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권 레이스 돌입?
이명박, 대권 레이스 돌입?
  • 이인철 
  • 입력 2004-11-29 09:00
  • 승인 2004.1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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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이 대권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신행정수도 건설법 위헌판결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인 이 시장은 여세를 몰아 대권레이스에 박차를 가하려는 태세다. 당 일각에선 박 대표보다 이 시장 카드가 매력적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 시장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의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찬회동을 가졌던 이 시장은 지난 18일 저녁엔 국회 건설교통위 소속 의원들과 만났다. 원내 의원들과의 잦은 만남을 두고 당 일각에선 ‘이 시장이 본격 차기레이스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18일 저녁 안택수, 한선교, 김태환, 김학송, 박혁규 의원 등 건교위 소속 의원들과 만남에서는 대권에 대한 이야기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늦은 시각까지 계속된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박 대표, 손 지사와 함께 당의 외연을 넓히는데 있어 적극 노력해 갈 것”이라고 참석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장 측은 “지난번 국정감사 때 행정수도 이전공방과 관련한 한나라당 건교위원들의 협조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국감 뒤풀이 자리 정도였다”고 설명했다.그러나 당내에선 이 시장의 대선행보가 본격화된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은 최근 행자위, 건교위 소속 당내 의원들과 만나기 전 이미 당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및 서울시 출신 의원들과도 모임을 가졌다”면서 “이 시장측은 정치적 의미로 바라보지 말라고 주문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고서야 서울시장이 국회의원들을 왜 만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결국 차기레이스를 위해 이 시장이 원내 자기세력 구축의 일환으로 의원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이 시장이 당 소속 의원들과 만남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헌재의 위헌판결이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당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이 시장은 줄곧 행정수도 이전 반대 입장을 주도하며 위헌판결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이같은 프리미엄을 살려 당내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헌재의 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이 시장이 확실히 뜬 반면 박 대표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다 상처를 입고 말았다”며 “헌재 결정이후 당내 구도를 보면 박 대표가 어렵게 가는 반면 이명박 시장은 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헌 결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 시장이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분명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도 이제는 안정되었다는 평가이고 청계천 복원공사도 현재 70%이상 진행되어 내년 9월 완공예정인데 그 다음해 지자체 선거와 절묘하게 연결된다”고 이 시장의 당내 입지가 점차 확고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게다가 이 시장은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 당의 지지기반 중 하나인 보수 세력으로부터 본인이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외연적인 측면에선 대권주자로서 이미지 메이킹에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내 경선주자들과의 경쟁이다. 결국 이 시장은 당 중심에 있지 않다는 약점을 극복하기위해 원내 의원들과의 만남을 통한 신뢰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 시장 측은 아직 대권플랜이 본격가동된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시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춘식 정무부시장은 이 시장의 대권행보와 관련 “아직은 시정에 전념하고 시간을 두고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이어 “‘이 시장에게 너무 의식하면 안된다’며 ‘현실에 충실하면 장래가 보이지만 장래를 의식하면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직언을 했다”며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시장 직무를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정치권에 퍼진 ‘여의도에 개인사무실을 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부시장은 “주변에서 여의도에 사무실을 냈냐는 문의가 오지만 그런 적이 없다”며 “시청에 사무실이 있는데 굳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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