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의 멀티플레이어 확보…우완 선발 모자라 논란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종목별 선수들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을 병역특례의 기회로 여기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류중일 삼성감독이 이끌고 있는 야구대표팀의 경우 배려 끝판왕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병역특례 논란에 휩싸인 스포츠계의 명암을 들여다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지난달 28일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국가대표 야구팀의 최종 엔트리 24명을 확정·발표했다. 이중 병역 미필 선수는 동의대 홍성무를 포함한 13명으로 SK를 제외한 모든 구단에서 1명 이상씩 발탁했다.
투수에는 차우찬·안지만·임창용(이상 삼성), 유원상·봉중근(LG), 김광현(SK), 한현희(넥센), 이재학(NC), 양현종(KIA), 이태양(한화), 홍성무(동의대) 등 11명이 선발됐다. 포수에는 강민호(롯데), 이재원(SK) 등 2명이, 내야수는 박병호·강정호·김민성(이상 넥센), 오재원(두산), 황재균(롯데), 김상수(삼성) 등 5명, 외야수에는 김현수·민병헌(두산), 나성범(NC), 손아섭(롯데), 나지완(KIA)등 5명이 최종 선발됐다.
문제는 이들의 선발 기준이 국제대회 경험이나 올 시즌 성적보다 군 면제 혜택을 먼저 고려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기술위원회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고 류 감독도 “아시안 게임 우승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그 이면에는 이들이 우승한다는 전제 아래 면제 혜택을 노리는 선수들의 욕구를 성적으로 극대화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 최종엔트리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같은 병역특례 혜택이 있는 경기에 대해서는 너나할 것 없이 출전을 희망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개인 일정 등을 핑계로 외면하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멤버 구성이 7차례나 바뀌었다. 결국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류 감독은 대표팀에 안 오겠다는 선수들 때문에 고초를 경험해야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경우 후보가 넘쳐나지만 반대로 2017년 WBC때는 또다시 태극마크 기피 현상을 재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색없는 구성에도 우려가 앞서
물론 이번 최종엔트리 구성이 기량을 두고 봤을 때 손색 있는 구성은 아니다. 다만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눈에 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가장 큰 장점으로는 다수의 멀티플레이어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박병호와 강정호 정도를 제외한 4명의 내야수들이 모두 복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이에 전략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확도와 장타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홈런 1·2위인 박병호와 강정호를 중심으로 김현수, 나성범 나지완 등이 포진할 경우 상당한 무게감의 중심타선을 구성하게 됐다. 또 이재원을 비롯해 손아섭, 민병헌, 김민성 등의 존재도 든든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먼저 지난 광저우대회의 야구 대표팀 평균 연령은 26.7세였다. 하지만 이번 최종엔트리는 안지만, 임창용, 봉중근 단 3명만이 만 30세를 넘긴 선수여서 지난 대회보다 더 낮아졌다. 이는 자칫 위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더그아웃의 리더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드러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완 선발이 부실한 점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수 11명 중 선발이 가능한 우완은 이태양, 이재학에 아마추어 홍성무 정도다. 하지만 이재학은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에서 정통 우완으로 보기에 힘들고 현 국내 최고 우완 투수 중 1명이자 베테랑인 윤성환(삼성)이 선발되지 않으면서 우완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특히 윤성환의 탈락 이유가 공개되지 않아 최종엔트리가 개운치 않다.
타선도 짜임새를 갖춘 듯하지만 테이블세터 역할을 맡을 자원이 적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무리 역시 그간 오승환이라는 강력한 수호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봉중근과 임창용이라는 2명의 백전노장에게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결국 애써 내세운 강점을 곳곳에 숨어있는 약점들이 갉아먹고 있는 형상이다.
엔트리 논란 선수들에게 부메랑
선발된 선수들은 필승을 다짐하고 있지만 KBO의 결정이 결국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직까지 대표팀 명단을 둘러싸고 말이 많은 가운데 곳곳에서 대표팀에 뽑힌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를 비교하며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아직 많은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뽑히지 않은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넥센전에서 선발 등판해 2.2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8실점했던 이태양이나 LG전에서 7회 구원 등판해 장원삼의 승리를 날려버린 차우찬은 곧바로 엔트리에 들지 않았던 경쟁선수들과 비교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 같은 비교부담은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상위험에 안심하기는 이르다. 앞서 송지만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선수에 뽑혔지만 본 경기를 앞두고 벌어진 연습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해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김광현도 2010년 광저우행을 앞두고 신체이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등 부상위험이 야구대표팀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결정된 사항은 놓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야구대표팀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이미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의 ‘엔트의리’를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특히 병역특례 혜택을 놓고 달려든 선수들과 구단주들의 행보는 눈살을 찌푸리게 해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올 시즌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의 서건창이 탈락한 이유도 다소 궁색하다 이를 두고 야구팬들은 이미 병역을 마친 서건창을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의 창구로 전락하면서 국가대표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부디 야구대표팀은 이 같은 우려를 실력으로 해소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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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