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경영구상 또는 짧은 휴식으로 체력 재충전
금융권 징계 앞두고 휴가 불투명…임직원도 대기 중
‘감옥·투병’ 몸 만 휴식중인 총수, 내년엔 갈수 있나?
두둑한 휴가보너스에 장기휴가…직원들은 휴식보장
[일요서울 | 특별취재팀] 재벌 총수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대기업 총수의 여름휴가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인과는 다르게 그들만의 특별한 휴가법이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에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총수는 예년과 같이 올해도 회사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 ‘조용한 휴가’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올해 재계를 강타한 위기의식과 급변하는 노사관계 등 새로운 경영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 마련에 애써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직원들은 두둑한 보너스와 강제 휴가를 통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총수들은 대개 특별히 휴가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휴가를 내더라도 ‘짬’을 내서 쉬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나온 일부 경제지를 분석해보면 “총수들 집에서 경영구상” 또는 “현장 돌며 직원 기 살리기 나선 총수들”, “각국 현지를 돌아보는 기업회장들” 등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오히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경제전망이 어두워 총수들이 하반기 경영구상에 더욱 몰두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환율 변수와 외부 시장 악화로 올해 하반기 경영 환경도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휴가를 떠나는 것 조차도 부담이다. 이에 따른 대부분의 총수들은 조용히 휴가를 보내며 그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다. 허 회장은 오는 23~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는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 참석한 뒤 2~3일간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구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대한상의 포럼에 참석한 뒤 자택에서 며칠 쉬며 경영 구상에 활용할 계획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여름 성수기를 맞아 휴가철에도 평상시처럼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2년 연속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아시아나항공 업무도 바쁘지만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그룹이 올해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휴가기간에도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구슬땀을 흘릴 것으로 보인다.
수감된 최태원 SK 회장을 대신해 SK그룹을 이끄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SK 관계자는 “하계휴가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사치'라고 느낄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7〜8월 휴가철에도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총수들 휴가 계획 엿보니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별다른 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기간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도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다. 구 회장은 보통 7월 말이나 8월 초쯤 1주일간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구 회장은 불투명한 하반기에 대비하기 위한 묘책을 궁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던 김승연 한화 회장은 휴가나 별다른 외부활동 없이 서울 가회동 저택에 머물며 치료에 전념한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맞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도 국내에서 회사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과 구자용 E1회장 역시 휴가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대성그룹 측은 “보통 자녀들의 방학 일정과 맞춰 짧은 휴가를 가곤 했지만, 올해는 아직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라는 게 재계 총수들의 입장이다.
한 재계인사는 “선거와 경기 악화 상황에서 재벌 총수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기란 쉽지 않다"며 “쉬고 싶은 마음이 그 누구보다 굴뚝이겠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없을 것이다. 그냥 현장을 둘러 보는 것으로 대처하는 기업 총수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권에선 ‘여름휴가'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돈다. 금융감독원이 휴가시즌인 이달과 다음달 금융권 수장들에게 대거 징계를 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징계 대상이 된 지주회장과 은행장들은 휴가를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여름휴가를 반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공식적인 휴가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하나 캐피탈 사장 재직 당시 미래저축은행 부실투자와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 상황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올 여름 휴가를 가지 않을 전망이다. 징계 대상자는 아니지만 김 행장의 징계문제와 더불어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론' 언급으로 외환은행 노조의 격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휴가 계획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휴가를 못 가는 오너들도 있다. 간암 말기로 아산병원에 입원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중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8000억원 규모의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고,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현재 복역중인 상태다.
1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한 달 넘게 입원해 있는 상황이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그룹 총수들은 실추된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나섰다. 자회사인 LS전선이 지난해 원전 케이블 품질 문제를 일으켜 회사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구자열 LS회장은 여름 휴가를 미룬 채 현장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가 계획이 없다”며 “회사 경영에 힘써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오롱의 한 관계자는 “통상 자택에서 2~3일 정도 휴가를 보냈지만 올해는 휴가를 안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기 충전에 '만전'
반면, 올 여름 대기업 직원들은 비교적 넉넉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8월 4~8일까지 5일간 전 사업장이 휴가에 들어간다. 사업장별로 국내의 주요 해수욕장 및 캠프장에 하계휴양소를 마련해 임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직원들에게 30만원의 휴가비를 주고, 대리 이하 직원에게는 통상임금의 50%를 추가로 제공한다. 현대중공업은 8월 4~14일까지 최장 16일동안의 여름 집중휴가제를 실시한다. 직원들은 휴가비로 통상임금의 50%를 받는다.
SK는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관광상품권 100억원어치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삼성그룹은 사내 매체인 ‘미디어삼성’에 국내 여행지 추천 코너와 여행 후기 등을 올려 국내 여행을 많이 가도록 권장하고, KCC는 임직원에게 20만원의 여름 휴가비를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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