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여자골프 기로에 서다
위기의 한국여자골프 기로에 서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8-05 09:25
  • 승인 2014.08.05 09:25
  • 호수 1057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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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항전 3위…2016 리우올림픽 빨간불
▲ <뉴시스>

LPGA 투어 단 1승에 멈춰서…우승 가뭄 목말라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여자골프가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8개 대회에서 단 1승에 멈춰 서 있다. 지난 시즌 이맘때 6승을 쓸어 담은 박인비에 힘입어 8승을 했지만 올해는 우승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또 최근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서날 크라운에서 8개 참가국 중 3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앞날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지난달 28일 한국은 미국 메릴랜드주 오윙스 밀스의 케이브스 밸리 골프장(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 결승전 싱글 매치플레이 4경기에서 2승 2패로 승점 4점을 보태는 데 그쳐 최종 합계 10점으로 3위에 그쳤다. 이로서 한국은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최종라운드에서 한국은 박인비가 캐럴라인 헤드월(스웨덴)을 4홀 차로 제압했고 유소연이 요코미네 사쿠라(일본)에게 극적인 1홀 차 승리를 거두며 2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인경이 폰아농 펫람(태국)에게 1홀 차로 졌고 최나연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게 12홀 만에 8홀차의 대패를 당했다. 

경기 후 유소연은 “개인전보다 더 큰 압박감으로 플레이를 했다”며 “특히 결승행이 걸린 플레이오프에서는 메이저대회 때 경험한 것보다 압박감이 컸다”고 말했다.

매력 없는 美 투어 선수 이탈 가속화

박인비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글로벌 투어로 확장되고 상금 규모도 커지다보니 굳이 미국까지 오지 않는 선수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LPGA 투어가 최고이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도전해볼 만한 건 확실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진은 지난 2월부터 예견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우선 LPGA 투어 11승을 거둔 에이스 신지애가 미국 무대를 포기하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신지애는 1m52cn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투어를 종횡무진하며 승리를 일궈냈다. 그러나 부상과 비거리 열세 등에 부딪히면서 LPGA 투어에 대한 열정이 식었고 급기야 지난 1월 말 LPGA 투어 사무국에 회원 자격을 반납하면서 미국 생활을 마무리 했다.

그의 결정은 혼자만의 문제라기 보다 LPGA 투어 전반에 걸쳐 감지되는 변화의 조짐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 여자 골퍼들은 박세리 이후 미국 무대 진출 러시를 이룰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LPGA 투어의 인기가 시들해 지면서 LPGA 투어 수가 급감했고 상금액도 줄면서 LPGA 투어의 희소성이 퇴색하고 있다.

이에 2000년대 중·후반 50명 안팎이었던 LPGA 투어의 한국 여자 선수들은 올해 30명 안팎으로 줄었다. 특히 2011년 US여자 오픈에서 우승해 미국 투어 카드를 따낸 유소연처럼 초청선수로 출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어 자격증을 주는 시험인 퀄리파잉(Q) 스쿨을 자청하는 선수는 거의 없어졌다. 지난해 이에 응시한 선수로는 이미림이 유일했다.

맥 빠진 LPGA 현역선수 새 동기 절실

이렇다 보니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점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LPGA 투어 26승을 거둔 박세리는 딱 하나 남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지만 우승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그간 맹활약한 ‘세리 키즈’의 활약도 조용하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던 박인비는 올해 1승에 머물러 있다. 2012년 US여자오픈까지 우승한 최나연은 지난해부터 조용하고 박희영은 손목 부상으로 부진하다. 그나마 유소연과 최운정이 제 몫을 하고 있지만 우승이 없어 2% 부족한 상태다.

반면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이 부진한 틈을 타 미국 여자 선수들은 반등하며 강세를 나타내 축제 분위기다. 특히 연습량에서도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간 한국 여자 선수들은 연습장에서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세계 최강 자리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연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15년 투어의 주변인으로 밀려났던 미국 선수들은 오히려 훈련량을 늘리고 있어 상황이 뒤바뀌었다.

이에 대해 한국 선수들은 지나친 훈련은 롱런에 좋지 않고 효율적인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동기 부여를 찾지 못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최강 위상 흔들…변화를 모색할 시점

이 같은 미국 무대에서의 부진은 자연히 한국 여자 골프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한국낭자들은 인터내셔날 크라운에서 세계 최강의 위상을 입증하지 못해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의 메달 사냥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다만 인터내셔날 크라운과 올림픽의 경기 방식은 큰 차이가 있어 속단하긴 이르다. 올림픽에서는 72홀 스트로크 플레이의 개인전만 치러져 나흘 동안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선수에게 메달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한국 여자 골프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전략과 정신력, 선수들 개개인의 새로운 동기부여를 통한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더욱이 박인비 등의 현역 선수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럴 때 세계 최강의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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