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급 외모 안되면 부킹사절”
“연예인급 외모 안되면 부킹사절”
  • 이수향 
  • 입력 2006-02-15 09:00
  • 승인 2006.02.1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격적인 졸업시즌이 다가오면서 대학졸업생들은 졸업파티 준비에 한창이다. 그들에게 졸업파티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를 넘어, 빼놓을 수 없는 일생일대의 대행사로 자리잡았다. 졸업파티는 학교와 과에따라 천차만별로 이루어지는데, 최근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불리는 서울대 경영대생들이 청담동의 고급호텔에서 화려한 졸업파티를 열 계획임이 알려져 화제다. 일부 명문대생들에게 졸업파티는 ‘그들만의 리그’를 나타내는 동시에 타그룹들과 ‘구별짓기’ 역할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SKY는 졸업파티도 특별하다.

“SKY대 학교 졸업식날은 대박나는 날이죠. 아주 미어터집니다. 룸예약은 이미 다 끝난 상태구요. 당일엔 초저녁에와도 부스를 못잡습니다.” 강남의 A호텔나이트클럽 관계자의 말이다. 졸업식날은 최소 수십~수백만원이 드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룸을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클럽에서는 정오부터 ‘가위바위보’ 혹은 ‘제비뽑기’를 하거나 영업이사와의 친분을 총동원해서 룸을 차지하려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작년에 Y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L(28·남)씨는 “우리 과에서 호텔나이트클럽에서의 졸업파티는 ‘전통’처럼 내려왔다”며 “그날은 아예 작정하고 노는 날”이라고 말했다.

L씨를 비롯한 졸업생 5명이 청담동의 A클럽에서 룸잡고 노는데 들어간 비용만 무려 600만원. 한 사람당 1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L씨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일생에 한번뿐인 특별한 날에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것이 L씨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신사동의 고급 바를 통째로 빌려 파티를 연 동기들도 있었는데, 업소대여비만 100만원에 주대와 안주를 포함, 총 1,000만원 이상이 들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보낸 경우, 평창동 구기동 성북동 등 ‘전통적’인 부유층인 경우, 혹은 강남 토박이 출신 ‘알부자’집 자제의 경우에는 한술 더 뜬다. 이들은 졸업파티 장소로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남동이나 평창동, 청담동 일대의 바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들은 개인적인 친분보다는 환경적인 동질감으로 뭉친 경우가 많다. 즉 ‘아버지의 고향’ 및 ‘해외거주 경험여부’, ‘유학여부’, ‘전공’ 등에서 공통요소가 있는데, 소위 부모 잘 만난 ‘명문가 탕아’들도 적잖다는 것이 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명품으로 ‘꽃단장’ 노는 것도 ‘수준급’

“요즘엔 명문대 애들이 더 잘 놀아요. ‘명문대=모범생’이라는 공식은 사라진지 오래예요. 걔들 노는거 보면 끝내줍니다. 어떻게 명문대갔나 싶다니까요.” B클럽의 웨이터들에 의하면 졸업파티는 대학과 학과별로 천차만별이다. “졸업식이라도 다같은 졸업식이 아니에요. 시시한 대학들은 졸업식날인지조차 모르죠. 그렇지만 명문대 졸업식은 며칠전부터 난리도 아니에요” 요즘 SKY출신들은 노는 것도 ‘엘리트급’이라는 것이다. 이는 졸업파티 때도 예외가 아니다. 오후만 되면 명품으로 ‘꽃단장’을 한 졸업생들이 모여드는데, 보통 졸업파티는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경영대와 예체능대 학생들이 대체적으로 잘 꾸미고 잘 노는 것은 일반적인 특징. 특히 전통적으로 ‘물’ 좋기로 소문난 Y대 경영대와 체대, E대 음대 및 미대, 무용과 학생들은 졸업파티에서도 단연 튄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S대 졸업생들까지 호화파티 계열에 합류, 완벽한 엘리트 군단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번에 Y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는 J씨는 이를 ‘문화적 동질감’으로 설명했다. “타과에 비해 강남애들이 유독 많았어요. 8학군 출신끼리는 ‘명품’이나 ‘청담동 문화’같은 강한 동질감이 형성돼 있었죠.”

