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당성향 한때 84%까지 올라…상장사 평균은 10%대
사측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신경 써야 하나”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대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익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배당금 자체가 대기업의 부익부를 유지해 가려는 계책인 동시에 소득재분배를 외면하는 행위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배당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일양약품(회장 정도언)을 살펴본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제약사들은 많은 의혹 속에 쌍벌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시대를 맞이했고, 어느 때보다 윤리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일양약품은 현재 정도언 회장의 등기이사직 포기와 배당금과 관련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정도언 회장은 지난해 5월 임기만료일을 기점으로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또 같은 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선 대표이사 회장직도 퇴진했다. 안정적으로 연임해왔던 과거와 달리 갑작스럽게 모든 권한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한 수법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봉 5억 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이사들은 보수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한마디로 법 시행을 앞두고 개별 보수 공개를 하지 않으려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전문경영인에게 등기이사직을 떠넘겨도 회사 지배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미련이 남지 않는다. 등기이사가 아닌 총수 일가는 회사경영과 관련된 주요 결정에 참여하는 가운데 기업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보수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등기이사직은 집단소송제 등과 얽혀 많은 책임을 짊어진 자리다. 법적 책임을 빠져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떳떳한 경영을 하기만 한다면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라도 등기이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양약품이 등기이사 몫으로 내놓은 보수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일양약품은 2010년부터 2012년 회계연도까지 등기이사 3인에게 총 23억92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2010년 회계연도에는 정도언 회장, 김동연 대표이사 사장, 이동준 이사에게 8억1300만 원을 분배했고 2011년과 2012년 회계연도엔 정도언 회장, 김동연 대표이사 사장, 정유석 상무이사에게 각각 8억 원, 7억7900만 원을 손에 들려줬다.
배당금은 22.7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정도언 회장이 2010년 회계연도와 2012년 회계연도를 통해 7억2300만 원을 가져갔다. 올해 역시 배당성향이 44.34% 수준에 달했고 직전 회계연도에는 84.75%까지 배당 성향이 오른 바 있다.
10% 수준에 그치는 주요 상장기업의 배당성향과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를 일양약품의 당기순이익과 비교 해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일양약품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부터 2012년 사업연도까지 각각 21억900만 원, 13억8600만 원, 20억7300만 원 등 총 55억6800만 원을 기록했다. 등기이사들에게 지급된 보수는 당기순이익의 43%에 육박하는 액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도한 고액배당은 상장사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거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확실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내부출신 사외이사?
마지막으로 일양약품은 사외이사들의 역할론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외이사란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경영에 대한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일양약품의 사외이사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2012년 회계연도 3년 동안 일양약품의 사외이사들은 76개의 안건을 거치면서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다. 2013년 회계연도 3분기까지 97개의 안건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반대는 없었다.
더욱이 사외이사 중 우재영씨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일양약품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바 있다. 퇴임한지 2년이 지난 뒤 사외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외부 인사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우재영씨의 전임자였던 이영기씨 또한 일양약품 관리본부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내부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때 대주주를 견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감안하면 일양약품 주위에서 비판적인 견해가 나오는 것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봤을 때 일양약품은 총수를 위한 경영 방침을 중심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듯 보인다. ‘기업은 영원히 존재하면서 계속적으로 확대 유지 발전하는 것이 기업의 궁극적 사명이요, 유일한 가치이고 지고한 존재의의라 할 것’이라는 일양약품의 경영이념에도 사뭇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한편 일양약품은 각종 의혹들과 관련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법에 저촉되는 일들도 아닌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특별히 검토해보거나 대답할 문제도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