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계 vs 미국계 국내침투, 마지막 승자는
8월 결판, 인수금액 상승 가능성…사측 ‘미소’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스물 여덟 번째로 아주캐피탈(대표 이윤종)이다.
아주캐피탈의 주인이 또 변경을 예고한다. 10여 년 만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엔 국내기업에 매각됐다면 이번엔 외국 기업에 매각될 전망이다.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최근 숏리스트 4곳을 선정했는데 이들 모두가 외국계 투자자로 전해진다. 이 리스트에는 자본력을 갖춘 일본 제이트러스트(J트러스트)와 미국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이하 아폴로)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한동안 J트러스트로의 매각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함께 참여 의사를 밝힌 국내기업이 인수의사를 접으면서 독주까지도 예견됐다. 특히 J트러스트가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주캐피탈의 주가가 요동을 쳤다. 아주캐피탈은 3일간 주가변동률이 15%에 달해 지난 2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아폴로사가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선의의 경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아폴로도 몇 년 전부터 한국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아직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적이 없는 만큼 아주캐피탈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폴로는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TPG 등과 함께 세계 5대 사모펀드로 꼽힌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1990년 설립됐으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산 1580억 달러(약 162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정통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형태를 포함한 사모 형태 지분 투자,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부동산 투자, 대체투자 등 다방면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사모 형태로 투자한 기업의 총자산 규모는 480억 달러(약 49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사모 형태 투자만을 위해 180억 달러(약 18조3500억원) 규모 8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를 놀라게 한 일도 있다.
때문에 아주캐피탈의 매각 금액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아주캐피탈이 자동차할부금융, 오토론(대출) 등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내수 자동차 판매대수와 직결, 판매대수 증가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진입장벽은 낮으나 차주 신용도와 연체율 관리 등의 노하우가 필요해 오랜 경험을 쌓은 아주캐피탈이 자동차 금융시장 성장에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아주캐피탈을 인수하게 되면 자동차금융까지 확보 소비자금융 포트폴리오가 완성될 수 있다”면서 “자동차금융은 전국적인 영업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생 금융사가 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대형업체로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질것이라는 분석이다.
매각 대상은 아주산업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74.16% 전량이다. 아주캐피탈은 지난해 말 영업이익 279억원, 당기순이익 190억원을 기록했다. 자산규모는 5조원대로 업계에서는 현대캐피탈에 이어 2위다.
매각 지분과 회사가 걸어온 길
아주캐피탈의 지분 가치는 시가로 2000억 원대 중반 수준이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매각가가 4000억 원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아주캐피탈의 전신은 1994년 2월 설립된 한국할부금융(주)이며, 팩터링 업무를 주로 해왔다. 1996년 1월 대우할부금융(주)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할부금융업을 개시했으며, 1998년 시설대여업과 일반대출 영업을 개시하였다. 이듬해인 1999년 4월 대우캐피탈(주)로 상호를 변경하고 8월에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주춤했다. 그러나 2000년 5월 개인 신용대부를, 2001년 3월 중고차 할부금융을 시작하였고, 2002년 12월 기업개선작업 자율추진기업으로 전환됐다. 2005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아주그룹에 편입된 뒤 2006년 신기술사업금융업, 2008년 외국환 업무 등을 등록하는 등 산뜻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5월 기보캐피탈을 인수했으며, 2009년 6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고 9월에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2012년 2월 아주저축은행(구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하기도 했다.
주요 사업은 자동차, 주택, 내구재의 할부금융, 리스금융, 개인대출 및 사이버 금융서비스 등이다. 아주산업(주)을 모기업으로 하는 아주그룹의 계열회사이며, 연결대상 종속회사로 아주아이비투자(주), (주)아주저축은행, 아주자산운용(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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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