨텐츠는 부실...부작용 속출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과 장남 대균씨 자수 이후 세월호에 대한 관심과 언론보도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종편에서는 유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과 다양한 가십거리들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근거없는 가설들에 대한 토론이나 유씨가 평소 착용했던 브랜드들을 지나치게 과장해 소개하고 있어 ‘뉴스가 아니라 홈쇼핑’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종편 채널들은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JTBC는 드라마와 뉴스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나름대로 인기있는 드라마와 다양한 시각의 뉴스컨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는 아직도 색다른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개국 초부터 지금까지 비슷비슷한 뉴스 및 토론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특별한 컨텐츠를 만들기보다 특별한 사건에 대한 신변잡기 내지는 각종 루머에 대해 토론하는 식이다.

의류 브랜드 그렇게 중요한가

지난달 31일 TV조선은 뉴스1, 뉴스4, 뉴스7, 뉴스9 등을 통해 유병언의 내복, 속옷, 신발 브랜드 등을 보도했다.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옷이다.

뉴스1은 프로그램을 통해 “유씨가 입고 있던 회색 내복은 프랑스 브랜드 ‘던바도(Dunbaado)’, 팬티는 스위스 브랜드 ‘짐머리(Zimmerli)’, 신발은 독일의 장인 브랜드 ‘핀 컴포트’(Finn Comfort)”라고 전했다. 또 “던바도 내복은 신소재로 만들어 순면보다 수분 흡수와 방출 속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벌에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이고, 1871년 탄생한 짐머리는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는 명품으로 한 장에 10만원 정도다. 핀 컴포트는 정형외과 지식과 해부학을 바탕으로 발 변형 예방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진 프리미엄 브랜드”라며 유씨가 입고 있던 의류 브랜드를 자세히 소개했다.

방송 형태만 뉴스의 형식일 뿐이지 내용만 봐서는 일반 쇼핑채널과 다를 바 없을 정도다. 한 번도 아니고 하루 4번씩이나 유씨의 속옷이 명품이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 보도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나 유씨 사망사건에 있어서 속옷 브랜드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TV조선이 이러한 내용을 방송한 의도는 유씨가 사망 당시 걸친 것들이 고가의 해외 브랜드인 것을 보면 누군가 유씨를 살해하고 고의적으로 노숙자처럼 위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신빙성이 낮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송을 하루 4번씩 내보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직 종사자들도 이러한 TV조선의 방송태도에 대해 “민망할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종편 스스로 루머 양성소 자처

종편들의 시청률 경쟁이 과열되면서 공적방송이 오히려 각종 루머를 양성하고 있다고 지적 받고 있다.

직접취재보다는 토론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 방식이 문제다. 현장취재와 사실 확인보다는 떠도는 소문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루다 보니 토론자들의 개인생각에 의존해 각종 사안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추측과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종편들이 시청률을 의식해 자극적인 주제를 토론장에 끌어들이는 것도 문제다. 결국 종편 스스로 루머의 근원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채널A는 지난달 31일 ‘과대포장 ‘유병언 왕국’, 음모론만 낳았다?’에서 검찰이 유병언 일가를 ‘과대포장’하고, 구원파의 진술 하나하나가 그대로 보도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하지만 유병언 일가를 ‘과대포장’하고, 구원파의 진술 하나하나를 그대로 전한 장본인 중에는 채널A도 속한다.

지난 1일 채널A는 “유병언 10년 전부터 전쟁 대비… ‘순천’은 계획된 피난처?”라는 방송에서 유씨가 10년 전부터 ‘전쟁계획’을 세웠고, 구원파가 위기에 몰릴 경우를 대비해 작전 계획을 세워뒀다고 전했다. 몇몇 구원파 관계자들과 검찰의 말을 빌린 보도였다.

채널A의 이런 보도는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달 31일에는 ‘유병언 하루 280보만 걸어…탈진했을 것’이라는 제목의 방송도 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유 씨는 하루 280 걸음 이상은 절대 걷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유씨 최측근의 경찰조사 진술을 빌려 “평소 걷는 걸 힘들어했기 때문에 혼자 도주하다 지쳐서 숨졌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쯤되면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웃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가 없다.

인터뷰 대가로 돈 지불하기도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취재원 또는 방송출연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채동욱(55) 전 검찰총장과 그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55·여)씨와의 관계를 폭로한 가사도우미 이모(62·여)씨가 TV조선과의 인터뷰 대가로 400여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임씨 등에 대한 2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TV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400여만 원을 받았다. 또 기자가 앞으로 이것으로 연락하자며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해 줘 그것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TV조선은 “이씨에게 인터뷰 대가로 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내부 규정에 따라 이씨에게 소정의 출연료와 제보 사례비 등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TV조선 출연과 인터뷰 및 채동욱 혼외자 보도가 끝난 후 영수증을 받고 정상 절차에 따라 지급했다”며 “보도 이전에 어떠한 형태의 금전을 제공하거나 금전 제공을 약속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TV조선 측의 말을 정리하자면 ‘인터뷰 대가’라는 말이 ‘출연료와 제보 사례비’로 바뀌었을 뿐 결국 돈을 준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실상TV조선 측이 이슈의 핵심에 있는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돈을 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탈북 여간첩’ 원정화씨를 인터뷰했을 때도 인터뷰 대가로 돈을 지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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