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들 여성들 중에는 국내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빚을 지게 되거나, 인신매매의 굴레에 빠져들기도 하는 등 비참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해외로 나간 ‘나가요’ 여성들의 비참하고 어두운 실상을 취재했다. 국내의 ‘나가요 걸’들이 해외취업을 위해 가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홍콩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호주나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도 ‘나가요’일을 하는 한인여성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실태다.
인신매매 표적되기 일쑤
나가요걸들이 해외로 나가는 목적은 단연 돈이다. 국내에서 일할 때보다 많은 수입이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 것. 따라서 이국으로 가는 여성들은 누구나 장밋빛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나가요걸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일본. 성과 향락문화가 발달해있는 일본의 경우, 취업이 쉬울 뿐 아니라 환율차이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만 하면 한국에서 버는 돈의 10배 정도는 거뜬하다는 인식이 나가요걸들 사이에서는 널리 퍼져 있다.하지만 여성들이 원정 취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에서 3년간 나가요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는 A(29)씨는 “‘외국’이 주는 묘한 낭만감이 나로 하여금 일본행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학벌도 돈도, 마땅한 기술도 없는 그녀로서는 한국에서의 별볼일 없는 생활이 너무도 지겨웠다고 한다. “성매매 업소 및 룸살롱 등을 전전하는 생활에 너무 회의가 들었어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했구요. 마치 ‘하루살이’처럼 사는 게 지옥같았죠. 하루하루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숨이 턱턱 막혔어요. 아무 꿈도 없었거든요.”특히 업소여성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눈초리는 더없이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그래서 A씨가 선택한 것이 해외취업이었다.“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제가 할 수 있는게 이 일밖에는 없더라구요.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그렇잖아요. 일본까지 가서 술집에 나간다는게 내심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다른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해외취업을 알선하는 소개소의 권유에 따라 A씨는 25살의 나이에 동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취업은 ‘뒷전’ 성매매 강요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선택한 일본생활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장밋빛 환상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처절하게 깨져버렸다.“막상 현지에 가보니 소개소에서 들은 얘기랑 딴판이었어요. ‘가면 그냥 돈버는 거다’, ‘깨끗하고 안전한 업소에서 술시중 드는 일’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모두 거짓말이었죠.”최소 월 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그녀가 소개받은 곳은 룸살롱이 아니라 ‘마사지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마사지만 하면 된다는 소개소 브로커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애무부터 섹스까지 이뤄지는 풀코스 업소더라구요. 게다가 국내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변태행위를 강요받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불법 안마시술소는 일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한달을 못견디고 다른 업소에 취직을 했지만, 그곳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업소측에서 제시한 고액수입도 사실과 달랐어요. 한달에 하루도 안쉬고 죽도록 일해야 벌까말까한 금액이었던거죠. 업소에 적응도 안되고 일은 너무 힘이 들고…월급날도 못 채우고 다른 업소들로 계속 옮겨다니다보니 돈은 금세 바닥났어요. 일본 물가가 좀 비싼가요. 빚만 잔뜩 지고 3년만에 일본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일본업소생활은 막노동
일본에서 2년간 일을 했다는 C(30)씨. “한국에서 가깝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한류’열풍으로 내심 많은 기대를 했었죠. 그러나 브로커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 섣불리 일본으로 갔다가는 큰일나요. 야쿠자와 연결되어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도망을 쳤다가는 뼈도 못추립니다.”C씨에 따르면 일본에는 소위 ‘크라브’라는 술집이 있다. 룸살롱과 같이 폐쇄된 공간은 아니고 마치 한국의 카페와 같이 오픈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당수의 한국 여성들은 바로 이 크라브에서 일을 하게 된다. 흔히 브로커들은 이곳 크라브에서 일을 하게 되면 한달에 약 1천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금액이 아가씨들의 수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1천만원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식사비에 옷값 등을 제외하면 손에 쥐는 금액은 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또 크라브에서는 아가씨들간의 규율이 엄격해서 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수백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크라브에 있는 ‘도황’이라는 제도는 나가요걸들을 가장 악질적으로 괴롭히는 제도. 한달에 7번 정도는 자기 손님과 함께 출근을 해서 술을 먹어야 하는 것인데, 실제로 이에 응하는 남성들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소개소의 브로커들은 일본에서의 생활이 ‘가족같은 분위기’라고 현혹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문제. 아가씨들끼리 이지메(왕따)를 하는 경향도 강하고,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다툼으로 인해 가족같은 분위기는 사실상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에스데’라는 곳이 있는데, 남성전용 안마 시술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말만 성매매를 하지 않을 뿐 일의 강도는 공사판의 노가다 수준이라고 한다. 30분에 3만원 정도를 받지만 안마에 샤워, 그리고 소위 입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야 한다는 것.
