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사랑처럼…가까이 더 가까이
정치도 사랑처럼…가까이 더 가까이
  • 이인철 
  • 입력 2004-11-29 09:00
  • 승인 2004.1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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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본격적인 스킨십 정치에 나섰다. 자택을 개방하고 술자리에 참석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는 등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던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치권은 이같은 박 대표의 행보에 대해 ‘차기대권’레이스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한다. 박 대표는 그 동안 당안팎에서 스킨십 정치를 할 수 없어 상당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자주 들어왔다.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과의 대화, 그리고 자신의 사생활 등을 공개해 국민들과의 거리감은 좁혀졌지만 당내 인사들과의 개인적 교분은 거리가 있었다. 실제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차기 대권후보군 중 박 대표가 가장 불리할 수도 있다”며 “여성이다보니 술자리 만남 등 스킨십을 나누는데 약점이 있어 확실한 우군을 구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까이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최근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중이다. 금남의 집처럼 여겨졌던 자기 집을 공개하고 집으로 당 수뇌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지는 등 당 관계자들과의 개인적 친분관계 형성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4일 박 대표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당직자들을 초청, 만찬을 가진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박 대표가 지난 3월 대표선출 이후 처음으로 당직자를 초청한 이 자리에는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 이한구 정책위의장, 이강두·이규택·김영선·원희룡 최고위원, 송영선·김을동·이성권·김희정 상임운영위원, 임태희·전여옥 대변인,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 진 영 대표비서실장 등 대부분의 당 주역들이 참석했다.

김형오 사무총장, 정형근 중앙위의장은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3시간 가량 진행된 만찬에서는 폭탄주까지 돌 정도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또 만찬 뒤에는 박 대표가 집안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자신의 사적인 공간을 직접 보여줬다. 정체성 논쟁, 국가보안법 등 여당이 추진중인 4대 개혁법안과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날의 화제는 단연 박 대표가 자신을 향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었다. 특히 박 대표는 “진작 했어야 했는데 총선 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앞으로 종종 자리를 갖겠다”며 향후 자택 초청이 자주 있을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기자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7월21일 당 출입기자단을 초청, 삼성동 자택을 공개하며 기자들과 ‘폭탄주 러브샷’까지 돌리며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것.

또 지난 17일엔 당 출입 지방기자단을 초청해 사적인 자리를 가졌다. 박 대표가 스킨십 정치를 가속화하면서 최근엔 든든한 지원군까지 생겼다. 참여 의원들은 곽성문, 김충환, 유기준, 김정훈, 주호영, 주성영, 이명규, 장윤석, 김재원, 김충환, 김태환 의원 등이며 모두 남성 의원들로 박 대표의 흑기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표를 돕자는 취지의 이른바 흑기사 모임은 한나라당 초선의원 9명으로 시작해 일주일만에 15명으로 숫자가 늘었다.박 대표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모임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곽성문 홍보위원장, 진 영 대표 비서실장, 유기준, 주호영 원내 부대표 등 당직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을 두고 ‘원내 박사모’라고 까지 부른다. 그러나 이 모임에 이름이 거론된 의원들은 ‘박사모’라는 표현이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김충환 의원실 관계자는 ‘일종의 흑기사’라며 “박 대표가 여성이다보니 술 자리에서 기자들이나 외부 인사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아 도와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내 박사모라는 이야기는 너무 와전된 것”이라며 “당 홍보위원장인 곽성문 의원이 박 대표를 도와주자는 취지로 연락이 와 이에 응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박 대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말이 많았다”며 “당내 차기역학구도와 관련, 박 대표의 위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박 대표를 돕겠다고 나선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대표가 스킨십 정치를 계속해 나가면 참여 의원들의 수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향후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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