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배낭여행 미끼로 ‘모집’
해외연수 배낭여행 미끼로 ‘모집’
  • 정은혜 
  • 입력 2006-01-31 09:00
  • 승인 2006.01.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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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원정 성매매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그런데 경찰은 이들의 면면을 보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일부 유흥업소 종사자들 외에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목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이들 여성들은 선뜻 바다를 건넜고 몸을 무기로 돈벌이에 나섰다.특히 이들 여성들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외국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지난 24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홍콩과 대만에 단기 체류하며 성매매를 하고 마약을 복용한 20~30대 여성 19명을 적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이모(36)씨를 구속, 공범 김모(여·51)씨를 수배했다.

인터넷 카페 통해 만나 동남아 원정

경찰에 따르면 당초 서로 모르던 사이였던 이들이 뭉친 것은 이씨가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운영하면서부터. 당시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유흥업소가 잘 되지 않아 가게를 처분하고 새로운 사업을 물색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가게를 운영할 때 알던 알선책 김씨로부터 ‘원정 성매매’를 하면 한몫 잡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솔깃했다. 이에 이씨는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개설해 ‘초보환영’ ‘한국생활에 지친 아가씨 급구’ ‘고소득 보장, 원정 떠나실 분’ 등의 광고 문구로 국내 젊은 여성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원정 모든 경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 석 달간 가족처럼 살면서 월 수입 600만원 이상을 책임지겠다”는 ‘호조건’과 “원하기만 하면 관광비자를 유학비자로 변경, 어학연수를 알선해 주겠다”는 등의 ‘미끼’는 좀처럼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20~30대 여성들은 이러한 광고 문구를 보고 하루에 수십 명씩 원정 성매매를 신청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신청인 중 다수가 유흥업소 종사자가 아니라는 것. 이들은 현직 유치원 교사, 일반 직장인, 유학 준비생 등이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이들은 외국에 2~3개월 간 단기 체류를 하다 비자연장을 위해 입국하는 여성들이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즉 명목은 어학연수 혹은 배낭여행 등이지만 주목적은 ‘원정 성매매’라는 것. 단기 어학연수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 조치가 없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에게 들킬 염려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수십 명의 신청인 중 면접심사까지 하며 성매매 여성 19명을 선발했다. 이렇게 인연이 돼 김씨를 포함한 이씨 일행 21명은 지난 해 3월 홍콩과 대만으로 원정을 가게 된 것이다.

‘보도방’ 영업방식으로 수천만원 챙겨

이들은 이씨가 마련한 현지의 아파트나 일반주택에서 생활하며 영업에 필요한 차량을 위해 현지인 운전기사를 고용했다. 또 성매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명함을 주차장 차량들 문짝에 끼워 넣었다. 이 명함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사진과 이름, 전화번호가 인쇄돼 있었다. 이렇게 명함을 돌리고 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지인 남성들이 연락을 해온 것. 브로커인 김씨는 이들을 연결시켜 주었고 포주격인 이씨는 차로 남성들을 데려왔다. 즉 ‘보도방’ 형식으로 영업한 셈이다. 이때 김씨가 한 번에 받은 알선료는 손님 1명당 30만원. 이 중 성매매를 한 여성들의 몫은 7만원이었다. 이렇게 이들이 3개월 동안 챙긴 돈은 무려 3,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일행 중 A양은 “국내보다 2배 이상의 수입이 보장되고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건수가 많다. 몇 개월만 바짝 일하면 수 천만원이 들어오는데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이런 목돈을 버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라고 되물어 경찰의 혀를 차게 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마약에 손대는 등 이씨의 말에 현혹돼 피폐한 외국생활을 하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이씨와 현지인 운전사, 대만 타이베이 유흥업소 종업원 등으로부터 엑스터시 1정을 1만5,000원씩에 사서 상습적으로 복용한 뒤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면서 엑스터시를 밀반입한 몇몇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서울 이태원과 마포구 홍대입구역, 서초구 서초동 일대 클럽 등지를 돌아다니며 이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터시라는 마약이 밀반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랩에 여러 번 감싸 이를 화장품 용기에 담거나 속옷 등에 숨겼기 때문. 심지어 껌을 씹는 척하며 입안에 감춰 검색대를 통과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워낙 소량을 들여오고 교묘하게 밀반입하기 때문에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현지서 지나친 홍보로 경찰에 덜미

붙잡힌 이씨 일행은 떼돈을 벌어보겠다는 과욕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드러내놓고 홍보를 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경우다. 이들이 서울에서 제작해 온 명함이 수 만장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들이 얼마나 헛된 망상을 꿈꿨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 이후 해외원정 성매매가 성황을 이루더니 최근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열풍까지 겹치면서 동남아 일대는 한국인으로 붐비는 실정”이라며 “이러다 한국이 세계 최대 성매매 수출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국내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행해지던 범죄가 경찰에 발각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재 수배 중인 일당들도 빠른 시간 내에 검거해 추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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