‘열악한 환경’에 ‘진상’들 판쳐
미국에서 1년간 나가요걸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B(27)씨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B씨는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고 털어놓았다. 우선 나가요걸의 가장 큰 관심사인 수입문제에 대해 그녀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해외에서 일한다고해서 무조건 고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세상에 ‘눈먼돈’은 없는 법이죠. 물론 끝내주게 많은 돈을 버는 여성들도 간혹 있긴해요. 그러나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것이 그곳의 구조죠.”B씨는 현지의 업소생활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보통 원정취업을 할 경우 아가씨들은 매너좋은 외국남성을 접대할 거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이건 정말 엄청난 착각이에요.” 나가요걸들이 실제로 접하게 되는 손님들은 대부분 한인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접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보니 정말 가관이더라구요. 세탁소를 운영하고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는 한국 남성들이 손님의 다수를 차지하더라구요.”B씨가 문제삼는 것은 그들의 매너와 태도. “같은 한인이면 반가운 마음에 더 잘해줄 것 같죠? 전혀 반대예요. 매너가 좋기는커녕 오히려 더 ‘진상’을 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B씨가 일했던 곳은 미국내 한인타운 내에 있는 국내의 북창동식 룸살롱이었다고 한다. 북창동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그 업소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룸살롱 ‘쇼’문화를 지니고 있는데다가, 말까지 잘 통하는 예쁜 한국 아가씨를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 최고였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그나마 점잖은 편예요. 그러나 한인 남성들은 대부분 ‘본전’을 뽑으려는 생각으로 오더라구요.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많아서 온갖 것을 다 원해요. 특히 ‘한국 가게에서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B씨는 한국에서 일할 당시에도 만나보지 못했던 ‘진상’들을 미국에서 다 만나봤다며 흥분했다.홍콩 역시 마찬가지. 특히 홍콩은 그 열악한 시설 때문에 혀를 내두르는 여성이 많다. 방이 세 개 정도 있는 아파트에서 13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출퇴근 시간에 샤워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만 1시간에 이른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룸살롱의 대기실이라고 해봐야 창고 같은 곳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전부. 특히 단속이라도 나오면 마치 피난민들처럼 근처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도망쳐 피해야 한다고 한다. 또 시시때때로 엄격한 감시를 받는 등 사생활도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억울함 호소 자체가 불가능
이처럼 경험자들에 따르면 현지 나가요걸들의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문화적 이질감과 언어소통이 안된다는 점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불법취업자 신세이기 때문에 경찰을 부를 수도 없고 또 불렀다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취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핸드폰을 개설하거나 통장을 만드는 것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없는 등 나가요걸들의 생활에는 말못할 애로사항이 수두룩하다. 원정 취업을 경험한 많은 나가요걸들은 “그냥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것이 그나마 나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괜한 환상을 가졌다가는 몸고생, 마음고생만 톡톡히 하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 일본업소에서 1년째 일하고 있는 최지연씨 폭로 인터뷰“상대의 모든 요구에 응해야”
최지연(가명)씨는 지난 1년간 일본 도쿄의 한 크라브에서 일을 했었다. 처음에는 많은 돈을 벌 것으로 예상하고 갔지만 실제 1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손에 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녀는 “차라리 그 기간 동안 한국에서 일을 했다면 그것보다는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 일본에 간 이유는.
▲ 카드값 때문이었다. 그때 빚이 1천만원 정도였다.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어야 했다. 독한 마음을 먹고 일본으로 가서 6개월만 고생하면 될 것 같았다.
- 일본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 도황이라는 제도다. 한달에 7번은 의무적으로 손님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온갖 수모를 다 참는 건 물론 비굴할 정도로 상대의 모든 요구에 응해야지만 겨우 3~4번 데리고 올까 말까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처음에는 내 고객이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아가씨가 오면 바로 파트너가 바뀌는 게 현실이었다.
- 처음 2~3개월이면 내부 시스템을 다 알았을 텐데 금방 빠져나올 수는 없었나?
▲ 반스라는 게 있다. 한국의 마이킹 개념인데 이걸 사용하면 그 돈을 다 갚을 때까지는 다른 가게로 갈 수가 없다. 설사 한국으로 도망온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야쿠자들에게 잡히게 되어 있다. 심한 경우는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있어서 겁이 났다.
- 크라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 일본어를 잘하는 길이다. 일본어를 못하면 도통 언어소통도 안되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빨리 깨우칠 수 없다. 일본어만 잘해도 자기 살길은 자기가 개척할 수 있다.
- 원정취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웬만하면 말리고 싶다. 나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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