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풍선에 바람 넣는 정부…그 위에 올라타는 국민들
[부동산 대책] 풍선에 바람 넣는 정부…그 위에 올라타는 국민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7-28 13:11
  • 승인 2014.07.28 13:11
  • 호수 1056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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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늘리는 부동산 대책

1000조 넘은 가계부채…하우스푸어 더 양산할 수도
서민용 전월세 상한제ㆍ공공임대 확대에 눈 돌려야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의 끈을 무한정 풀 추세다. 새 경제팀은 지난 24일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ㆍ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는 물론 다주택자 청약 감점제를 폐지하고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를 백지화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임계치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이 같은 정책들은 오로지 경기부양에만 쏠려있다는 지적이다.

새 경제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의지가 대단하다. 다소 어려운 문제인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다짐도 확고하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가경정만 빼고는 모두 풀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LTV는 모두 70%로 상향됐고, DTI도 60%로 늘어나 적용된다. 지역별, 금융권별 차등을 없앤 것이다. 또 DTI는 소득인정범위를 현행 10년에서 대출만기 범위 내 60세까지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서 LTV(Loan To Value)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가치가 인정되는 비율이다. 또 DTI(Debt To Income ratio)는 개인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기존 LTV는 지역별과 금융권별로 50~85% 내에서 차등 적용됐다. 수도권 은행을 기준으로 하면 50%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을 움직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율을 통일시키면서 실질적인 대출 한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DTI도 서울을 기준으로 50%에서 60%로 한층 풀어진다. 산정 시 미래소득인정 범위도 만기 범위 내 60세까지로 상당히 늘어났다. 주택 구매 실수요자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정부의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대대적 LTVㆍDTI 완화 부실…부채도 늘어날까

하지만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동시에 가계부채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과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함께 노리고 있다.

이에 반해 전문가들은 시장 활성화나 부채의 질 높이기보다는 가계 빚 확대와 부실화로 인한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하우스푸어가 지금보다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경기부양이 아닌 동반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한국은행의 1분기 자금순환 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024조8000억 원에 달한다. 예금취급기관 대출만도 약 700조 원으로 연일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699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428조1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122%에서 2012년 163%로 증가했다. 해마다 소득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TVㆍDTI가 함께 풀리면 저소득층은 채무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제2금융권 대출이 제1금융권으로 이동한다 해도 가계대출의 총량이 증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LTVㆍDTI 규제완화 시 장기적으로 이미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 비율을 더 높이고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중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의 비중이 높아져 부채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겠지만 DTI 완화를 통해 소득이 적은 계층의 부채가 늘어날 수 있고, 그 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도 “이미 내수는 부동산 빚이 많아서 침체된 측면도 있는데 다시 이를 높여서 내수를 띄우자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앞서도 임 실장은 “LTVㆍDTI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레버리지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가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의 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나 디레버리징에 수반되는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정부출연기관인 KDI조차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면적인 LTV 규제완화는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기부양은 단기적으로는 금리·재정 정책으로, 장기적으로는 소득분배 개선 등으로 꾀해야하는데 부동산으로 시도하는 것은 최악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내수 띄우기에 올인…인위적 부양책 만연

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가계부채 해소를 위한 금융정책 수단인 LTVㆍDTI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경기진작을 위해 완화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유례없는 가계부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성명을 통해 반대입장을 굳혔다.

정책발표 직후 유성엽 제3정조위원장은 “주택시장 정상화란 미명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인 가계부채 문제를 외면한 것”이라며 “생활물가의 최고 변수 중 하나인 주거비를 올리는 정책만 내놓고 서민생활안정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짚었다. 결국 경기부양에만 목적을 둔 LTVㆍDTI 규제완화보다는 전월세 상한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도 만만찮다. 경제ㆍ금융학자 70명은 “최소한의 부동산 금융규제인 LTVㆍDTI 완화는 가계부실과 금융건전성의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인위적 부동산 부양책보다 건설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 가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도 “부채 주도 성장에 정부가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 LTVㆍDTI 규제완화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는 오히려 적극적 가계부채 탕감을 통해 소비 여력을 높여 내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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