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 ‘처제’ 사이가 원수 사이로…
‘형부’ ‘처제’ 사이가 원수 사이로…
  • 정은혜 
  • 입력 2006-01-10 09:00
  • 승인 2006.01.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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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 있는 남부경찰서 폭력2팀. 구랍 28일 이곳에 미모의 여대생 A양이 찾아왔다. 예쁘장한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우울해 보이는 A양은 누군가에게 맞은 흔적이 역력했다. 처음엔 머뭇거리며 자신의 얘기를 애써 감추려는 듯 했다. 그런 A양이 경찰에게 털어놓은 얘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10개월 전부터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납치, 감금, 폭행까지 당했다는 것. 더욱이 A양이 반항할 때면 더욱 엽기적인 방법으로 협박, 폭행했다는 것이었다. A양의 언니와 동고동락하면서 어떻게 형부의 이같은 파렴치한 행각이 가능했을까.사건의 전말은 이렇다.형부의 집에 A양이 들어간 것은 작년 3월. 처제 A양(19)은 대학 입학과 함께 형부네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당시 형부 B씨(33)의 집엔 언니 C씨, 그리고 어린 아들만이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이런 살림에 식구가 한 명 더 늘었으니 누구든 돈을 벌어야 했다. 그 희생양으로 언니 C씨는 밤늦게 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림을 꾸려나갔다.

보호자인 형부에게 순결 잃어

이날도 형부가 초저녁께 집에 들어왔지만 아이와 처제만이 집을 지키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때 형부의 눈에 잠옷차림으로 다소곳하게 인사하는 처제 A양이 포착됐다. 생활에 찌든 아내는 돈 버느라 바빴고, 아이 출산 이후 불은 몸으로 여자로서의 매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형부는 A양을 불러 대학생활 등 고민을 묻고 훈계를 하는 척 하더니 이내 A양을 덮쳤다. 겁에 질린 A양은 자신의 몸을 거칠게 쓰다듬는 형부에게 “아프다”며 거세게 반항했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형부의 행동엔 브레이크가 없었다. 결국 A양은 어처구니없게도 언니의 가장 든든한 보호자인 형부에게 순결을 잃고 말았다.

A양은 이때부터 이틀 걸러 한 번꼴로 ‘그 일’을 치러야 했다. 그 시간 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집을 비우기 일쑤였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형부의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려고 하면 돌아오는 것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폭행이었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죽여 버리겠다”는 형부의 서슬에 A양은 혼자 고민을 키워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4개월을 버텨온 A양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가출을 하게 된다. 언니한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형부한테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이때까지만 해도 A양은 형부를 고소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벗어나고만 싶었을 뿐이었다.

가출한 A양 남자친구 사귀어

맨몸으로 가출한 A양은 학교 동아리방, 찜질방 등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A양은 대학 동아리에서 D군과 눈이 맞게 된다. 행색이 초라한 A양에게 D군은 밥을 사주며 힘이 돼 주었다. 이렇게 둘은 만남을 지속했고 급기야 여관까지 들어가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구랍 26일 낮 12시쯤. 가출한 처제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목격한 형부는 A양이 뭇 남성과 관계를 갖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에 근처 공중전화로 A양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을 했다. ‘지금 당장 나오지 않으면 오늘 죽여버리겠다’ ‘너와 나의 관계를 모두에게 알리겠다’는 등의 협박이 주 내용이었다. A양은 다짜고짜 전화해 윽박지르는 형부의 전화를 더 이상 받지 않고 휴대폰을 꺼놨다.

자신의 화를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하게 될 지경까지 이른 형부는 여관을 뒤져 A양을 끌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 무자비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가출을 한 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와 놀아났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형부는 또다시 A양을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A양이 반항하면 할수록 형부는 성난 야수처럼 달려들었고 급기야 감금까지 했다. 형부는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는 일절 만나지 말 것을 요구했고, A양은 당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형부의 제안에 동의했다. A양은 이때 나름대로 비장한 결심을 하곤 이튿날인 28일 수원 남부에 있는 경찰서에 찾아갔다. A양은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의 ‘파렴치’ 형부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이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지난 10개월 동안 A양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 및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형부 B씨를 구속했다.

믿었던 언니도 외면

자신의 처제를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소유욕’이라는 말도 안되는 욕망으로 납치, 감금, 폭행까지 한 형부. 그는 경찰에서도 범행사실을 부인하며 “처제와 서로 사랑해 관계를 가진 것이었다”면서 “폭행한 것은 처제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순간적으로 폭행했다”며 어처구니없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욱 기막힌 것은 A양 언니의 반응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집안 형편에 애 아빠까지 구속되면 내가 일하는 사이 아이들은 누가 돌보나”라며 오히려 남편을 두둔하고 나선 것. 결국 형부와 언니는 A양을 두 번 죽인 셈이 됐다. 형부의 발뺌과 언니의 외면 때문이었을까. A양은 수시로 말을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지금은 “납치, 감금하고 폭행은 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년 모 연예인이 유행시킨 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를 새삼 연상케 한다. 경찰은 A양의 처음 진술을 토대로 “아내의 불은 몸에 성적매력을 느끼지 못한 형부가 처제를 통해 자신의 성적욕구를 해소할 통로로 삼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었다고 한다. 그러나 “A양이 자신으로 인해 언니의 가정이 파탄나는 것을 원치 않아 이후 말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A양은 고소 당시 언니에게는 사건의 전모가 알려지지 않기를 거듭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형부 B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점, 수개월 간 동고동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니 C씨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점, A양이 막판에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A양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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