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따른 대응능력 갖춰야
변화에 따른 대응능력 갖춰야
  • 김의식 교수
  • 입력 2014-08-04 16:56
  • 승인 2014.08.04 16:56
  • 호수 1057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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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을 파온 대표적인 기업, 공공성을 강조해 온 기업이 은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성을 강조해온 나머지 트렌드의 변화에 매우 둔감하다. 허먼 B. 레너드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교수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핵심 존립 근거로 삼는 사회적 기업도 일반 기업과 똑같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성 못지 않게 수익성 추구가 강조되는 산업이야말로 높은 효율성에 관한 책무(accountability)가 있다고 하겠다.

레너드 교수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구애 받지 않고 혁신과 새로운 변화에 필요한 자원을 결집해 이를 실행하는 능력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혹은 기업 시민 활동(corporate citizenship)을 들 수 있다. 변화에 따른 대응능력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요체다.

은행 하면 우선 대형건물로 상징되는 본점건물과 무수한 지점들이 생각난다. 대마불사라고 일컬어지던 은행이 한 순간에 문을 닫기도 했다.

1997년 11월 20일 전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불과 60억불, IMF 금융신탁 통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세계화의 덫에 빠지게 되면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은행이 한순간에 문을 닫기도 한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났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맞고서도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약하다는 결과를 안겨줬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ㆍ중국계 은행들이 수익성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일본과 중국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8개 국내 은행은 2013년 33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반면 국내에 진출한 4개 일본계 은행은 같은 해 3억8870만 달러 순이익을 올렸다.

이에 못지 않게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진출한 11개 국내 은행이 4420만 달러 순이익을 낸 데 반해 한국에 진출한 5개 중국계 은행 순이익은 1억4186만 달러로 3배를 넘었다. 한국에서 일본ㆍ중국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에서 일본ㆍ중국에서 국내 은행들이 거둔 순이익의 차이는 연간 약 5000억 원에 달했다.

한ㆍ중ㆍ일 금융회사 순이익이 역조(逆調)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나라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 일로에 있어 안방만 내주게 되는 꼴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은행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이르면 9월 중으로 런칭이 다가온 카카오를 통한 송금 및 소액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가 금융감독원에 보안성 심사를 요청함으로써 뱅크월렛 출시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한다.

한편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이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소액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구글이 이메일 송금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어디 이뿐이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페이는 한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소비자와 한국 온라인 사이트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알리페이는 이미 국내 400여 온라인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있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인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활용해 머니마켓펀드(MMF·단기금융상품 투자 후 실적 배당)를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모으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은행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소액결제 금융시장의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가뜩이나 초저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카톡 은행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하루 50만 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카카오톡 친구에게 10만 원까지 돈을 보낼 수 있고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카카오와 국내 15개 은행, 그리고 금융결제원이 함께 만드는 카톡 은행은 카카오톡을 통해 소액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카카오톡 가입자가 국내에서만 3700만 명을 웃돌다 보니 지급결제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어 업계에서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다. 이것저것 하지 말고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라는 말이다. 물론 기술은 오랜 숙련 끝에 장인(匠人)이 되는 것이지만, 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는 변화에 따라 빠른 대응자와 느린 적응자 간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지금도 가뭄이 심할 때면 기우제를 지내면 틀림없이 비가 온다고 여기는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마냥 기다려서만 될 것인가? 사실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시간일랑 아랑곳하지 않고 기우제를 올리기 때문에 반드시 비가 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바라는 목적과 얻고자 하는 효과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 반복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빌 게이츠는 “힘센 강자도 아니고 두뇌가 뛰어난 천재도 아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이 아닌 변화를 즐기는 사람,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월마트에선 RFID(전자태그)를 부착하지 않으면 물품을 안 받는 상황이 됐다. 이제 아날로그 시대(사람+사람)에서, 디지털 시대(사람+PC)를 넘어 유비쿼터스 시대(사람+PC+장소+사물+여러 네트워크+온갖 단말기)에 진입하면서 21세기는 핸드폰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됐다.

네트워크의 변화가 유선+무선 전화기 통합, 인터넷+방송+통신 통합, 음성+데이터+동영상 통합 대신 컴퓨터를 내장해 전파를 발신, 정보를 축적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전국 농어촌 지역에 초고속 광대역 통합망(BcN, Broadband Convergence Network) 구축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대관령 목장의 소들의 귀에 칩을 붙여 정보를 인식하지만, 앞으론 물에 타서 먹인 후 정보를 인식해 전국 가축의 실시간 정보 인식이 가능해진다. 전국의 채소 역시 마찬가지로 변화의 속도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됐다. 급격한 네트워크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언제까지 한 우물만을 파고 있을 것인가?

■ 본란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의식 교수>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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