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은 제헌국회 창립 이듬해인 1949년 보궐선거(경북 안동을)에서 당선된 임영신 전 의원(작고)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가, 교육운동가였던 임영신은 1948년 8·15 정부수립 당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상공부 장관으로 개국내각에 포함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첫 여성 장관과 첫 국회의원 기록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임영신이 장관으로 부임하자 남성 부하직원들이 “서서 오줌 누는 사람이 어찌 앉아서 오줌 누는 사람에게 결재서류를 들고 가 고개를 숙이겠느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자 임영신은 “내 비록 앉아서 오줌을 누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오랫동안 왜놈과 맞서 싸웠고 또 나라를 세우기 위해 서서 오줌 누는 사람 못지않게 뛰어다녔다. 그런 나에게 결재 받으러 오기 싫은 사람은 지금 당장 보따리를 싸라”고 호통을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당의 첫 여성 당수는 박순천 전 민주당 총재(작고)였다. 임영신에 이어 2호 여성 국회의원이었던 박순천도 독립운동가 출신이다. 그는 1950년 서울 종로갑구에서 민의원에 당선된 이후 2, 4, 5, 6, 7대 국회에 연속 등원했다. 1965년에는 민주당을 이끌었다. 특히 생리휴가제, 산전·산후 휴무제, 간통쌍벌죄 등 여성인권 향상 입법을 주도했다.
임영신·박순천을 ‘여성정치인 1세대’로 친다면 박현숙(4, 6대), 김옥선(7, 9대), 김윤덕(8, 9, 10대), 김정례(11, 12대)는 ‘여성정치인 2세대’로 꼽을 수 있다.
‘여성 정치인 3세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계에 뛰어들어 14~16대 국회에서 활약한 맹렬여성들이다. 14대의 이우정 의원(여성단체협의회 회장), 15대의 신낙균 의원(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과 이미경 의원(한국여성민우회 부회장), 16대의 한명숙 의원(한국여성민우회 회장) 등 여성운동가들이 활약했다.
1990년대 후반에 형성된 ‘4세대 여성 정치인’들은 위상이 달랐다. 이 때 박근혜, 추미애 등 걸출한 스타급 여성 정치인들이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는 각각 한나라당(박근혜)과 민주당(추미애) 대표로서 원내 1, 2위 정당을 나란히 이끌기도 했다. 2012년에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정국을 주도했다. 조배숙·전여옥·이혜훈·이미경 등도 4세대 여성 정치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지금은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조윤선·심상정·김현미·김희정·서영교 등이 ‘5세대 여성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2002년 7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 서리에 임명돼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를 뻔했지만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되면서 무산됐다. 이후 그는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서리’ 꼬리표가 붙지 않은 첫 여성 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내각을 이끌었던 한명숙 현 국회의원이다. 그는 초대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도 지냈다.
한명숙을 총리 자리에 앉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성 정치인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인물로 꼽힌다. 무명의 ‘강금실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도 이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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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