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기한의원 박치영 원장>
한의원은 부부 단위나 가족 단위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다. 아마 한의원의 진료 형태가 전통적으로 보약 위주의 한약 처방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추측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한의원에는 이러한 보약 처방보다는 부부나 연인이 함께 곤지름, 즉 성기 사마귀를 치료하기 위해서 내원하시는 분들이 급증하고 있다.
성기사마귀인 곤지름은 성병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최근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많은 분들이 진료를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를 할 때 어색한 침묵이 흐르거나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하지만 곤지름은 사마귀일 뿐이다.
오늘날 피부 면역력의 저하로 인해 아토피를 비롯해 사마귀로 고생하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곤지름은 성적으로 자유로워진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로 인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곤지름은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성기와 항문 등 생식기 주변에 발생하는 사마귀이다. 일반적으로 2~6개월의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생하는 부위 또한 아무래도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조기에 병의원에 내원해서 치료를 받는 분들이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을 찾는 곤지름 환자는 비뇨기과나 산부인과에서 비롯한 다양한 치료를 받은 이후 재발해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신을 갖고 한의원을 찾는다.
바이러스는 그 특성상 쉽게 변종 바이러스화 되거나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늘날 뇌수술을 비롯해 심장이식까지 가능한 서양의학으로서도 바이러스는 완전한 정복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바이러스를 한의학에서는 정복하거나 파괴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체계가 건강해지면 스스로 인체에서 멀어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한의학의 핵심 이론 중에 부정거사(扶正祛邪)라는 이론이 있다. 문자 그대로 정기를 도와서 사기를 물리친다는 의미이다. 정기라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면역이라는 의미이다. 사기는 바이러스, 세균, 진균 등을 의미한다.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는 표현도 있다. 튼튼한 면역력이 형성되어 있다면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함부로 인체에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면역력을 상승시켜 바이러스를 치료한다. 곤지름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즉 건강한 면역력의 회복을 통해서 사마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한의학에 있는 것이다. 곤지름을 유발한 바이러스에 집중해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패러다임이 다르다. 하지만 서양의학도 의학이고 한의학도 의학이다. 같은 인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의 치료 접근이 가능한 것일 뿐이다.
각각의 질병 발생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 서양의학이다. 그에 비해 그 질병이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스토리에 집중한 의학이 바로 한의학인 것이다. 인체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한의학적인 관점이 유용한 질환이 무척 많다.
곤지름을 유발한 바이러스에 집중해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서양의학과 그 곤지름이 발생한 인체의 면역력을 상승시켜 곤지름 바이러스를 2차적으로 인체 내에서 제거하는 한의학적인 치료가 서로 수평선을 달리지 않고 통합되기를 기원해본다.
정리=조아라 기자
생기한의원 박치영 원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