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건수는 ‘빙산의 일각’…대형사건 “또 터진다”
적발 건수는 ‘빙산의 일각’…대형사건 “또 터진다”
  • 이수향 
  • 입력 2006-05-26 09:00
  • 승인 2006.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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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마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일까. 지난 15일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워 온 연예인들이 대거 적발됨에 따라 연예인 마약문제가 또다시 세간의 화두에 올랐다. 연예인의 마약복용은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터지곤 하는 연예계의 고질병으로, 해당 연예인들에게는 연예생활 최대의 족쇄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연예계생활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연예인들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건 ‘상당수’

“모르긴 해도 인천공항에서 소변검사를 해보면 가관 일 것이다.”마약담당 경찰관 K씨의 말이다. 사실 연예인의 마약파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K씨는 “‘11월 마약괴담’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로 연예인 마약사건은 해마다 터지는 ‘고정사건’이지만, 연예인의 마약문제는 나아질 줄을 모른다”며 “세간에 드러나는 사건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부 연예인들의 마약복용은 암암리에 공공연한 비밀로 여전히 행해지고 있으며, 드러나지 않은 건이 상당수라는 얘기다.

그는 “‘연예인이 왜 마약을 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정치인이 왜 돈을 받는가를 물어보는 것과 같다’는 우스개 말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즉 마약복용이나 금품수수 등은 그 사실이 적발될 경우 자신의 연예계 생활이나 정치인의 수명이 끝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

접수된 제보 ‘수두룩’

그렇다면 연예인의 마약혐의는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경찰에 따르면 연예인들의 마약혐의는 누군가의 ‘제보’로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정도 신뢰할만한 제보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한테나 무턱대고 검사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탤런트 OOO이 자택에서 대마초를 상습 흡입한다’, ‘가수 OOO은 주기적으로 외국에 나가 뽕을 맞는다’, ‘영화배우 OOO은 촬영 후 차안에서 대마를 즐긴다’, ‘여배우 OOO은 엑스터시를 이용, 환각상태에서 문란한 성생활을 한다’는 식의 내용이 흘러들어온다고 한다.

K씨는 “연예인의 여성(남성)편력이나 문란한 사생활, 임신중절, 성형, 몸로비, 재벌과의 밀애 등은 예나 지금이나 수시로 오르내리는 빅뉴스거리지만 대부분은 말그대로 루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약설은 100% 허무맹랑한 루머가 아닐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신빙성이 있다는 얘기. 실제로 마약 담당관들은 “제보를 받으면 ‘설마’하는 심정으로 수사에 착수하지만,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아 사소한 제보에도 귀를 귀울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놀라운 사실은 마약 연예인의 상당수가 활발한 활동을 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 쌓아온 이미지로 봐서는 마약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찰측은 제보자의 신상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제보자 중에는 연예계 생활을 잘 알거나 연예인들과 자주 접촉하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비밀 공유는 ‘바보짓’

실제로 그간 마약으로 인해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을 살펴보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이나 외국생활 도중 알게 된 측근들, 유학생들과 함께 적발된 경우가 상당수였다. 특히 비교적 시간이 자유롭고 해외에 나갈 일이 많은 연예인들은 현지에 체류할 당시 마약을 접하게 될 확률이 일반인들에 비해 유독 높다는 것이다.연예인들의 ‘어설픈’ 친분은 ‘덫’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친분관계에 있는 이들에 의해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될 뿐 아니라, 이들이 자신의 마약경험을 또다른 측근과 공유한다는 것이 문제. 사이가 틀어질 경우 이들간 ‘엄청난 비밀’은 곧바로 경찰 귀에 들어갈 소지가 다분하다. 기획사 관계자 P씨는 “많은 연예인들이 ‘끼’만 있다뿐이지 사회에 대해서 모르고 한마디로 철이 없다.

‘나도 해볼 건 다 해봤다’는 객기 때문인지… 가깝게 지내는 측근에게는 뭐든지 다 얘기하더라. 그러다보면 같이 하기도 하고… 그러나 영원한 ‘비밀’이 어디 있겠나”라며 답답한 심정을 피력했다. 연예계는 배신이 난무하는 세계라는 얘기다. P씨는 “좀 잘나간다 싶거나 튀는 연예인들은 ‘미운털’이 박히기 일쑤다. 나름대로 성질이 있다 보니 적이 생기는 거다. 한창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마약혐의로 추락하는 것은 철석같이 믿었던 측근에게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문제같은 사적인 일로 친분이 틀어져 발등을 찍히는 일도 있다는 것.

수년전 나이트클럽에서 여자 유학생을 두고 다투던 가수 A군과 B군은 당시 상대의 화려한 여성편력에 대해 비방하고 다녔다는 후문. 또 ‘잘나가는’ 동료의 개런티 문제로 시비가 붙어 ‘잠자리’와 관련된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일도 흔하다. 이처럼 ‘질투’와 ‘배신’이 난무하는 연예계의 특성으로 비춰볼 때 상대방의 마약경험에 대한 폭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예계 관계자 L씨 역시 “마약사건은 측근에 의해 폭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예계 바닥에서 살아남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연예인들은 서로 생존을 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L씨는 “연예계 바닥이 더럽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경쟁자를 밟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이 상당수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악성루머 살포와 같은 비도덕적인 행위도 가능하게 만든다”며 “마약 제보는 특정 연예인을 짓밟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인 셈”이라 덧붙였다.

경찰 “대마도 엄연한 마약”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들은 모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탤런트 K양과 가수 H군은 ‘연인’사이로 드러나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일부에서는 ‘끼리끼리 논다’, ‘대마커플’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에서는 이들이 사용한 대마초를 마약으로 봐야하는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경찰의 입장은 강경하다.

경찰은 “대마를 마약이 아니라며 대마합법화를 주장하는 일부 연예인들의 주장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국내에서 대마는 코카인, 아편 등과 함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대마관리법)’에 따라 처벌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어 “엄연히 법으로 금지된 행위를 하는 연예인들을 자꾸 받아주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마약으로 물의를 빚은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또다시 같은 과오를 저지르는 것도 팬들의 지나친 관용 때문 아니겠는가. 연예인들 스스로도 마약에 연루되는 것은 ‘연예계 생활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음을 깨닫고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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