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2004년) <쿠알라룸푸르>에 정착을 했을 때 높은 건물과 깔끔한 도시환경, 광활한 숲, 도시와 조화를 이룬 자연환경, 친절한 사람들, 세계의 각종 메이커 자동차들을 보고 후진국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고 촌놈처럼 놀랐지만 이번에는 <푸트라자야>를 가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한국인중 누군가가 <푸트라자야>를 한 번 갔다오면 말레이시아에 대한 인식이 또 바뀔 것이라 해서 구경삼아 한 번 가봤는데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으며 말레이시아를 너무 ‘하수’ 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큰 착오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우리끼리만 선수라고 생각할 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세계는 엄청나게 박차를 가하면서 발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12년째 행정수도 사업 추진중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수상은 인구 약 180만명의 쿠알라룸푸르가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를 하고 구 수도는 금융과 상업자본 수도로 남겨두고 정부 부처는 푸트라자야로 옮긴다는 결정이 내렸다.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나 균형발전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4,581헥타르에 행정수도를 짓는 것은 지금까지도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사업으로서 기공은 1995년 8월에 시작됐고 2005년 현재 행정관서는 거의 완성이 되었고 지금은 주민이 거주할 아파트 단지까지 2010년을 준공 예정으로 하여 진행 중이다. 정부부처 이전은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되었고 수상실의 직원 300명이 푸트라자야로 옮겨갔다. 푸트라자야는 ‘인텔리전트 도시’로 계획되었는데 진정으로 종이 없는 정부가 이 하이테크 행정도시의 이상이다. 푸트라자야의 또 다른 특징은 큰 호수이다. 또 도시를 핵심지역과 주변지역으로 나눈다. 핵심지역은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시설과 함께 정부와 기업체가 있는 곳이다. 주거지역은 주변지역을 이루고 있다.
현재는 푸트라자야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 도시를 떠난다. 그러나 도시 건설이 완공되면 주택 5만2,000채에 인구는 33만명이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 여름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 신행정수도에 있는 행정청사(우리나라 과천청사)를 방문했다. 행정청사 좌우에는 길게 쭉 뻗은 행정관청들이 늘어서 있었다. 건물 색상이 단아했고 종교적인 영향을 받은 듯 차분한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행정도시 특징은 저층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의 자연환경은 정말 부럽다. 우리와는 달리 천혜의 자연을 제공받았다. 넓고 광활하게 조성되어 있는 자연환경은 그야말로 하늘이 준 특혜다. 우리의 서울과 비교하면 공기부터 다르다. 특히 ‘공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서울의 환경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게다가 푸트라자야는 IT 산업을 기초로 지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국제산업환경을 가상해 이미 10년 전부터 IT 도시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놀랄만한 예견이 아닌가.
유흥문화 찾아볼 수 없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한 신행정수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말레이시아는 착실하게 신행정수도를 완성해 가고 있다. 내가 우리의 신도시를 봤던 기억이 잘못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뚜렷한 차이점은 금방 알 수 있다. 굳이 행정수도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분당이나 용인, 각 지방의 신도시에는 주택지를 제외하고는 유흥업소가 먼저 들어서는 반면 푸트라자야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식당을 제외하고는 한국처럼 술집, 카페, 여관 등 유흥 말초문화가 즐비하게 늘어서는 것은 볼 수가 없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건전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범죄사건도 적은 것 같다.
한국인 조기유학 각광
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인 등 동남아 사람들이 유학을 많이 온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 역시 마찬가지로 애들을 데리고 조기유학을 왔는데 돈이 많았다면 선진국으로 보냈겠지만 적은 예산으로 가다보니 말레이시아를 선택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한국인이 푸대접을 받지 않는 점도 강하게 작용을 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만약 돈이 많더라도 현재로서는 말레이시아로 보낸 것이 천번 만번 좋았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유학은 비용면에서도 선진국의 절반정도 드는 비용이지만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말레이시아의 잘못된 점은 배울 필요가 없다. 우리는 남들이 잘하는 것만 배우면 된다. 우리는 말레이시아를 우리보다 훨씬 못한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푸트라자야만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IT와 자연의 조화를 중심으로 만든 새로운 도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관광을 저절로 수용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말레이시아를 후진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같이 IMF를 겪었는데도 대처하는 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나은 판단으로 공공기관 및 국영기업을 외국에 팔지도 않고 오히려 국가의 발전과 국가의 생존을 이끈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배워야 한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그들보다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수십년 후에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다. 정치, 경제, 교육, 언어, 부존자원, 대외신인도, 국민성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말레이시아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요즘처럼 아시아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까.
행정수도 추진 벤치마킹해야? 한국에서도 행정수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발표 순간부터 땅투기로 몸살을 앓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아직도 비판의 강도가 줄어들지도 않았으며 그 비판은 많은 불만을 자아내고 현정부의 리더십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끼리 싸우는 사이에 외국의 경쟁국들은 신나게 달리고 있다. 마침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다고 한다. 대통령이나 수행기자들이 말레이시아를 겉모습만 보고 가기보다는 언젠가는 이 나라가 한국을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국에서 행정수도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성공적으로 신행정수도를 건설한 푸트라자야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비판은 그만, 윈-윈전략 구사할 때
흔히 말레이시아를 가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관광지이다. 말레이반도의 수많은 섬 중 하나를 가보고 말레이시아가 밀림으로 우거진 후진국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봤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을 바꾸어야 할 지 모른다 말레이시아 회교건물은 웅장하고 장대하다. 그들의 정신문화를 지배하고 있으며 유흥으로 빠지지 않도록 지지하고 있다. 푸트라자야의 광장은 잔디로 이루어져 있고 관광객들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다. 그냥 자유롭다. 자유롭게 두어도 이를 파괴하거나 마구 짓밟고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노상방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를 보면서 우리도 신행정도시를 두고 그만 비판을 하고 어떻게 하면 윈윈하면서 발전을 시키고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부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발전적인 비판을 해야지 시작을 하기도 전에 반대를 하는 것은 우리의 발전의욕을 스스로 막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필자가 듣기에는 행정수도가 생기면 서울집값이나 땅값이 하락한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행정수도가 생기더라도 우려할 만한 일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우리나라를 위해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선도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도움이 되는 선의적 비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보다 못했던 나라들이 우리를 추월하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경험해야 할 것이다.
쿠알라룸푸르 송영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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