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인제 폐지 꼼수…조삼모사식 인상 들통
최연혜 사장 취임 10달, 논란제조기 ‘오명’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소비자 중심 경영을 하겠다던 코레일(사장 최연혜)이 또 기습 요금인상을 추진하다 원성을 샀다. 현재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유보 조치로 제지된 상태지만, 그렇다고 코레일이 뜻을 굽힐 것 같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추석 예매 일정을 앞두고 대목을 노린 인상이었다는 지적도 많다. 더욱이 열차 충돌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최 사장의 방만경영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코레일의 요금 인상과 방만경영의 모습을 진단해봤다.
요금인상을 놓고 코레일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갑작스러운 KTX 할인제도 폐지를 통한 요금인상을 추진한 여파다.
코레일은 지난달 31일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현재 이용 중인 할인제도를 폐지·축소하는 방향으로 요금할인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이 논란이 된 이유는 할인제도 폐지는 사실상 요금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은 국토부의 제지로 일단락됐지만 코레일은 할인제도폐지를 여전히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 기본요금 인상 여부도 논의중이라고 전해진다.
만약 코레일의 계획대로 할인제도가 폐지되면 일반 승객이 서울~부산행 KTX를 탈 때 편도 7.5% 요금이 오른다. 일반실 기준 5만3300원에서 5만7300원으로 4000원 인상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월〜목요일에 KTX는 7%, 새마을·무궁화호 열차는 4.5%의 요금을 각각 할인해왔다. KTX 역방향과 출입구석은 5%, 철도이용계약수송은 10%를 할인했다.
코레일의 이 같은 발표는 추석 KTX 예매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져 더욱 논란이 됐다. 그야말로 ‘대란’을 일으키는 추석 특수를 노리고 요금 인상을 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재의 할인제도를 폐지·축소하는 대신 정기승차권(KTX·새마을호) 최대 7% 추가 할인, 비수기 KTX 파격가 할인제도 할인 좌석 규모 10% 증가, 역귀성 열차는 최대 70%까지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꼼수’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정기승차권 이용객은 하루 평균 5만500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15.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KTX의 경우 7.6%, 일반열차는 21.3%만 정기승차권을 이용하고 있다.
더욱이 코레일이 그동안 비슷한 방법의 꼼수를 되풀이해왔다는 점도 지적됐다. 코레일은 2004년 이후 10년 동안 5차례에 걸쳐 주말 기준요금을 인상한 뒤 주중요금 할인제를 도입하고 폐지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코레일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용 승객이 많은 주말 요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중 요금이 인상되는 이번 할인폐지 계획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그동안의 주장마저도 믿지 못하게 됐다. 조삼모사식 편법 요금 인상이었음을 코레일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부채 늘었는데 급여는 증가
코레일은 요금 할인제도 폐지 시도로 방만경영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려 한다는 지탄까지 받고 있다. 그동안 코레일은 최연혜 사장 취임 후 철도노조원 해고, 빈번한 열차사고로 입방아에 올랐다. 특히 열차사고로 인한 안전문제는 여전히 이용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최 사장은 취임사에서 “열차 사고는 인재다”며 “통합형 안전관리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최 사장 취임 후 10개월 동안 140여 건의 철도사고로 23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최 사장 취임 전 보다 25%나 급증한 수치다. 20년 이상된 노후차량이 15%를 넘어섰음에도 기관사를 줄이는 등 안전관리가 허술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뿐만 아니라 최 사장은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이후 149명을 해임하고, 450여명을 중징계 처분했다. 이어 파업에 참여했던 일반 노조원 8000여 명에 대해서도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부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2조6236억 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17조5834억 원으로 3년 만에 39.3% 이상 증가했다. 매일 내는 이자만 12억 원에 육박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레일은 기재부의 경영평가에서도 최하위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요금인상안을 추진하자 코레일을 향한 국민들의 방만경영 비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사고를 예방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보다 이용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방만경영의 비판에서 탈피하려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채가 늘어난 기간 동안 직원 1인당 연간 급여는 5841만 원에서 6341만 원으로 8.6% 오르고, 1인당 복리후생비도 129만7000원에서 158만2000원으로 22.0% 증가해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한 소비자는 “이러다 비행기보다 기차가 더 비싸지겠다”며 “방만경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말고 코레일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금을 삭감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번 결정에 주무부처인 국토부와도 사전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진행돼 논란이 됐다. 앞서 국토부 측은 코레일의 이번 요금인상 진행을 두고 “코레일이 갑작스럽게 요금할인 폐지를 담은 보도자료 계획을 알려왔다”며 “소비자 반응을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적인 요금인상은 불가하다”고 제지한 바 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할인을 없애는 것이어서 국토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레일과 국토부의 대립양상도 곤두서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KTX 요금할인이나 폐지는 코레일이 결정할 일이라고 하지만 구조조정이나 경영개선 등을 하고나서 그 다음에 생각해볼 일이다”고 말했다. 우회적 요금인상을 계속 시도하려는 코레일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일요서울]은 코레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후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에게 “요금인상 관련 질문을 하면 된다”고 했지만 “담당자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