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침 어기면 판매 자격 정지 등 불합리한 대우
상생·공헌 홍보 화려…판매수수료 증가율 미미
다단계 판매업체 한국암웨이(대표 박세준)가 판매 제품 가격을 불법으로 통제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암웨이는 2008년 9월부터 한국 소비자에게 물건의 가격을 깎아주지 말라는 행동지침을 내렸다. 이를 어길 경우 판매원 자격 정지를 시키기도 했다. 이에 한국암웨이는 14년여 동안 6000억 원의 이익을 올려준 소비자를 무시한 행위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익 전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해온 반면 기부금액은 매출의 0.2%에 불과해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한국암웨이의 물건이 비싼 이유가 밝혀졌다. 자체적으로 판매 제품 가격을 통제해왔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암웨이는 2008년 9월부터 다단계 판매원의 준수사항을 규정한 ‘윤리강령 및 행동지침’을 통해 ‘한국암웨이로부터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지 못함’이라는 내용을 규정해왔다. 즉, 소속 다단계 판매원이 제품을 팔 때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의 재판매를 금지시킨 것이다.
한국암웨이는 해당 내용을 시행하기에 앞서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모든 판매원에게 교부하는 판매원수첩에도 반영했다. 법률상 다단계 판매원은 다단계 업체의 직원이 아니라 독립된 소매 유통업자다. 개인 사업자인 것이다. 즉 판매원이 업체로부터 구입한 물품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가격 할인 등의 처분 행위가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암웨이는 이를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규정을 어긴 판매원에게 불합리한 처사를 내리기도 했다. 일정 기간 동안 판매 자격을 정지시킨 것이다. 자격이 정지된 판매원은 자신과 하위 판매원의 판매 실적에 따라 받게 되는 후원 수당도 지급받지 못했다. 또 하위 판매원을 모집할 수 있는 권한도 박탈당했다. 한마디로 판매원들의 ‘밥줄’을 끊어버린 셈이다.
한 소비자 A씨는 “외국계 기업이라도 ‘한국’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횡포가 난무하는 갑질을 하는 것 같다”고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가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없도록 한 행위에 대해 유지행위 금지 명령을 내린다”며 “윤리강령 및 행동지침 중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치를 통해 다단계 판매원 간 가격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덕성 논란 불거져
한국암웨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 ‘원포원(One for One)’이라는 파격적 마케팅 전략을 도입해 성장한 기업이다. 원포원 전략이란 미국 본사 제품 1종이 국내에 출시될 때마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 1종을 추가로 자사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암웨이는 원포원 전략을 두고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며 “시행 초기 21개 기업, 40여 종의 제품에 불과했으나 원포원 프로젝트의 성공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현재는 100여 개로 늘어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많은 회사들과 함께 ‘상생’하며 성장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격 통제 문제와 동시에 상생을 강조해온 행보와는 다른 모습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판매수수료 지급을 놓고 국내 판매원들에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다단계로 이익을 올리는 회사이지만 국내 판매원들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매출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 1위 다단계 판매업체인 한국암웨이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조800억 원가량이다.
현재 건강기능식품협회가 2012년 상위 23개 업체들의 매출액을 계산한 시장규모를 보면 약 4조5052억 원에 달한다. 시장점유율 1% 미만 사업자들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한국암웨이의 건강기능식품 판매 비중은 매출액 기준 약 45%, 시장점유율 10% 내외로 가장 높다. 한국암웨이는 2002년 매출액 1조 원 돌파 후 계속해서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상품 매출은 9888억 원이다. 전년 대비 5.8% 증가한 수치지만 판매원들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는 3320억 원으로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에는 2.6% 감소하기도 했다.
또한 기부금 액수도 생색내기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암웨이는 100% 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상승한 만큼 배당액도 계속 불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545억 원 전액을 영국 법인 ‘암웨이유럽(Amway Europe Limited)’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해외지배회사가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이기 때문에 배당금을 모두 지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익금 전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판매수수료 지급은 소극적인 모습으로 보여 대조적이다.
아울러 기부금 액수가 전체 매출액의 0.2%에 불과하다는 사실까지 더해보면 비윤리적 행태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암웨이의 지난해 기부금은 11억6326만원으로 추산된다. 전년대비 5.2% 줄어든 수치다.
그동안 한국암웨이는 청춘캠프, 과학분야 창의인재육성사업, 직원들의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해왔다. 이처럼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온 활동에 반해 기부금 액수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시선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서울]은 한국암웨이 측과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관계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한국암웨이는 박세준 사장 교체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는 8월 계약만료와 함께 13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암웨이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