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동성애 열풍 ‘위험수위’
청소년 동성애 열풍 ‘위험수위’
  • 정은혜 
  • 입력 2006-02-22 09:00
  • 승인 2006.02.2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소년 동성애’ 열풍이 거세다. ‘동성애’는 그동안 성인들 사이에서 음성화된 코드로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왕의 남자’ 인기몰이에다 남자 연예인을 동성애자로 그린 ‘야오이 팬픽(인기 남자 연예인을 동성애자로 그린 일본 문학 작품)’이 여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동성애’가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동성애’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동성 간 교제는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됐고, 동성애 잡지를 돌려보거나 동성애 사이트에서 만나 성관계, 상대를 바꿔가며 사귀는 ‘동성 스와핑’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동성애가 지나치게 미화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며 “성에 대한 가치관 확립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친구에게 관심 없어

“잘 사귄 동성친구 하나 열 이성친구 안 부러워요.” 동성친구와 사귄지 2개월 됐다는 중학생 박모(15)군의 말이다. 박군은 원래 이성친구와 사귀는 이성애자였지만 최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이를 인정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처음엔 내가 미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정신과 상담도 몰래 받아 봤죠.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이렇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박군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하게 된 건 지난 1월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나서다.“극중 연산군이 여장남자인 공길에게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보고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면서 흥분되더라구요. 제가 동성애자임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동성 간에도 저런 애틋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성 간에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박군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동성애 성향에 대한 공포가 사라져 당당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L동성애 사이트에서 만난 동성친구와 입도 맞추고 성관계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L사이트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또 다른 회원 김모(15)군. 김군은 “이 사이트에서 동성 간 섹스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즐겨보고 있다”며 “특별회원이 되면 야한 동성애 잡지도 얻을 수 있어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한다”고 전했다.“흔히 동성 간 관계는 육체적으로 만족을 채울 수 없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더 짜릿하고 흥분되죠.” 이 사이트에서 만나 커플을 바꿔가며 ‘동성애 스와핑’을 하는 청소년까지 있다. 호기심에 사이트에 들어왔다가 동성애를 느끼게 됐다는 이모(17)군은 “사이트 내 그룹별 방에 들어가 그들과 농도 진한 성관계를 갖게 됐다”고 귀띔했다. 게이와 레즈비언 그룹으로 나누어진 이 사이트는 가입자들에게 자신의 성적 취향과 원하는 상대방의 몸매, 나이 등을 자세히 기입토록 해 그룹섹스 등 변태적인 성관계도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이나 소수에 의해 이뤄지던 동성애 관련 현상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되기도 한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공원에는 저녁시간이 되면 10대 여학생들이 서로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지는 등 애정행각을 벌이는 동성애 커플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여학생들은 보통 ‘야오이 팬픽’에 빠져 동성애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오이는 ‘남성 동성애를 통해 여성의 성적 욕망을 반영하는 여성성애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야오이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두 명의 남성이 연애 관계를 발전시키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며 직접적인 성 묘사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그간 여성성애물에선 볼 수 없었던 성적 장치에 여학생들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동성애 사이트가 부추겨

이러한 청소년들의 ‘동성애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 또는 ‘극히 일부일 것’이라고 여기는 일반적 통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에이즈 퇴치연맹 I-SHAP(Ivan Stop HIV/AIDS Project) 사업부 등에 따르면 대구의 경우 동성애자들이 드나드는 술집이 14곳 정도 되는 등 대구시내에만 동성애자들이 수백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적인 통계는 나와 있지 않으나 현재 수많은 인터넷 동호회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나날이 가입자와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동호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영화 ‘왕의 남자’가 상영된 이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최근 생성된 동성애 관련 사이트 수는 6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는 하루 방문객이 수백여 명에 이르고 가입자 수는 수십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문나면 학교생활 ‘끝’

이처럼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동성애 열풍’은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영상 매체의 호의적인 시각, 트랜스젠더(성 전환자)나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등장 등으로 인해 ‘동성애’에 대한 이질감이 많이 옅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심해 보인다. 학교 내 검열이 강화된 것은 물론 친구끼리 손만 잡아도 동성애자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최모(16)양은 “일단 레즈비언이라고 소문나면 선생님부터 이상하게 봐요. 반성문을 쓰는 건 기본이고 징계와 처벌이 뒤따르죠”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반 애들 중에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아이의 교과서를 찢는가 하면 책상 뒤엎고 때리기도 해요. 한마디로 학교 졸업할 때까지 개 취급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죠”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지나치게 미화되고 있는 ‘동성애 바람’이 청소년들 사이에 주체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동성애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되, 성에 대한 정체성이 채 여물지 않은 시기인 만큼 일선 교육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