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카드 이용수수료 인하…비자의 아성 무너지나
불붙는 카드 이용수수료 인하…비자의 아성 무너지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7-21 11:05
  • 승인 2014.07.21 11:05
  • 호수 1055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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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브랜드 카드 세대교체 초읽기

 국내외겸용 카드 연회비는 사실상 국내이용 수수료
비자·마스터 멈칫하는 사이 은련·JCB 국내 보폭 넓혀

국제브랜드 카드사인 비자(VISA)의 국내 영향력이 옅어지고 있다. 예전만 해도 지갑을 열면 대부분의 신용카드에는 어김없이 비자나 마스터(MASTER) 로고가 박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비자를 고집하기보다 은련·JCB 등 다른 해외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이용자들이 늘어났다. 또 국내외겸용 카드를 구분해 발급받아 연회비 일부를 절약하는 이용자들도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금융당국의 고민과 국내 카드사들의 비용절감 노력이 국제브랜드 카드 이용수수료 인하와 연결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단면이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통상적으로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이용자들은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해외이용 수수료를 일정 비율로 지불해야 한다. 이 비율은 결제액의 1.0% 수준이며 많게는 1.5%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국내 카드사가 환전 비용으로 청구하는 별도 수수료가 더해지면 이용금액의 1.5~2%가 수수료로 나간다.

국내에서 사용할 때는 이용자가 아닌 카드사 간 거래가 이뤄진다. 이용자가 쓰는 국내 카드사는 비자와 같은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0.027~ 0.04%의 이용수수료를 치른다. 대신 국내 카드사는 이용자에게 국내외겸용 카드 연회비를 따로 청구한다. 국내전용 카드에 비해 추가되는 연회비는 2000~5000원선이다.

이렇게 지불된 국내이용 수수료는 해마다 1000억 원이 넘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 자국에서 비자 등의 결제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낸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이미 자체적인 결제망이 구축돼 있는데도 이 같은 수수료를 물고 있다.

이 수수료는 국내 카드사가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하는 전체 수수료의 90%가량을 차지한다. 해외도 아닌 국내 결제에서 국제브랜드 카드사들이 단단히 이득을 챙기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카드사들이 해당 수수료의 절반가량은 마케팅비 명목으로 다시 돌려받는다는 후문도 돌았다. 국제브랜드 카드사가 수수료의 일부를 다시 리베이트성 대금으로 건네 국내 카드사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또 해외 결제의 경우 이용자들이 국내 결제보다 몇십 배 높은 수수료를 직접 내고 있다. 이렇게 지불된 해외이용 수수료 역시 지난해 기준 1000억 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점유율 높지만 발급률 계속 줄어

사실 카드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제브랜드 중 하나가 비자다. 국내 사용자들의 해외이용 비율도 아직까지 비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카드의 해외이용 비율은 지난 1분기 비자가 56.6%로 전체의 과반수를 넘어섰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비자카드 발급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 중 비자가 부착된 카드 발급률은 지난해 27% 수준으로 낮아졌다. 2010년만 해도 40%에 달하는 발급률을 자랑하던 비자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카드사가 비자 등 국제브랜드 카드에 내는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해외도 아닌 국내이용 수수료로 나가는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외부에서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 수수료가 번번이 지적되면서 국부유출 논란까지 일 정도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국제브랜드 카드의 연회비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내전용 카드와 국내외겸용 카드의 연회비를 동일하게 부과하되 국내이용분에 대해서는 사용금액만큼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국내이용 수수료가 국제브랜드 카드 연회비가 돼 버린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이 쓴 만큼만 내는 방식이 나쁠 것 없다. 그러나 비자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들은 여기에 크게 반발하며 자국 정부를 움직이기까지 했다. 국제브랜드 카드를 겨냥한 이 같은 조치는 한·미 FTA 위반이며 영업방해라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결국 한미 간 통상문제로 일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은 개정안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그 사이 국내 카드사들은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비자·마스터를 제외한 타 국제브랜드 카드와 협업하기 시작했다. 국내결제에서 발생되던 수수료와 국내외겸용 카드의 추가 연회비를 모두 없애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중소형 브랜드는 연회비 폐지 움직임도

뜯어보면 국내 카드사들은 리베이트 명목으로 받던 금액이 없어질 것에 대비해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제브랜드 카드사로 빠져나가는 수수료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카드사들과 제휴에 나선 은련·JCB 등도 기존 비자·마스터에 비해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소 인지도는 있지만 국내 점유율이 낮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내 카드사들과 접촉 중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는 아멕스와 협업해 새 브랜드 ‘에스앤(S&)’을 출시했다. 국내외겸용 카드이면서도 국내이용 수수료를 없애 추가 연회비도 사라졌다. 하나SK카드는 아예 해외이용 수수료까지 없앤 ‘하나SK 글로벌페이 체크카드’를 아멕스와 선보였다. 삼성카드·롯데카드도 아멕스와 함께 국내이용 수수료가 없는 카드를 준비 중이다.

KB국민카드는 일본 JCB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새 브랜드 ‘케이월드(K-WORLD)’를 내놓는다. 이 역시 국내이용 수수료는 없애고 해외이용 시 수수료도 기존 1%에서 0.5%로 낮췄다. 앞서 비씨카드는 해외이용 수수료를 없앤 국내 토종 글로벌카드를 만들어 3년 만에 500만장을 발급하기도 했다. 또 비씨카드는 중국 은련(銀聯, Union Pay)카드와 제휴해 국내외겸용 추가 연회비를 없앤 ‘은련 BC카드’도 발급 중이다.

이들 카드는 국내이용 수수료를 없애면서 국내외겸용 카드의 추가 연회비도 함께 폐지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이용자들이 직접 내던 해외이용 수수료를 줄임으로써 향후 지속적인 이용수수료 인하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존 비자·마스터 측에서는 이용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자 측은 당장의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발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며 “상대적으로 중소형인 아멕스·은련·JCB 등이 국내시장에서 커나가면 비자·마스터도 이용수수료 체계를 손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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