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양 이별통보로 스토커 변신
그러던 어느 날 B양에게 뜬금없이 날아 온 메일 한통. ‘나는 A씨와 8년 동안 사귀었다. 집안끼리 우리 교제를 허락한 상태고 너는 A씨의 장난감일 뿐이다. 더 이상 A씨 옆에서 추근대지 말라’는 내용이 메일의 골자였다. B양은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이겠거니’하며 믿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해코지’에 A씨에게 사실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당황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한 A씨를 보며 B양은 밀려오는 ‘배신감’을 참을 수 없어 A씨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러나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B양의 이별통보에 A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자신이 ‘양다리’를 걸치긴 했지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B양이었기 때문. 그러나 B양은 이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게다가 마치 ‘헤어짐을 기다렸다는 듯’ 며칠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B양의 말에 화가 치민 A씨는 스토커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간 B양과 연락이 끊기자 A씨는 끈질긴 추적 끝에 그녀가 보스톤 대학 기숙사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그 후 기숙사 방으로 전화해 “연락을 피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B양이 계속되는 자신의 연락을 피하자 A씨는 B양에게 휴대전화로 많게는 하루 100통 이상 전화를 걸어댔고 국제전화 문자메시지도 수십건씩 보냈다. 계속해서 전화를 피하면 대학에서 아예 공부를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 A씨에게 두려움을 느낀 B양은 마냥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A씨를 잘 달래기로 결정한 B양은 결국 A씨와 화상채팅을 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체위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급기야 B양의 누드까지 유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B양은 자신의 누드를 A씨가 동영상으로 찍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입국한 B양 성폭행
몇달 후, 방학을 이용해 B양이 입국했다는 소식에 A씨는 “얼굴이나 한번 보자. 좋게 끝내고 싶다”며 B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B양은 옛정을 떠올리며 한번 믿기로 하고 A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A씨는 B양을 보자마자 “너 오늘 잘못 걸렸다. 나를 버리고 어떻게 미국으로 도망갈 수가 있냐. 이번에도 어디 한번 도망가 봐라”라며 이내 B양의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 B양이 거세게 항거하자 A씨는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라며 몰래 찍은 B양의 누드동영상을 건넸다. 그제서야 A씨가 자신의 누드를 몰래 찍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양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고 가족에게 공개하겠다”는 A씨의 협박에 B양은 더 이상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누드동영상을 빌미로 성폭행 당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B양은 A씨를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가족들이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이 두려웠고, 이번 일만 잘 넘기면 A씨와의 관계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A씨의 끈질기고 엽기적인 행각은 그 이후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수차례 성폭행을 하고도 다시 B양에게 연락을 했고 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 또 다시 집요하게 A양을 괴롭혔다. 그러던 지난 12월 24일 오후 23시께. A씨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B양에게 전화해 “그동안 미안했다. 네가 보는 앞에서 동영상을 처분하겠다”며 B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B양이 A씨의 집에 들어서자 A씨는 또 다시 엽기적인 스토커로 돌변했다.
그는 “왜 좋은 말로 할 때 오지 않느냐. 나의 계획을 알면서 왜 이러실까”라고 비꼬며 B양에게 성고문에 가까울 정도의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캠코더로 성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더 이상 항거할 여력도 남아 있지 않은 B양은 ‘될대로 되라’식의 자포자기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엽기적인 행동에 반응이 없는 B양을 보고 A씨는 “어라? 재미없네? 그럼 다음 단계로 들어가 볼까?”라며 B양의 아버지에게 그녀의 누드동영상을 문자로 보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동영상을 자신의 번호가 아닌 B양의 번호로 찍어 보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빠, 나 이뻐?”라는 저질 문자까지. 딸의 상반라신 동영상을 본 아버지는 기겁했다.
충격에 빠진 아버지는 B양을 불러 정황을 물었다. 불안감과 공포에 떨며 B양이 모든 사실을 실토하자 아버지는 분노하며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A씨가 B양과 사귈 때부터 스토커 기질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기존의 여자친구와 형식적인 만남을 가져온 A씨에게 B양과의 14개월 동안의 연애가 무척 설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B양에 대한 집착이 커져 막무가내로 매달린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처음엔 “B양에게 투자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라”며 큰소리 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B양을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 8년간 사귄 여자친구와는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 와중에 갑자기 B양이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하고 연락을 일절 끊은 채 외국으로 도망가서 그만 이런 몹쓸 짓을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A씨의 도를 벗어난 스토커 행각은 이미 B양과 그녀의 아버지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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