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1] 새정치민주연합 간판부터 바꿔라
[알쏭달쏭 정치이야기-1] 새정치민주연합 간판부터 바꿔라
  •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 입력 2014-08-04 17:11
  • 승인 2014.08.04 17:11
  • 호수 1057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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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쪽 대선평가보고서부터 제대로 읽어라!

새정연 비대위? 창당준비위 수준으로 높여야

미니 총선으로 불리며 모두 15개의 국회의원 의석을 놓고 경쟁했던 7.30 재보선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치욕적인 참패로 끝났다. 11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호남의 4개 선거구 중 3개, 그리고 야권에게는 호남보다 표밭이 좋다는 수원 영통에서 승리하여 모두 4개의 의석을 확보했다. 안철수 당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냉정하게 보면 전체 15석 가운데 5곳만 우리가 현상유지해도 잘하는 선거”라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야권의 참패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민주개혁세력의 제1야당으로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130석을 보유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자기 최면에 걸린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에게 40% 이상의 국정지지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으며,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6.4 지방선거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 18대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선거,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내준 뒤, 민주당은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출발을 위한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까지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는 대선패배에 대한 검증과 새로운 수권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언급되어 있었는데, 민주당의 구성원 그 누구도 600쪽에 가까운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 본 사람은 감히 단언컨대 없었을 것이다. 수권정당의 길, 대안정당의 길, 연구원을 강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제언은 살리지 못하고, 오로지 당내 계파 간 갈등의 씨앗으로만 활용되었을 뿐이다.

 “총선 패배 이후,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대선을 치룬 것이 대선 패배의 큰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당의 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서 대선평가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패배의 과정을 직시하고 그 교훈을 다음번 승리의 디딤돌로 삼자는 취지입니다.” -중략- “이 보고서가 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까지 조언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새겨듣겠습니다.”

대선평가보고서에 있는 김한길 대표 인사말의 일부다. 조언을 새겨듣겠다는 말만 앞선 당대표의 말로는 선거참패, 대표직 사퇴였다.

연초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앞길은 막막했다. 안철수의 새정치연합도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민주당보다 크게 나은 것은 없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정치세력은 ‘한식에 죽느냐, 청명에 죽느냐’는 참혹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새정치의 미로에서 헤매고 있던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의 손목을 끌어 잡고 민주당을 연명시키는 길을 택했다. 야권이 분열한 채로 지방선거를 치룰 경우 선거패배가 명약관화했던 상황에서 선거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던 안철수 대표도 새정치를 희생하더라도 자신이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전격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결국 ‘한식에 죽느냐, 청명에 죽느냐’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공동운명체였던 김한길, 안철수 두 사람은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 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3년 동안 실험의 대상이었던 안철수의 새정치도 그렇게 끝이 났다. 새정치가 끝남과 동시에 안철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감도 함께 흠집이 갔다.(누구와 어떤 정치를 하는가에 달려있지만, 아직 안철수에게는 재기의 기회는 남아있다.) 이들과 함께 손학규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스타일을 제대로 구긴 채 정치권의 미아신세가 됐다. 그 전에 정동영, 천정배는 흔적조차 없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이렇게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싸움은 철저하게 파괴적으로 진행되었고, 당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불과 4개월 만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왜 이렇게도 처절하게 망가졌을까? 그것은 세 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새정치가 없었고, 둘째는 민주가 없었으며, 셋째는 연합이 없었다. 참 가지가지 없다. 세 가지 없는 정당으로 애초에 이름을 지은 것 같다.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재생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걸까? 있긴 하다. 그러나 그 길을 개척하기는 쉽지 않다. 당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 놔야하고, 다른 구성원들을 100% 신뢰해야 한다. 둘 다 정치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망한다.

조만간 비대위가 꾸려질 것이다. 말이 비대위지 창당준비위원회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3개월이 됐던, 6개월이 됐던 임기가 보장된 비대위에 권한과 역할을 명확하게 부여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당을 재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의 외부에서 신망 받는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와 당을 정확히 진단하게 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게 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러면 당내에서 찾아야 하는데, 거의 2년마다 비대위가 만들어져서 당내에 적합한 인사도 없는 것 같다.

당의 간판 세 가지를 우선 바꿔라! 첫째, 당명을 바꿔야 한다. ‘민주’ 좋긴 한데 민주라는 두 글자에 대한 애착만큼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당을 제대로 바꾸고 싶다면 민주와 결별하라! 새로운 가치를 찾아라! 언제까지 호남정치, DJ 후광에만 안주할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갖춰 안이함만 찾는 정당에서 탈피할 기회다.

또 다른 간판을 바꿔야 한다. 당의 리더십이다.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는 정당 대표로는 독특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가적 상상력의 김한길 대표, 외계인적 사고의 안철수 대표는 결국 현실정치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 김한길 대표야 더 이상 정치에 욕심낼 일은 없겠지만, 안철수 대표는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 해야 할 사람이다. 과거의 민주당과 특별하게 다른 새정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민주당 주류 정치인들의 정치라도 제대로 배워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끔 제대로 된 정치인도 눈에 띄니 말이다. 요즘 매미가 허물 벗는 계절인데, 이참에 안철수 대표도 정치인으로서 한 꺼풀 벗는 여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바꿀 간판은 당의 노선과 가치이다. 언제까지 대북정책만 가지고 국민들을 우려먹을 생각인가? 사람이 먼저라고 하면서 사람에 다가간 적이 있는가? 이번이야말로 제대로 사람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정책과 노선으로 사람의 체취를 당의 노선과 가치에 녹여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망하는 것에 국민들은 어떠한 아쉬움도 없다. 야당이 최소한의 역할마저 못한다면 국민은 고달프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에 제대로 간판을 바꿔야할 이유이다.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힘 대표>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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