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로 부모 곁을 떠난 황태자 2·3세들
살아 있었다면 재계 호령했을 수도, 이젠 잊혀져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5일 오전 복수의 매체를 통해 비보가 알려졌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차남이 러시아 호텔에서 추락사했다는 내용이다. 주씨는 러시아 출장을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씨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한 호텔 9층에 투숙하고 있던 중 24일 새벽 0시께(현지시간) 호텔 9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숨진 주씨는 호텔 식당에서 출장 동료, 현지 지사 직원 등과 식사를 한 뒤 객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술에 취한 주씨가 객실 창문을 열려다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추락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사건 조사를 맡은 수사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로서는 단순 사고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 측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실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타살 등 다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슬하에는 아들 두 명이 있다. 앞서 2005년에도 이국 고층건물에서 추락사로 비운을 맞은 재벌가 황태자가 있었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의 아들이 이국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던 동학씨는 2005년 6월 16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태국 방콕공항 인근 한 서비스아파트(한국의 콘도와 유사) 6층에서 추락, 사망했다. 그는 이에 앞서 같은 달 2일 후배(남)와 함께 태국으로 입국했다. 18일에는 사업차 필리핀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변을 당했고 현지 경찰은 실족사로 사건을 처리했다.
‘자살’로 떠나기도
재벌가의 비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족사는 아니지만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자신의 생을 마감한 이가 더 있다. 2003년 7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창업주의 5남인 전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현대그룹 사옥에서 타계했다.
정 전 회장은 하루 전날 밤 11시50 분쯤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간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 익일 새벽 5시쯤 서울 종로 구 현대 계동 사옥에서 타계했다.
당시 자살 현장 목격자인 청소 용역 회사 직원은 “오늘 새벽 5시 40분쯤 화단에 누군가 쓰러져 있어 주차 관리원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며 처음에는 정 전 회장인 줄 몰랐다고 전했다.
정 회장의 사무실에서는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북 사업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와 검찰의 있다른 소환 조사에 중압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가문에도 자살로 생을 달리한 비운의 황태자가 있다. 고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회장(당시 46세)이다. 그는 2010년 8월 18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D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이씨는 고 이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아들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카다. 삼성가에서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창희 전 회장은 1991년 작고했다.
경비원 신모(61)씨는 경찰에서 “현관 앞 주차장 주변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가보니 흰색 면티를 입은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전 이씨는 이 아파트 5층에 있는 자기 집에 혼자 머물고 있었으며, 검시 결과 이씨는 두부와 상반신 등의 과도한 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새한그룹은 창업자인 고 이창희 전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인 58세에 혈액암으로 작고한 데 이어 그룹 붕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이 분석회계 및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차남인 이재찬씨 까지 자살하는 등 불운이 잇따라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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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