엘리트 애인 구하기 ‘문전성시’

흔히 ‘연예인룸’으로 불리는 ‘매상룸’은 잘 나가는 명문대 졸업생들에게 단연 인기. 이들이 좋은 룸을 잡으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비싼만큼 질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 및 가라오케 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매상룸의 경우, 업소 간부급과 친분없이는 잡기도 힘들 뿐더러, 기본적으로 주문해야하는 술과 안주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일반 테이블에 비해 몇배의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 프리미엄급 양주 서너병과 고급안주 몇 개만 시켜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기본. 하지만 비싼 값을 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비싼 룸을 잡고 고급술을 시키면 부킹도 ‘시시한’ 애들은 안해줘요. 연예인급이죠. 그런데 ‘우리’들은 외모만 괜찮다고 ‘퀸카’로 보지 않습니다. 머리에서 깡통소리나는 애들하고는 죽어도 못 만나요. 하루 데리고 노느건 몰라도…”

이번에 졸업을 앞두고 있는 S대 경영학과 졸업생 P(26·남)씨는 본인이 ‘엘리트’인만큼 파트너 역시 그에 준하는 여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만 번지르한 여성에 반하는 ‘멍청한’ 남자들은 적어도 우리과엔 없어요. ‘외모가 되면 다 용서된다’는 것도 안통해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외모에 지성까지 갖춘 여성을 원하죠. 일단 이 클럽에서는 생활환경이나 문화적으로 통하는 애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웨이터들에 따르면 명문대 졸업식날은 최상의 매상을 올리면서도 가장 일하기 편한 날로 꼽힌다. 졸업생들이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것과 여성들이 외모에 구애받지 않고 부킹에 순순히 응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까탈스러운 여성들도 이날만큼은 적극적으로 부킹에 응할뿐더러, 대놓고 ‘오늘 졸업생으로 해줘’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퇴짜를 맞을 스타일의 남성들도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호감의 대상이 된다.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클럽 부킹에서도 졸업식날에는 ‘명문대’프리미엄이 외모를 커버한다는 것이다. “영악한 여자들은 화려하게 꾸민 경영대나 예체능계보다는 수수한 ‘학구파’ 스타일을 선호해요. 비전을 보는거죠. 특히 내로라하는 회사에 취직이 된 경우나 의대, 법대생들은 인기 최고예요.”작년에 S법대를 졸업한 H(27)씨는 명문대 졸업식날에는 유독 ‘끼리끼리’ 짝짓기가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상대의 외모보다는 학력 및 조건을 보는 여성들이 확실히 많다는 것이 H씨의 말이다. 그는 “졸업식날 부킹 온 여성들이 맨 먼저 묻는 말이 ‘오늘 S대 졸업하셨어요?’였어요.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지죠. 출신학교와 사시패스에 대해 얘기하면 부킹 온 여성들 표정부터 달라지던걸요”라며 웃었다.

“화려한 파티는 열심히 공부한 대가”

그러나 명문대들의 화려한 졸업파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이 곱기만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굳이 졸업파티를 그렇게 유별나게 할 필요가 있냐’, ‘요즘같은 불경기에 수백만원짜리 졸업파티가 웬말이냐’는 비판도 들린다. 또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가진자와 못가진자’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한다거나 ‘유치한 구별짓기’ 혹은 ‘그들만의 리그’, ‘졸부자제들의 잔치’라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높다. 또 일부 졸업생들의 일회성 짝짓기 행사로 변질됐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명문대 졸업생들의 항변은 다르다.

이번에 서울대 졸업파티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한 남성은 일생에 한번뿐인 졸업파티를 근사하게 치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작년에 특급호텔 클럽에서 졸업파티를 했다는 여성 역시 “호화스런 졸업파티가 뭐가 문제죠? 명문대생들끼리는 일종의 자부심이 있어요.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한 대가로 당연한거 아닙니까. ‘명문대’를 들먹이며 문제삼는 것은 열등감의 표출로밖에 안보여요”라고 반박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