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베가야 미안해"…회생이냐 청산이냐
팬택 "베가야 미안해"…회생이냐 청산이냐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8-11 10:15
  • 승인 2014.08.11 10:15
  • 호수 1058
  • 3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정관리 그 이후는

두 번의 워크아웃 뒤로 하고 법정행…채무 감면될 것
답답한 채권단·이통사…협력사 550곳 줄도산 위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팬택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재개 일주일 만에 다시금 법정관리(기업회생작업) 기로에 섰다. 예상과 달리 이동통신사들이 팬택 단말기 추가구매 요청을 거부하면서 방향이 급변한 탓이다. 이로써 팬택은 두 번의 워크아웃과 한 번의 법정관리라는 아슬아슬한 길을 걸을 전망이다.

당장 필요한 현금이 바짝 마른 팬택은 이통사들만 바라보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법정관리로 치닫고 있다. 채권단 역시 추가자금을 투자해 무리하게 워크아웃을 이어가기보다는 법정관리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로써 팬택의 법정관리가 사실상 코앞에 다가오면서 회생 혹은 청산 중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또한 팬택 협력사 550여 곳도 팬택의 법정관리와 함께 연쇄도산할 위기에 처하면서 저마다 향방을 가늠하는 눈치다.

독자생존 희박…채권회수율 관건

첫 번째 워크아웃 때만 해도 팬택은 국내 기업 워크아웃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다. 특히 법률에 의해서가 아닌 자율적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이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2006년 경쟁사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 열풍에 꺾인 팬택은 판매량 감소로 매출이 급격히 저하됐다. 당시 국내외 금융환경이 조금씩 악화되던 상황에서 닥쳐온 유동성 부족은 팬택을 사적 워크아웃이라는 포지션으로 인도했다.

그럼에도 첫 워크아웃 졸업은 팬택에게 역경을 이겨낸 플러스 이미지가 됐다. 2007년 4월 워크아웃 개시 이후 4년 8개월 만인 2011년 12월의 일이다. 워크아웃 중 팬택은 18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하는 저력을 내보였다. 박병엽 당시 팬택 부회장의 결단이 팬택의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워크아웃 도중 스마트폰으로 변화한 업계 패러다임에도 팬택은 나름 잘 적응했다. 2010년부터 출시한 스마트폰 ‘베가’ 시리즈는 팬택의 부활을 견인했다. 이후 팬택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불과 1년 새 7배나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택은 지난 2월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첫 번째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 2개월 만의 워크아웃 조짐이었다. 2012년부터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또다시 판매량이 떨어지고 매출도 꺾인 탓이다. 기존의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LG전자마저 팬택을 제쳤다. 워크아웃 종료와 함께 돌아온 차입금 상환 일정도 금융비용 부담을 더해갔다.

그 와중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곳간에는 팬택 단말기 재고가 쌓여 갔다. 배수의 진을 친 팬택은 지난달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통사들이 가진 매출채권의 출자전환을 호소했지만 이통사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막판에는 출자전환이 아닌 채권상환 유예로 가닥이 잡히면서 워크아웃이 재개됐지만 단말기 추가구매라는 벽에 부딪혀 무산 위기에 처했다.

그간 팬택은 독자생존에 대한 다짐을 줄곧 내비쳤다. 하지만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팬택의 독자생존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해진다. 다만 채무가 감면되는 폭에 있어서는 워크아웃보다 훨씬 넓은 편이다. 법정관리 이후에는 기업주에 대한 민사상 처벌이 면제되고 기업 간 상거래 채권도 감면된다.

법원은 신청 후 1개월 이내 법정관리 개시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그동안 팬택의 모든 채무는 일시 동결된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팬택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가 계산되며 4개월 내에 회생 또는 청산 여부가 갈린다.
여기에서 회생으로 방향이 잡히면 변제계획이 담긴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권회수율이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채권원금 회수율은 평균 2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금융권 차입금이 상거래채권에 우선하므로 이통사들은 채권회수에 대한 희망이 한 뼘 더 줄어든다.

반면 청산으로 기울어진다면 팬택의 보유자산을 모두 팔아 현금을 마련하게 된다. 채권단인 은행을 비롯해 이통사 및 협력사가 채권액 비율에 따라 금액을 나누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은행은 선순위를 점하고 있어 이통사나 협력사에 돌아가는 몫이 적어진다.

특히 규모가 작은 협력사들은 팬택의 법정관리가 이뤄지면 줄도산할 위험을 안게 되는 셈이다. 팬택 협력사들은 물량 공급 4개월 후 대금 결제를 받았기 때문에 연체된 지난달을 포함하면 타격이 매우 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과 이통사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면서 “협력사들의 위기까지 고려할 때 팬택의 이 같은 상황은 한동안 업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