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배당주 주워담기…통신·석화주 웃는다
벌써부터 배당주 주워담기…통신·석화주 웃는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7-28 09:59
  • 승인 2014.07.28 09:59
  • 호수 1056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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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한국쉘석유•KPX케미칼

주식·펀드 모두 배당으로 쏠려…순유입금 ‘쑥쑥’
단순 유보금보다 잉여현금흐름 봐야…7~10월 적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여름에 때 아닌 배당주 열풍이 불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떠오르던 배당주가 올해는 부쩍 이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기업의 유보금을 풀어 투자와 배당으로 돌리려는 새 경제팀의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유보금이 많다고 해서 배당여력이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배당주를 둘러싼 열기가 치솟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시각들을 짚어봤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2.4%이며 배당수익률은 유가증권시장이 1.1%, 코스닥시장이 0.8%다. 사실 타국의 평균 배당성향 47.7%, 배당수익률 2.7%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들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1.82%였다. 코스닥시장의 평균 시가배당률도 비슷한 수준이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미국 등은 3%대, 중국도 2% 이상인 것에 비하면 다소 미약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배당확대 유도책이 나오면서 배당주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배당주는 일반 성장주나 가치주에 비해 입지가 낮았다. 또 주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들이 고배당 성향을 0띤다. 일반투자자들이 고르기에는 익숙하지 않거나 약간의 위험이 따르는 셈이다. 그래서 인기를 얻는 것이 바로 배당주펀드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당주펀드에 순유입된 금액은 7월 현재 3016억 원이다. 지난달에만 2208억 원이 몰렸다. 올해 초부터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에서 3조4831억 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이중 가장 유명한 신영밸류고배당에는 올해에만 2196억 원이 모여들었다. 신영밸류고배당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7.03%, 3년 수익률은 45.88%다.

증권사들도 배당주펀드를 적극 추천하고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대형성장주펀드와 배당주펀드를 유망펀드로 꼽았다. 특히 배당주펀드는 국내외는 물론 자산형 랩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제시됐다.

키움증권도 배당주펀드를 추천 펀드목록에 대거 올렸다. 민석주 키움증권 금융상품팀장은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서 배당 수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하반기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평했다.

상대적으로 잉여현금 축적이 잘 되고 배당성향이 높아 배당주 투자로 고려해볼 만한 개별종목도 추천됐다. 한화투자증권은 SK텔레콤, 한국쉘석유, KPX케미칼을 비롯해 신도리코, 에스원, KT&G, 퍼시스, 자화전자, 빙그레, 유한양행 등을 꼽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배당추천주로 가장 많이 나오는 SK텔레콤은 올해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해 삼성증권도 시가총액이 많고 배당수익률도 높은 배당주로 SK텔레콤을 엄선한 바 있다. 이외에는 KT, 하이트진로, S-oil, KT&G, GKL 등이 동반추천주로 떠올랐다.

한국쉘석유도 연속 배당추천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NH농협증권이 3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한 종목을 중심으로 선정된 배당주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형주는 포스코, SK텔레콤, KT, KCC, 한국가스공사 등이며 중소형주는 동서, 지역난방공사, 휴켐스, 한국쉘석유, 율촌화학, 한미반도체, 유성기업, 나이스정보통신 등이었다.

이번에도 농협증권은 SK텔레콤, 코웨이, GKL, 하이트진로, KT&G 등을 추천 배당주로 선정했다. 이아람 농협증권 연구원은 “배당주가지수(KODI)의 최근 5년간 흐름을 비교해본 결과 7월부터 10월까지 코스피200보다 더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이 기간에 배당주에 투자하면 증시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

실제 배당여력 따져 장기투자해야 성공

한편 기업들의 실질적인 배당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제 기업들의 배당여력은 크지 않다”면서 “당장 기업들의 배당확대가 가능한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팀장에 따르면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로 기업들이 자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유보금은 기업이 당장 시설투자나 배당확대에 쓸 수 있도록 별도로 모아둔 현금성 자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설투자된 자금부터 담보, 부채, 부동산 등도 모두 유보금에 포함된다.

이는 업황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래된 기업이라면 대부분 유보금도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유보금보다는 잉여현금흐름을 살펴야 실제 기업들의 배당여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는 잉여현금흐름이 아닌 유보금을 기준으로 배당확대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 역시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시장에서 배당확대를 원하는 필수소비재·IT업종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 업종은 잉여현금 축적이 경기상황에 따라 매우 불안정해 배당도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잉여현금흐름을 통한 기업들의 배당여력을 살펴보면 통신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배당여력이 낮다”면서 “2010년 이후 경기부진 속에서도 통신분야만 유일하게 잉여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며 배당확대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배당주 전체에 대한 맹신적인 기대는 금물이다. 최근 경기부진으로 대부분의 업종에서는 잉여현금이 축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몇몇 기업의 배당확대로 배당주 투자가 당장 큰 이익을 불러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등 잉여현금흐름이 좋으면서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은 예외”라고 짚었다.

장기투자로 분류되는 배당주 투자가 어려운 현실도 언급됐다. 사실 국내 주식시장은 아직까지 장기투자보다 호흡이 짧은 단기투자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단기투자자를 대상으로 쉽게 배당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배당확대는 정책으로 강요되기보다는 시장 전반의 배당문화가 바뀌어야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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