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나선 학생·유가족 보기 부끄럽지 않나
길거리 나선 학생·유가족 보기 부끄럽지 않나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7-21 10:35
  • 승인 2014.07.21 10:35
  • 호수 105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류하는 세월호 특별법
▲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등을 요구하며 1박 2일동안 40km 이상을 도보로 행진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한 단원고 학생들이 국회 쇠창살에 노란 깃불을 매달고 있다. 정대웅 기자

여당·법무부 ‘수사권 부여 반대’ VS 야당 ‘총체적 수사 필요
조사권 가졌던 9.11테러진상조사위원회, 전직 대통령도 수사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7월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혀 책임자들을 처벌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쟁점은 세월호 특별법 조사위원회 수사권 부여 문제다. 여당과 야당은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법무부까지 가세해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가족은 국회와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도 도보행진을 하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유가족들은 정치권 모두를 비판했다. 정치적 싸움이 아닌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새누리당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사권 왜 못 주나

현재 여야가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문제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금까지 민간 기구에 수사권을 준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또 형사사법체계와 배치 돼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검찰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번 내주기 시작하면 추후 다른 조사위원회가 구성될 때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할 것이 뻔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300여명 이상이 사망하는 전무후무한 참사 앞에서 지금까지 없었으니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세월호 참사는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다. 단순 인재라기보다는 세월호 직원, 청해진해운, 공무원, 해경, 유관기관 인사, 정부 등 총제적인 수사가 필요한 사건이다. 그래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수사기관이 아닌 곳에서 수사권을 가진 적이 없다”는 황교안 법무장관의 발언은 검찰이기주의라는 여론을 일게 했다. 그래서 야당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검찰의 수사 기소 독점주의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경·해군·청와대 관계자 올까

문제는 수사권이 없는 조사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된 조사를 할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에는 사기업인 청해진 해운 외에 해경, 해군, 정부부처 심지어 청와대까지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만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다. 그런데 수사권이 없다면 과연 관련 부처 담당자들이 수사에 응할까. 조사위원회의 활동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도 장담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국정조사위원회 기간에도 자료제출을 미루거나 방해, 은폐했고 시간만 보냈던 것이 바로 그들이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수사권은 필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단식을 해가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특별법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에 한정해 수사권을 부여한다면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일도 아니다. 또 야당의 주장대로 전현직 검사와 경찰관을 조사위원회에 파견해도 되고 변호사들을 조사위원회에 배치해도 된다. 수사권과 조사권을 무조건 줄 수 없다고 고집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수사권 사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최근 끝난 국정조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구조지시를 제때 내리지 못한 청와대를 행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근혜 구하기 나선 새누리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수사를 시작한다면 결국 칼끝은 청와대를 향하게 될 텐데 새누리당은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총대를 메고 조사위원회의 힘을 빼야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회 회기 내에 세월호 특별법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새누리당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언제까지 반대를 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야권에서는 한발 물러서며 대체안을 마련하고 있고 유가족과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거리로 나와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100일이 되는 7월 24일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특별법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논의 중인 상황인 만큼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7월 24일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가 없다.

한편 세월호 특별법에서 수사권 부여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하자 미국의 사례가 주목 받고 있다. 미국의 9.11테러진상조사위원회는 수사권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조사권을 갖고 백악관과 CIA 등 정보기관과 부시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위원회는 조사 후 백악관과 CIA, 부시 대통령 등이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들의 테러 움직임을 사전에 알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가능한 일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는지 묻는 유족들의 질문에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무엇이라고 대답할지 궁금하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