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인기 고급손님 즐겨 찾아
노래방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는 강남의 A노래방. 럭셔리 노래방의 원조격인 이곳은 노래방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린 혁명을 단행, 고급노래방의 입지를 구축했다. 대리석과 원목이 조화된 인테리어,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샹들리에 조명, 곳곳에 비치된 수입가구들은 마치 고급 호텔 로비나 룸살롱을 연상케한다. 카운터에는 업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다는 깔끔한 용모의 젊은 남성이 ‘점장OOO’라는 명찰을 달고 대기중이다.
아르바이트생 역시 친절+봉사의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한 ‘꽃미남’들 일색. 동네 구멍가게마냥 중년 아저씨가 눌러앉아 심드렁하게 손님을 맞는 것은 이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급 수입가구와 소파, 엔틱풍 테이블, 대형 평면 모니터 등을 갖추고 카페식으로 꾸며진 대기실은 부잣집 응접실에 가깝다. 연예인이 드나드는 강남의 최고급 미용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인테리어 비용만 최소 5억원이상 들어갔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임대료와 보증금 등을 포함하면 수십억원은 훌쩍 넘는 금액이다.
룸에 들어가면 럭셔리 노래방의 진가가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테마별로 구분된 룸은 저마다 특색있는 인테리어로 꾸며져있는데 마치 고급 펜션 혹은 잘나가는 텐프로 업소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찜질방처럼 따뜻한 바닥에 앉아 즐길 수 있는 일본식 다다미방은 겨울철에 단연 인기다. 테이블과는 별도로 꾸며진 미니 무대, 벽에 걸린 42인치 PDP TV, LCD, 완벽한 통풍을 자랑하는 공기청정 시스템은 기본.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조명과 5.1채널 MR반주기는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 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세련된 매너의 종업원
A노래방과 함께 럭셔리 노래방의 양대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B노래방 역시 마찬가지. 이곳은 인테리어 비용 및 보증금, 임대료를 포함해 무려 45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리조트, 명품관, 차이나, 태국 총 4가지의 인테리어 컨셉으로 구성된 총 33개의 룸은 제각기 독특한 인테리어로 입맛 까다로운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손님들은 개인취향과 연령, 모임의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룸을 선택할 수 있다. 엔틱풍의 테이블과 의자, 장식장 등 고풍스럽게 배치된 가구들은 최소 수백만원대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 또 비록 매트리스는 없지만 내 집 안방처럼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개별 평상도 구비되어 있다.컨셉에 맞는 옷차림과 세련된 매너를 갖추고 있는 종업원들의 친절은 눈물날 정도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전언. 일반 자판기 음료에 만족해야했던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특급호텔식 룸서비스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동종 업소들은 존폐위기
럭셔리 노래방은 만만찮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쉴새없이 돌아가는 싸구려 원색 사이키조명, 벽마다 들러붙은 신곡목록, 지저분한 마이크와 탬버린, 낡고 더러운 소파, 담배연기로 자욱한 어두침침한 공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풍경임이 분명하다.그러나 수십억의 비용을 투자하는 럭셔리 노래방에 대한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억원대의 고급 인테리어가 쓸데없는 낭비에 불과하다거나 노래방의 애초 목적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발을 들여놓기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꾸며진 투명 바닥과 명품 소품으로 꾸며진 내부는 ‘서민’들이 ‘제멋대로’ 스트레스를 풀고 놀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 초기에는 소문을 듣고 왔다가 ‘놀맛이 안난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또 일각에서는 이들 업소가 타 노래방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비싼 인테리어비 및 운영비를 결국 고객들 부담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테리어 비용만 5억
하지만 업소측의 얘기는 다르다. 이들 업소의 대부분은 손님이 드문 오전과 손님이 몰리는 오후시간대로 나누어 ‘2부영업’을 하는데, 시간대와 인원수, 룸의 레벨 및 크기에 따라 각기 융통성있는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업소의 고급스럽고 위생적인 편의시설, 고품격 맞춤 서비스를 감안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또 시설이 럭셔리하다고해서 일반 서민이나 학생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 오히려 가족단위의 손님과 청소년들의 출입에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노래방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기존의 재래식 서비스로는 날로 까다로워지는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에 맞춰 탄생한 것이 ‘차별화+고급화+대형화’의 3박자를 고루 갖춘 럭셔리 노래방”이라는 것이 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인테리어 비용에만 수억원을 지출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그럼에도 럭셔리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그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소의 성격상 노래방은 고객의 니즈와 시대적 흐름을 꿰뚫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싸다고 손님들이 많이 찾는 시대는 지났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으며 좀 더 편하고 멋진 공간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즐기려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럭셔리 노래방의 차별과 고급화 전략은 영세한 동종업소들을 존폐위기로 내몰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급 노래방을 경험한 이상, 다른 노래방에는 가지 못한다는 마니아층이 급증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나날이 개발되는 첨단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층에게 열악한 시설의 동네노래방은 외면당하고 있는 실태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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