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수 구의원은 ‘슈퍼맨’이라는 자신의 캐릭터를 선거운동에 결합시켜 선거판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실현가능한 공약으로 주민에게 다가선 그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해운대구 재송동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이색선거라는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심이 유권자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말 뿐인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김 의원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운대구 구의원에 당선됐을 당시 심정이 어땠나
사실 재송동에서 당선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되고나서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과 만나줄 수 있으면서 만나주지 않았던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그런 사람들이 당선된 다음날 아침 직접 집으로 찾아왔다. 당시에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권력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갖고 있나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되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흘러가는 대로 열심히 살아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개인적으로 정치인이 쓰는 표현 중에 싫어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낮은 자세’와 ‘섬김’이다. 왜 낮은 자세가 돼야 하는가. 대표가 필요한 자리에 나와서 내가 대표가 된 것이다. 시민들이 나보다 낮아야 되고 나를 섬겨야 되는 게 아니다. 내가 시민들을 이끄는 것도 아니고 같이 가야하는 것이다. 목욕탕 가면 다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주민들을 대표하는 것이지 주민들 위에 서는 것이 아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싫다. 그래서 그런 말을 쓰고 싶지 않았다. 빨간 잠바, 파란 잠바를 떠나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불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공약도 거창한 것을 얘기하지 않았다. 동네 살면서 불편한 점들을 개선한다고 한 것이 전부다.
솔직히 말해서 재건축, 빈부격차해소 등 국가사업을 구의원이 바꿀 수 없다. 빈부격차는 화폐경제가 생겨나면서 시작된 것인데 대통령이 와도 못 바꾼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신호등이 항상 작동하게 하겠다, 짧은 길이의 횡당보도를 좀 더 길게 만들겠다, 초등학교 앞에 안전가드를 만들겠다 같은 공약이다. 이 중에는 이미 해결된 것도 있다.
말 뿐인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 말도 많이 안했다. 공약 사례집에도 ‘섬김’같이 천편일률적으로 쓰는 단어도 넣지 않았다. 그냥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썼다.
▲7ㆍ30 재보궐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보궐선거에 부정적이다. 임기 중에 자기 욕심을 안 부렸으면 보궐선거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국회의원이 잘못했거나 자기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정치자금 위반, 선거법 위반이 된 것 아닌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기 욕심을 채우려 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투표용지, 공무원 임금, 아르바이트 인건비 등에 들어 간 비용도 전부 국민세금이다. 그래서 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논리를 따라 다른 길을 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됐나.
지방선거 전 나는 부산 동래구 청년연합회에서 청년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인 정치적 이유로 보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당시엔 안철수 대표가 무공천 원칙을 고수할 때였다. 그 때문인지 구의원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당연히 아무도 해운대구 구의원에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윤준호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권했다. 집에서는 반대를 했지만 결심을 하고 예비후보로 등록을 했다. 예비후보 등록 이후 다시 공천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 공천을 준다고 하니 안 나오겠다던 사람들이 양보해달라고 찾아왔다. 그런 걸 보면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기도 생겼다. 그래서 죽더라도 나가서 죽겠다고 말했다.
▲롤모델로 삼는 정치인이 있나
어떤 정치인이 좋다 나쁘다라고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 이전의 대통령, 현 정치인 모두 그들의 능력을 인정한다. 누구든지 간에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난 정치인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꿈과 목표를 갖고, 정치에 입문할 수 있게 많은 가르침을 준 윤준호 위원장을 존경한다.
▲선거운동 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반대하던 사람이 많아서인지 온갖 네거티브를 많이 들었다. 심지어 새누리당 후보들은 나보고 ‘놀았다’고도 했다. 낮에 자기들이 선거 운동할 때 나는 울산에 가있었기 때문이다. 내 원래 직업은 자동차 판매다. 2011년엔 ‘자동차슈퍼맨’이라는 상호도 등록했다. 8년 째 슈퍼맨 옷을 입고 일을 했던 것을 선거운동에 접목시켰다. 그래서 이색선거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거운동도 그동안의 인적자원을 활용했다. 나는 내가 당선된 것이 그동안의 인간관계가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 후보자가 선거기간동안 3만 통 가량의 문자를 무작위로 보내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방법도 만들었다. 전국에 있는 1700여명의 고객에게 문자를 보냈다. 출마 이유를 설명하면서 해운대구 재송동에 사는 분이 계시면 도와달라고 적었다. 30분 정도 지나니까 답장이 수백 개가 왔다. 일일이 답장하고 전화도 했다. 새벽부터 일일이 출근하는 곳, 퇴근하는 곳에 찾아가 인사를 했다. 강원도에 사는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 부산에 사는 사람을 투표하라고 하는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이러한 기적이 모여 당선이 될 수 있던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동안은 어떤 계획을 잡고 일을 하진 않았다. 4년 후엔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4년간에 일의 성과에 따라 또 다른 기회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나는 편안한 자리에서 의원님이라고 불리는 게 싫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지역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윤정희 인턴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