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공천, 친노·486-김근태계-DJ계 ‘자기사람 심기’
당 재건 나섰지만 곳곳에서 ‘정파’간 이해관계 대충돌
“모든 정파 기득권 내려놓아야 산다” 이구동성이지만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 선거 패배 후 박영선 비대위 체제를 통해 당 재건에 나섰다. 그러나 비대위원 임명도 되기 전에 당내 잡음이 계속돼 혁신 프로그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명 변경 등에 대한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당 재건을 할 수 있을까’에 의구심을 던지는 당내 인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당내 인사들도 새정치연합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바로 계파갈등이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의 지역주의 타파 등 노무현 희생정신을 등에 업은 친노, 486세력은 당권을 다시 장악하려고 하고, DJ 정신을 등에 업은 구민주계나 김근태 정신을 이어받자는 민평련 진영 역시 마찬가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비주류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빠진 자리에 옛‘정파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당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사분오열'직전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등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패배했던 원인은 계파갈등이라고 말하는 당내 인사들이 대다수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은 정파의 덫에 걸렸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기사람 심기 등 악순환을 되풀이하면서 새정치연합이 망하는 길로 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과 이익만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혁신위원장은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 “그 부분을 초월하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없다”며 “계파도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계파가 없을 수 없겠지만 힘이 있는 곳으로 쏠리는 현상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꼼수가 부른 패배 계파갈등이 원인
또한 새정치연합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내부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소위 계파구조다. 이른바 계파중심정치가 지속되는 한 당의 혁신이 불가능하고 계파싸움만 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줄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당이 계파구조를 극복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 무승부, 재보궐 선거 패배로 이어졌던 상황에 대해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민심이 돌아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계파갈등으로 인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내 인사들도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 논란의 본질은 의원들 간에 신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의원들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다보니 서로가 ‘꼼수'를 부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꼼수로 인한 결과물이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신뢰를 못하니 서로를 견제하고 갈등을 빚어왔다는 얘기다.
캠프구성 과정에서 배척 "우리 사람 아니잖아~"
실제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은 큰 선거 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보수언론에서도 새정치연합을 공격할 때마다 계파갈등을 건드릴 만큼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그만큼 각 정파별로 자기 사람 챙기는 게 하나의 관습이 됐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계파갈등이 시작된 시점은 언제일까.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한 열린우리당 창당을 시점으로 친노계와 민주계 간의 갈등이 시초가 됐다. 노무현 정부 말기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탈당이 잇따르면서 당이 쪼개졌다. 이때 탈당파 핵심 인물이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다. 당에 남았던 잔류 인사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이다.
이후에도 이들 간의 충돌은 계속됐다. 손학규 상임고문, 정세균 상임고문 등도 자기 세력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19대 총선에서 친노계 인사들이 공천을 받았고,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일면서 공천으로 인한 당내 계파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2012년 6월 치러졌다. 이해찬 전 총리와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맞붙었지만 아슬아슬한 표차로 이 전 총리가 이겼다. 김 전 대표는 친노계의 전횡을 강하게 비판하며 승부를 걸었지만 무릎을 꿇었다. 이후 대선 후보로 문재인 상임고문을 낸 친노계는 경선 과정에서 다른 계파의 거센 반발을 감내해야 했다.
또 대선과정에서 ‘문재인-이해찬 담합’ 논란이 일면서 손학규 후보 등이 반발해 경선을 보이콧하는 등 당내 갈등이 일었다. 2013년 4월 대선평가위원회가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당 분열이 계속되고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민 신뢰가 현저히 하락했다”고 진단할 정도였다.
1년여 년이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대선 패배 후 계파청산 얘기가 나왔지만 고질병을 고치지는 못했다. 오히려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 인사들과 통합 이후 갈등은 더더욱 불거졌다.
안철수 전 대표는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를 챙기려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기대했던 새정치가 아닌 기성정치에 편승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구나 안철수-김한길 등이 자기세력 구축, 세력 간의 견제 등으로 호남에서조차 민심을 잃게 됐다. 이 기회를 노리고 친노계에서는 문재인 조기등판론이 불거졌다. 이 역시 친노계 인사들이 20대 총선 공천권을 획득하겠다며 차기 전당대회에 관심이 쏠려 있다.
특히 서울 동작을 선거에서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과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간의 공천 과정에서도 계파갈등이 벌어졌다. 기 전 부시장와 가까운 고(故) 김근태계의 ‘민평련’ 계열과, 허 전 위원장과 가까운 ‘정세균계’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더 나아가 전략공천된 기 전 부시장이 캠프를 차렸으나 이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새정치연합 한 인사는 기동민 캠프에서 활동하려 했으나 “우리와 같은 정파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배척당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패한 서갑원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당내에서는 ‘친노 배려 차원에서 공천을 줬다’는 말이 나왔으나 지역 여론은 친노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DJ적자가 받았으면 승리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는 DJ 서거 이후 무주공산이 된 호남에서 내심 맹주자리를 노리던 천정배 전 장관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당내 계파갈등으로 인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다. 각 정파간의 사리사욕을 챙기려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들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만 당을 개혁하고 재건할 뿐 아니라 국민들도 당에 기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배가 파도에 부딪혀 좌초할 위기에 내몰렸을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바다에 빠지지만 새정치연합은 바다에 빠지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살려고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안 전 대표가 새정치를 들고 왔지만 이제는 새정치는 끝이 났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식었고, 안 전 대표의 새정치도 이제는 끝났다. 이 역시 과감히 버릴 필요가 있다”며 “친노 역시 과거에 반복되어 왔던 계파 정치, 이른바 ‘배신의 정치’도 그만해야 될 때”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정파의 덫’을 벗어나야만 당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영선 체제 '비관' 또다시 계파안배 고질병
그러나 이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선거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박 원내대표가 ‘비상체제’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당내 계파들의 관심이 이미 차기 전당대회 이후로 가 있어, 혁신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계파안배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 인선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일임됐고 외부 인사를 비대위에 다수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인선 과정에서는 ‘계파 배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이 자기정치를 한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잖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박 위원장이 대권을 노리기 위해 친노와 비노의 눈치를 보며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얘기가 나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그만큼 계파간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당명 변경에 있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지역에서도 모두 ‘민주당’이라 부른다”며 “기초선거 무공천 등을 폐기한 만큼 새정치연합의 당명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안철수를 팽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색깔논쟁 역시 파란색 대신 노란색이나 녹색을 되살리자는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조그마한 사안까지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상 ‘새정치연합은 정파의 덫에 걸렸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새정치연합이 계파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아무것도 버리지 못할 경우 영원히 그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논란이 되고 있는 당명 색깔 변경, 당명 변경 등도 각 계파의 이해관계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역시 계파관계의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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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