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조선족 여성들에게 룸살롱 도우미는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신선한 피’를 수혈받을 수 있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조선족들을 선호하는 업주들도 있다고 한다. 룸살롱과 안마시술소의 조선족 유입 실태를 취재했다. 최근 바이어 접대차 북창동 룸살롱에 들렀던 직장인 최모(42)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을 접대했던 나가요걸이 조선족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이발소 도우미나 소위 ‘여관바리’로 일하는 조선족들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이들이 룸살롱에까지 진출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지성과 미모로 무장
“처음에는 말투가 좀 어눌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죠. 일반 룸살롱 아가씨들에 비해 모든 게 조금식 어색했어요. 노래를 부를 때 유행가 가사도 잘 모르고 리듬도 잘 타지 못하더라구요. 우리는 그냥 ‘초짜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말았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조선족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서비스를 받는데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조선족 여인들이 룸살롱에까지 진출을 한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현재 북창동에서 일하고 있는 조선족 여성들은 대략 30여명 쯤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본격적인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 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조선족’이라고 해서 ‘수질’이 떨어진다거나 마냥 조신한 이미지의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녀들은 조선족 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에 해당될 뿐 아니라, 외모에서도 결코 ‘토종 한국인’들에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선입견과는 달리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룸살롱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인지 손님들을 사로잡기 위한 그녀들의 하드한 서비스는 기존 토종 도우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전문교육 거쳐 필드(?)로
그렇다면 조선족들이 룸살롱에 진출하게 되는 경로는 무엇일까. 관계자 및 당사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그녀들이 곧바로 룸살롱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노래방이나 여관바리로 일을 하다가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룸살롱으로 입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다. 연예인의 경우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말이 있듯이 조선족들의 경우에는 ‘노래방 캐스팅’, ‘여관바리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발탁된 여성들은 며칠간 본격적인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노래방이나 여관에서는 그냥 단순히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고 서비스(?)를 하면 되지만, 전문 서비스를 지향하는 북창동 룸살롱의 경우는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인사’와 ‘신고식’, ‘마무리’를 포함, 북창동 특유의 놀이 문화에 대한 ‘학습’이 주 내용이다. 노래 도중의 추임새와 룸살롱 특유의 술작업(?)과 다른 도우미들과의 호흡 등등 조선족들이 배워야할 것은 그야말로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교육된 그녀들은 이제 본격적인 ‘코리안 판타스틱 드림’을 위해 실전에서 뛰게 된다. 이렇게 잘 교육된 조선족 여성들은 수익 면에서도 한국 나가요걸과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풀 서비스’ 교육 마스터
업주들에 따르면 조선족 여성들은 장점이 많다. 가장 큰 장점은 관리하기가 쉽다는 것. 업주의 입장에서는 까탈스럽고 깐깐한 아가씨들을 달래가며 영업하는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그러나 ‘큰 결심’을 하고 이 바닥에 뛰어든 조선족 아가씨들은 업주의 입맛에 맞게 움직여준다. 업소를 옮겨다니는 이직률이 낮고, 순수한 면이 많아 손님이나 다른 도우미들과 불화를 빚는 일도 거의 없다. 또 무단결근을 하는 등 속을 썩이는 일도 드물다고 한다. 다만 유흥업소 특유의 화술과 작업(?)에 서툴러 매상을 많이 올리지 못하고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아주 세련되지는 못하다는 것이 흠.
그러나 그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질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교육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아가씨가 조선족임을 눈치챈 손님들의 반응은 오히려 ‘참신하다’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북창동 J업소의 한 마담은 “관리하는 입장이나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는 아가씨가 좋다. 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다른 아가씨들하고 잘 지내기 때문에 무리없이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때로는 손님들 중에서도 닳고 닳은 토종(?) 아가씨들보다 순진한 조선족을 찾는 경우도 있다”며 “앞으로 조선족 나가요들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계형 나가요’가 대부분
그렇다면 룸살롱계까지 조선족 여성들이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아가씨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업형 룸살롱의 증가로 인해 한국 아가씨의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선족 아가씨를 영입하는 업소 관계자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북창동 업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하고 있는 조선족 아가씨를 통해 또 다른 아가씨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국내에서 인맥이 넓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조선족 애들은 일단 한번 함께 일하기로 마음먹으면 최선을 다한다. 또 한번 일을 시작한 애들은 오랫동안 한 곳에 터를 잡고 일하기 때문에 관리면에서 수월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돈 때문이다. 그녀들은 유흥비나 명품을 사는 대신,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 그대로 ‘생계형 나가요’인 셈이다. 이는 조선족들을 성실하게 일하게 만드는 최고의 무기라는 것. 안마 및 출장 마사지의 경우에도 조선족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노래방보다 높은 수입이 보장될 뿐 아니라, 룸살롱에서 근무할 만큼의 까다로운 외모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업소들은 숙식도 제공해주고 있어, 갈곳이 마땅찮은 조선족 아가씨에게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업주들의 입장에서도 남는 시간에 업소 청소며 잡일을 거드는 성실함(?)을 보이는 이들이 반갑기는 마찬가지.
강남의 모 안마시술소 실장은 “처음에는 서비스에 대한 부담이 심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한국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예상외로 조선족들이 빠른 적응을 보이고 있다”며 “꾀를 부리지 않고 성실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불법일망정 조선족 여인들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조국에까지 와서도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남성들의 술시중과 안마라는 점에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IMF와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이후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미국 등 해외로 떠나는 국내 도우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그 씁쓸한 마음은 더해만 간다.
# 조선족 ‘나가요 걸’ 인터뷰“한국 남자들 심하다”
취재진은 한 북창동 룸살롱 마담의 도움으로 어렵게 ‘조선족 나가요’언니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완강하게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얼굴이 나가지 않는 조건으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의 말투는 약간 어눌한 끼는 남아있었지만, 코미디프로에서 흉내내는 조선족 특유의 우스꽝스런 어투는 아니었다.
- 외모나 말투로 보아 손님들이 조선족인지 잘 모를 것 같은데.
▲ 발음 연습을 상당히 많이 했다. 입에 볼펜을 물고…TV를 보면서 하루종일 말투 연습을 하기도 했다.
- 일하기는 어떤가?
▲ 공장에 취업을 한 친구들보다 훨씬 좋다. 일단 수입이 엄청나다. 또 공장에 취직해서 나쁜 사장을 만나면 돈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 가족들은 알고 있나.
▲ 수입의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보내는데, 가족들은 내가 대기업 노동자로 취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의 유흥문화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았을 텐데.
▲ 사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북창동 문화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었고 솔직히 여자로서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을 했다.
-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일을 할 것인가?
▲ 오래할 생각은 없다. 길어야 2년 정도. 다시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오래 있을 곳은 못된다.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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