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제발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좀 있으라고 했어요. 초반에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세월호 참사 생존자 학생들이 법원에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단원고 생존학생 6명과 일반인 생존자 9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고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탈출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해 엄벌을 요구했다.
단원고 학생 A양은 “배 안에 물이 차올라 친구와 함께 복도로 나와 줄 서 있었다”며 “비상구 밖으로 해경이 보였지만 해경은 들어오지 않았고 2~3분 있다가 파도가 와서 친구들이 휩쓸려 들어갔다. 그 친구들은 다시 못 나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생존학생 B양은 “배에 타자마자 밥 먹고 쉬는 시간이어서 내내 3층을 돌아다녔다”며 “만약 안전교육이나 방송이 있었다면 돌아다니는 동안 봤을텐데 전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생존학생들은 재판부가 마련한 화상 중계 장치를 이용해 법정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증언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법정 진술을 선택했다. 이날 출석한 학생 6명 중 1명만 화상 중계 방식으로 증언했다.
이날 오후에는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일반인 최모씨도 휠체어를 타고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배가 기울면서 아래쪽에서 ‘꽝꽝꽝’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배 밑 쪽인 것 같았는데 화물이 쏠리는 소리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배가 금방 침몰할 것 같아 바다로 뛰어들었다”며 “그런데 구명조끼를 벗어준 여학생은 무서웠는지 두 손을 떨면서 뛰어내리지 못했다. 그때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증언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9일 생존학생 17명을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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