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을 모방하라”
“아태재단을 모방하라”
  • 김현 
  • 입력 2007-05-30 10:40
  • 승인 2007.05.30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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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평가포럼’ 르포

참여정부의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공기업 임원 등으로 구성된 참여정부평가포럼(약칭 참평포럼)의 활동이 끊임없이 언론의 시선을 받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참평포럼은 어찌 보면 시험대에 또다시 오른 경우나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참평포럼은 말 그대로 정치세력화 군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 포럼해체를 요구하는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참평포럼측은 “정치세력화는 아니다. 정책위주로 세력을 키워 대중에게 홍보할 것이다”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참평포럼은 향후 대선은 물론 18대 총선을 겨냥한 정치행보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여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참평포럼이 아태재단을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아태재단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야인시절 만든 정치교육기관이었다. 이곳 출신들 중 일부는 훗날 김 전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막후 후원자가 되기도 했다.


참평포럼이 위치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 J빌딩 15층. 지난 5월 22일 오전 10시 20분경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운이 좋은 날이기도 했다.

안희정씨를 비롯한 상임집행위원장들이 이날 사무실에 모여 한창 회의를 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회의는 약 2시간여 정도. 다음 강연회와 특강 준비를 위한 사전회의였다.

집행위원장 회의는 매주 화요일. 회의시간을 정확히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회의일정을 잡아놓고 있다고 한다.

이날 참평포럼을 찾은 기자는 사무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잠시 방문해 집행위원장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자 참평포럼 관계자는 “사무실 안에 있을 수는 없고, 잠시 후 회의가 끝날 터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한 20여분 남짓 기다린 끝에 안희정씨가 모습을 보였다. 안씨는 “기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회의 도중에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뭔가 특별한 질문을 할 것을 미리 알아챈 듯 “오늘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오후 일정 스케줄도 잡혀 있다”고도 했다.


20평 남짓 사무실에 실무진 9~10명

이튿날인 5월 23일 오전 10시경. 기자는 서둘러 또다시 참평포럼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날은 그 전날과는 달리 사무실 출입을 허용했다. 사무실 평수는 20여평 남짓. 생각보단 그리 넓지 않은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입구 오른편엔 회의실이 갖춰져 있었고, 사무실 입구 정면 벽면엔 노무현 대통령 부부의 액자사진이 걸려있었다.

참평포럼의 실무진은 9~10명 정도. 이 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완 전청와대 비서실장은 매주 출근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전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지방스케줄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집행위원장인 김만수 전청와대 대변인과 영화배우 명계남씨는 상주하지 않는다. 회의가 있을 때만 사무실에 잠시 모습을 보이고 주로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회의 땐 특별히 의견충돌 없어

포럼 사무실 관계자들은 매일 9시까지 출근해서 회의를 한다. 한 관계자는 “오로지 한마음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의를 하면서도 의견충돌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기자는 이날 회의실 겸 안희정씨 책상이 놓여있는 좁은 사무실 공간에서 포럼사무실 한 관계자와 3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관계자는 이날 안씨와 관련한 일화를 잠시 들러줬다. 안씨는 ‘우희정(노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불릴 만큼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을 전후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돼, 옥고를 치렀던 경험이 있다. 몇 년간의 감옥생활을 마친 안씨를 노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렀다는 것이다.

포럼 관계자는 “그 때 안씨는 ‘노 대통령이 고생했다’라는 말이라도 해 줄 것으로 알았는데 전혀 그런 말조차 없었다며 섭섭해 하더라는 말을 했다”고 들려줬다.


안희정 총선 출마할 듯

이날 ‘안씨가 다음 18대 총선에 나올 계획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포럼 관계자는 “18대 총선에 나올 것이다. 앞으로 정치인 안희정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며 “확고한 행보를 보일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참평포럼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발족된 세력군단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의 사람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참평포럼측은 이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치권이나 비노 그룹에선 이 포럼이 대선구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지역 시민교실정책 펼쳐

참평포럼은 6월초부터 본격적인 ‘시민교실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별 강좌는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부산, 대구, 청주, 전주, 원주, 제주 등 각 지방을 돌며 8월초까지 이어진다.

‘시민교실 정책’은 1주일에 1회 5주 강연을 한다. 최종 강연을 마치고 나면 수료증을 교부한다. 시민교실 정책은 국정철학은 물론 국가전략을 근간으로 하되 민생 복지 정책추진에 관한 구체적인 브리핑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포럼은 이제 정치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워밍업 단계에 접어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대선정국을 좌지우지할 막강한 세력을 구축해나갈 것인지는 차후에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참평포럼은 노 정권의 지지를 호소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세 확장에 전력투구할 것이란 얘기다. 더구나 정치권에선 향후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위한 발판마련을 구축하는 전진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포럼의 향방이 주목된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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