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합리한 처사 “더 이상 못 참아”
“형평성 제고 위한 제도일 뿐” 반박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동대문 대표 의류상가 ‘두산타워(이하 두타)’가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리모델링 문제를 계기로 입점 상인들과의 갈등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두타가 그동안 일방적으로 리모델링, 임대 방식 변경 등을 결정하며 횡포를 부려왔다고 주장한다. 또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재계약 시 불합리한 처사를 받았다고도 덧붙인다. 이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한 두타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갑질논란을 [일요서울]이 파헤쳐봤다.
15년째 동대문을 지켜온 터줏대감 두타가 입점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두타가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임대료 부과 방식 등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두산타워임차상인연합회(이하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두타는 일방적으로 임대 계약 방식을 수수료 지불 체계로 변경했다. 그동안은 월세 지불방식이 유지돼왔다. 또 두타는 각 매장에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를 설치해 매장별 매출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개인사업장의 매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셈이다.
상인연합회는 “수수료 체계로 바뀔 경우 상인들의 이익을 상당 부문 두타 측이 챙겨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액의 월세 지급 방식을 수수료 시스템으로 바꾸면 매출이 오른 만큼 임대료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이 부진해도 정해진 임대료를 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사실상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한 체계라는 것이다. 또한 “두타 측이 매장별 매출을 들여다보고 이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떼가는 것 자체가 ‘갑의 횡포’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동안 두타는 상인들과 협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추진해왔다”면서 “매년 재계약 시점이 올 때마다 두타는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함은 물론, 재계약을 빌미로 두타에서 하는 각종 사업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끔 하거나 빈 점포를 떠안게 하는 등 횡포를 부려왔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이 과정에서 재계약 시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 두타 측이 자신들의 요구에 불응하는 상인들에게 회유와 계약해지 등의 협박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이를 다 참고 재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상인들은 빚을 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고, 강제로 옮겨진 자리에서 새롭게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 일도 일어났다.
계약해지 언제 어느 때
두타 마음대로
한 상인은 “두타와 상인들의 관계는 자영농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통행세, 초야권까지 요구했던 중세시대의 영주와 자영농에 가깝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상인연합회는 이번 인테리어 리뉴얼 과정에서 두타 측으로부터 또 한 번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또 두타는 명도가 지연돼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하루 4억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상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계약종료 공문을 통지받았다”면서 “지난 5월 중순 ‘7월 31일 계약종료’ 공문을 받고 일대일 면담이 이뤄졌지만, 이미 남는 가게와 나갈 가게를 정해둔 상태였다”고 전했다. 또 두타 측이 자체 평가에 따른 결정이라고 알렸지만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인연합회는 “한 달 남짓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후의 상황을 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퇴점 통보를 한 것은 가혹한 처사다”며 “한 계절 앞서서 물량을 준비하는 패션사업인 만큼 이미 수천만 원어치의 물량을 주문한 점주들의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한다. 이어 “도의적으로 시간적인 여유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동안의 횡포에도 참고 이해해온 것이 얼마인데 끝까지 상인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행위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상인연합회는 두타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달 29일 항의집회를 열고, 두타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곪았던 상처가 터졌다고 말한다. 지난해에도 과도한 지각비, 벌점제도, 강제 근무 규정 등을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반면 두타 측은 상인연합회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두타 측 관계자는 “리모델링 리뉴얼은 개관 이후 5년마다 계속 시행해왔던 것이다”면서 “퇴점 매장은 마케팅 능력, 서비스 수준, 매출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매장 위치가 옮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매장 위치에 따라서 고객이 더 많이 몰리거나 적게 몰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 같은 일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 방식 역시 매출이 더 적은 매장이 매출이 높은 매장과 똑같은 월세를 내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수수료 지불 방식으로 변경하게 됐다”며 “수수료 지불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임대료가 인상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공영 공간 등의 시설 확장과 새로 영입되는 점포에 따라 200개 정도의 점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재계약을 하지 못한 일부 상인들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앞서 그동안 동고동락한 입점 상인들과 사전 논의가 없었던 두타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더욱이 그동안 이승범 두타 대표가 ‘상생 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던 행보와 비교되는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두타의 ‘상생’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