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원금 펜싱협회에 안 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원금 펜싱협회에 안 줘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7-21 10:31
  • 승인 2014.07.21 10:31
  • 호수 1055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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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문체부

▲ <뉴시스>

“투서내용은 이미 오래전 마무리 된 사건들이다”
문체부 지원없이 6년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당초 지원하기로 했던 대회 지원예산 9억 원을 집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펜싱협회는 지난 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2014 아시아 펜싱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대회와 관련, 펜싱계에서는 “문체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국제 펜싱 대회 지원금을 내려주지 않아 펜싱인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제 펜싱대회의 지원금을 끝내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펜싱협회 내부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4월 펜싱협회에 대한 투서를 접수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펜싱협회는 악의적인 투서이고 진위여부가 불투명한 내용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체부-협회 갈등의 시작

대회를 한 달 앞둔 지난달 초경 문체부는 정부지원금을 놓고 “협회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통보했다. 펜싱은 비인기 종목인 까닭에 협회 자금이 부족한 편이다. 이에 협회는 정부지원 없이는 대회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회는 문체부 통보 이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회개최일 직전까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걸린 세계대회 개최인 만큼 전에는 정부지원금이 집행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가졌던 게 사실이다. 대회 개최 당일 협회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결국 문체부는 대회운영지원금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대체 왜 주기로 한 지원금을 문체부가 주지 않고 버티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돼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 같이 결정한 이유는 문체부 내 4대악 신고센터에 접수된 투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 1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대한펜싱협회 내부에 문제가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전에는 지원예산을 집행하지 않기로 우리(문체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투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펜싱계 일부에서는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조사 중인 사안이고 펜싱협회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투서가 접수됐다고 해서 세계대회 지원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투서에 어떤 내용 담겼나

문체부에 접수된 투서 내용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펜싱협회 임원 이모씨의 전횡으로 협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게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서에는 문체부가 펜싱협회 부조리를 적발하고도 사실상 ‘면죄부’를 줬으며 이로 인해 펜싱협회 내부의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씨의 전횡도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지난 4월경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감사를 통해 대한펜싱협회의 비위를 적발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펜싱협회 내부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투서는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추가 조사를 통해 이씨 등 문제 인사를 교체해 내부정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외에도 펜싱협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진정을 접수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실업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을 횡령했지만 유야무야 됐고, 협회 임원 자녀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군 면제혜택을 받았다는 내용도 투서에 담겨있다.

문체부는 이씨와 관련된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문체부는 펜싱협회가 임원들의 비리를 폭로한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증언을 강요했고 그 중심에는 펜싱협회 상임고문으로 있는 이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투서에는 이씨와 관련, 이씨가 직제에도 없는 자리에 앉아서 펜싱협회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문체부는 이미 조사를 통해 8건의 펜싱협회 비위 사실을 적발했고 펜싱협회가 무단으로 이씨를 상임 고문으로 위촉해 모든 예산 집행에 대한 결제권을 준 의혹도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라 이씨가 200만 원의 활동비와 함께 각종 대회가 열릴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여비를 받아온 사실도 추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투서에는 문체부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도 이씨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거나 부당하게 지급된 활동비 등을 회수하지 않고 오히려 정관을 개정해 근거 규정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펜싱협회를 사실상 봐주려 했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다. 투서의 이 같은 내용이 청와대에도 흘러들어가 문체부가 곤역을 치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한 짓

그러나 펜싱협회 내부에서는 문체부의 투서가 대부분 사실무근이며 펜싱계의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투서를 접수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문체부가 문제삼고 있는 내용은 이미 조사를 통해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부 내용은 아직 조사가 계속되고 있으나 명확한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펜싱계의 한 인사는 “투서내용은 이미 오래 전 조사를 통해 마무리된 사건을 재탕한 것이고 현재 이와 관련된 아무런 문제도 없다”며 “김 차관도 국제체육과도 투서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더구나 펜싱국제대회 지원금이 나가지 않을 만큼 심각한 사안도 아니고 진위가 밝혀진 사건도 없는데, 이렇게 대회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에 직접 확인한 결과 문체부는 대회지원금을 집행하지 않은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 석연치 않은 점은 정부지원금을 펜싱협회에 내려주는 문체부 내 해당부서(국제체육과) 관계자들조차 대회 예산을 놓고 말이 서로 엇갈린다.

해당 사안은 문체부 국제체육과의 한 관계자는 “펜싱협회가 형사사건에 휘말려 지원금 못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펜싱협회로 지원예산이 책정된 내용이 아예 없다. 협회에 문제가 있어서 지원금이 못나간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고, 내가 알기로 협회에서 지원금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원금을 문체부가 안 주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또 김종 문체부 차관 측은 “국제체육과에서 지원금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김 차관은 결재만 했을 뿐 김 차관이 해당 사안에 대해 특별히 지시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3인의 말이 서로 달랐다.

한편 지난 7일 끝나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개인전 전 종목 금메달과 단체전에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금9 은5 동2로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올해 우승으로 6년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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