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손학규 정계은퇴 선언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 손학규 정계은퇴 선언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8-05 10:52
  • 승인 2014.08.05 10:52
  • 호수 1057
  • 6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년 정치인생 접고 평범한 시민으로…
▲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7월마지막날 21년간의 정치인생의 종지부를 찍었다.

손 고문은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나의 꿈을 이제 접는다. 능력도 안 되면서 짊어지고 가려했던 짐들을 이제 내려 놓는다”라고 담담히 밝혔다. 하루 전 치러진 수원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패배한 손 상임고문은 “지금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20여 년 간 정치인으로 살아온 손 상임고문은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라고 말하며 정치인으로서 마침표를 찍었다.

손 고문은 경기 수원병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재·보선의 남자’라던 손 후보도 “50년 동안 한번도 야당을 뽑은 적이 없는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오는 건 역부족이었다. 수원병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리 5선을 했고, 그 이전에는 남 지사 아버지인 고 남평우 의원이 재선을 한 지역으로 여당세가 견고한 곳이다.

‘선당후사’를 직접 몸으로 보여준 손 고문이 ‘정계은퇴’까지 선언한 것에 대해 야권은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바고 있다. 뒤늦게 ‘야권에 훌륭한 인재를 잃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손 고문은 꾸준하게 야권의 ‘잠룡’으로 이름을 올려왔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서는 ‘수도권에서 손학규만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이자 고비마다 더 큰 위기를 돌파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당 신화’ 재연을 꿈꿨던 7·30 재보선에서 검사 출신의 40대 정치신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게 무릎을 꿇자 정계은퇴 선언을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손 고문은 1947년 경기도 시흥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손학규 민주통합당 전 대표는 여·야를 두루 거치며 보수와 진보, 좌와 우를 넘나드는 정치 스펙트럼을 지닌 인물이다.1973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인 박형규 목사와의 인연으로 빈민선교에 뛰어든 그는 이후 한국기독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을 거치며 인권 운동에 나섰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 1988년부터는 인하대학교와 서강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93년 경기도 광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민주자유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돼 경계에 입문한 뒤 거침 없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민자당과 그 후신인 신한국당의 대변인을 역임하며 15대 총선에서도 당선된 그는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2000년 3선에 성공한 후 2002년에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 활동영역을 국회에서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로 옮겼다. 4년간 무난하게 경기도지사 직을 수행하면서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부상하던 그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07년.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함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조짐을 보이던 그는 돌연 탈당을 선언하고,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한다. 국회의원 3선과 경기도지사 선거까지 연달아 성공, 승승장구함으로써 대권까지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던 손 전 대표였기에 탈당에 이은 야당으로의 이적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많은 야권 인사들이 그의 입당을 환영했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늘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자연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입당 이듬해인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직을 거머쥐었으며 2010년에는 두 번째 당 대표로 선출돼 ‘역시 손학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정체성 논란도 많이 잦아들었다. 2011년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4선 의원 반열에 오른 후 그해 연말에는 ‘혁신과 통합’ 등 시민사회와 야권세력을 아우르는 민주통합당을 창당시키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