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하락 이어 세무조사까지 이중고
경영권 위협 요소 곳곳 존재해 긴장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녹십자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일동제약(회장 윤원영)을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다. 올 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화제가 됐던 일동후디스(회장 이금기)가 또 한 번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동후디스는 실적악화와 세무조사라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만약 일동후디스가 올해 초와 같은 일동제약 지분 매각을 한 번 더 실시한다면, 경영권 위협 요소가 또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휴전에 가까운 불안한 동행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 했던 일동제약의 계획이 녹십자의 반대로 무너진 바 있는 만큼 이 두 제약사의 싸움은 앞으로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일동제약이 내부의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다. 일동후디스의 위기로 올해 초 우려됐던 위협요소가 또 한 번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 녹십자 이 셋의 관계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복잡 미묘한 상태가 됐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면서 부터다. 제약업계 2위인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매입, 29.37%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런 와중에 일동후디스가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 1월 21일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일동제약 주식 1.65%를 장내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및 특별관계 주주들의 지분율은 37.04%에서 35.29%로 감소했다. 녹십자 보유 지분과 5%가량의 차이밖에 나지 않게 됐다. 자회사 일동후디스가 일동제약의 경영권 방어를 미궁 속에 빠트린 셈이다.
이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녹십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때문에 업계는 당시 일동제약 지분을 누가 한 주라도 더 가지고 있느냐가 일동제약 왕좌싸움의 승리자가 될 것으로 봤다.
이후 녹십자 측에서 “적대적 M&A를 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며 양사의 경영권 싸움은 휴전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일동후디스가 실적악화, 세무조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돌파구로 일동제약 지분을 더 매각할 수 있다는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일부 측면 놓고 단정짓기 어렵다
일동후디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990억 원, 92억 원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영업이익에서만 100억 원을 기록했던 것을 떠올리면 실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갑자기 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2012년 한 시민단체가 효자상품이었던 ‘산양분유’에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일동후디스는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와 법적 분쟁을 벌인 끝에 지난 4월 사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미 영업적자폭은 100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 내몰린 상태다.
게다가 2년 넘게 괴롭히던 산양분유 논란이 일단락되자마자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악화된 실적과 이미지 개선에 나서려고 하자마자 또 다른 악재가 등장한 것이다.
일동후디스의 세무조사 실시는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일동후디스 등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과가 지난달 20일 본사는 물론 춘천, 횡성 등 공장에도 국세청 요원들을 투입해 조사를 벌이면서 주목을 끌었다.
일동후디스 측은 “2011년 모범납세자로 표창까지 받은 바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공장까지 조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식품기업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탈세나 탈루,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포착됐을 때 투입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대상 세무조사에 투입돼 일동후디스도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 같은 일동후디스의 상황이 일동제약 경영권 방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의 과거에서 비롯된다. 그는 일동제약 평사원으로 입사해 50년 동안 근무하면서 CEO까지 오른 인물이다. 회사 대표 브랜드인 아로나민 골드를 개발한 장본인이기도하다.
하지만 2010년 경영권 마찰 등 분쟁에 휘말려 일동후디스 회장직으로 물러났다. 이후 윤 회장은 장남인 윤웅섭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이 회장 색채 지우기에 나선 바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충분하며, 윤 회장의 지분율이 취약한 만큼 빅딜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일동제약도 1분기 실적이 하락세를 보인 상태다. 일동제약의 어려움에 이어 일동후디스의 어려움이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일동제약은 1분기 영업이익을 75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전년대비 36% 감소한 34억 원에 그쳤다.
승계작업도 더딘 편이어서 계속 다양한 가능성들이 점쳐지는 상태다.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 장남인 윤 사장이 보유한 지분이 1.6%에 불과하며 지주사 전환에도 실패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동후디스와 일동제약 측은 이 같은 가능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추가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히며 “올해 초 지분 매각도 자산 유동성 때문에 진행된 것이지 경영권 분쟁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일동제약 관계자 역시 “관계사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는 일동후디스가 일동제약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관계사의 입장에 있는 만큼 상대방의 주식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상시로 의사교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녹십자는 일동제약 주식을 29%가량 보유한 주주로 일동제약과는 회사와 주주 관계로만 있다”며 “현 시점에서 일동후디스의 일부 측면만을 가지고 회사의 경영 상태를 단정짓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주식 소유 여부와는 별개로, 당사는 경영 안정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