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버리고 도전 통한 성취를
구태 버리고 도전 통한 성취를
  • 김의식 교수
  • 입력 2014-07-21 13:38
  • 승인 2014.07.21 13:38
  • 호수 1055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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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가정신을 ‘불확실성과 위험에 도전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활동’이라고 정의한다면 인류의 발전은 기업가정신 구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우리나라의 비약적 경제발전 역시 한국형 기업가정신 발휘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여 년간 우리의 도전정신, 근면성, 성실성을 통해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경제 하의 기업가 정신의 지속적인 발현이야 말로 세계경제의 침체속에서 한국이 헤쳐나갈 돌파구다.

2013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가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란 없던 것을 갑자기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강점이 있는 분야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혁신’의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를 중심으로 ‘빠른 자(The Faster)'와 ‘느린 자(The Slow)'로 구분한다.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을 수 있고 느린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뭔가 성취하려고 도전할 때마다 친숙한 환경을 버리고 불확실함과 낯설음에 마주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상을 반복할 따름이다. 도전의식 없이 단순히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 훌륭한 일을 해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일하기 때문에 꿈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조금 잘되기만하면 구태의연한 타성에 빠져 안주하기 쉽고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져 머지않아 도태된다. 각종 운동경기의 경우도 승부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과 집념으로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

문학에 있어서도 일상으로 부터의 탈출, 매너리즘의 안주에서 벗어나 ‘낯설게 하기’를 통하여 작품의 생명력을 이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1910년에 슈클로프스키가 주창한 이론으로 그는 문학은 언어와 문자에 의한 예술이므로 표현에 있어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가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예술은 삶의 경험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하는 것이기에,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탈피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비유하자면, 일상 언어는 마치 자판기에서 나오는 상품처럼 자동적으로 발화되는데, “시의 언어는 비스듬하고(oblique), 어렵고(difficult), 첨예하고(attenuated), 비틀린(torturous) 것이어야 한다”며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일상적인 습관으로부터의 탈출을 시사한 것이다.

문학뿐 아니라 야구경기에서도 감독이 매일 매일의 색다른 창조와 도전을 통해 달성한 과정을 보자. 김성근 야구 감독의 도전을 위한 집념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는 1973년 국가대표 코치에서 1984년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쌍방울레이더스, LG트윈스, SK와이번스 등 12개의 프로야구팀 감독을 거쳐 현재 고양 원더스 감독을 맡고 있다. 신과 같다 하여 야신(野神)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의 44년 야구 인생 중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 야구팬이라면 눈을 반짝일 만한 재미있는 내용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리더십이지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선수가 없다거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팀이 어렵다고 말하는 감독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돌파구를 찾는 것. 그것이 리더라고 했다. “이런 팀을 가지고 어떻게 야구를 하라는 거지?” 만년 꼴찌 팀이었던 태평양의 감독을 맡았을 당시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과의 첫 대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 순간뿐. 감독은 당시나 고양 원더스 감독을 맡고 있는 지금이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리더의 요건 가운데 하나는 절실함 속에서 나오는 ‘비상식의 발상’을 꼽았다.

“3년 동안 1승도 못한 선수, 혹은 대학선수시절 내내 게임을 뛰지 못한 투수를 프로시합에 투입할 수 있을까요? 그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것, 그것이 비상식의 길이라고 봅니다.” 비상식의 길이란 있는 길을 골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가야 길이 생긴다는 믿음이라고 말하는 한편, 안주에서 벗어나 강조하고 있는 ‘개척자정신’도 어찌 보면 자신의 이런 생각과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내게 가장 중요한 리더의 조건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끝까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살리는 것, 그게 리더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다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다. 리더는 그 사람만의 쓸모를 최대한 살려주는 사람이다. 1%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 1%를 완벽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프롤로그 중에서)

비상식의 발상과 함께 김성근 감독이 꼽은 또 다른 리더의 조건은 ‘희생정신’과 ‘신뢰’였다. 김성근 감독은 12번이나 팀을 옮긴 이유 중 하나로 자신이 구단주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감독이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리더가 조직을 잘 이끌어가려면 조직 구성원들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감독은 바로 선수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만들어줘야 하는 자리이다.”

40여 년을 야구에 몸담은 김성근 감독은 말미에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승부를 걸 뿐 다음은 없다는 뜻으로 더 깊은 뜻은 준비를 의미한다)' 정신을 기억해 줄 것을 당부했다.

생존을 위해 보다 효과적,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정된 사고나 행동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하고 중요한 가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내 키워야 한다. 이제 기업의 생존은 고객의 욕구충족에 있다. 고객의 욕구는 다양화되어 가격이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찾게 되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브랜드 감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가치창조가 필요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이는 국가·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스스로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을 보내지 않으면 물레방아는 돌지 않는다(Mills will not grind, if you give them no water)”는 영국 속담이 있다. “이제 이만큼이면 됐어"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공격적인 성장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국민들은 창조적인 일에 도전함이 바람직하다.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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