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는 분사 후 합병…비용 1천억 지출로 ‘배보다 큰 배꼽’
수익성 악화는 하나금융 때문?…통합론에 불붙은 책임공방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합병은 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그룹에 속하면서부터 거론돼왔던 문제다. 하나금융이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올해 초로 카드부문을 은행에서 떼어내는 외환카드 분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외환카드 분사는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에 정면으로 부딪힌 데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금융당국의 인가가 늦어지면서 반년째 표류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5월 예비인가로 오는 16일에는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 일정대로 흘러갈 경우 빠르면 다음 달 분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외환은행 노조가 법원에 낸 카드 분사 관련 가처분 신청은 지난달 26일 기각됐다. 법원이 카드부문 분할과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별개로 해석한 것이다. 뒤늦게 신제윤 금융위원장마저 카드 분사는 노사정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발언으로 카드 분사를 거들었다.
표면만 놓고 보자면 두 카드사의 합병은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명분을 충족한다. 현재 하나카드의 지난 1분기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4.8%로 하위권에서 맴돈다. 분사 전인 외환카드 역시 3.1%로 낮은 수준이다.
양사를 합치면 점유율은 8%선으로 중위권에 안착할 수 있다. 중복고객 비율이 낮으면 추후 상위권도 노려볼 수 있는 수치다. 이와 관련해 하나카드는 합병 이후 2015년까지 통합사의 점유율을 15%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은 막대하다. 분사가 선행돼야 하는 외환카드는 전산시스템 망분리에 250억 원을 들였다. 은행과의 데이터 가르기는 금융당국의 예비인가 조건이기도 했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IT 통합에 쓰이는 비용도 은행을 합하면 700억 원선이다.
반면 하나카드와 외환카드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3억 원, 30억 원이다. 당장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비교불가일 정도로 많다. 보통 통합 이후 자리를 잡는 시일이 3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통합사가 출범할 경우 수년간 적자행진은 불 보듯 뻔하다.
또 하나카드는 외환카드와 합병이 이뤄지면 임직원들의 급여를 맞추느라 관련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나카드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지난해 말 기준 6800만 원이다. 한편 카드부문 분리 전인 외환은행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89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하나카드는 전 직원 연봉을 4%가량 일괄 인상해 격차를 줄이려 하고 있다.
게다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카드뿐 아니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조기통합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중을 그대로 내보였다. 김 회장은 “지금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민감한 문제를 직접 도마 위에 올렸다.
함께 통합되거나 모두 엎어지거나
김 회장이 양행 조기통합을 내세운 이유는 투뱅크(Two bank) 체제 지속으로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지연된다는 우려에서였다. 현재 은행권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73이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1.47, 1.68로 평균보다 떨어진다. 애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로 노렸던 국내 1위 은행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외환은행 출신인 김한조 외환은행장도 하나금융 편에 섰다. 김 행장은 지난 8일 대직원 메시지를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조기통합 논의 개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통합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카드 분사만으로도 심란한 외환은행 입장에서 이는 폭탄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이전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극적으로 타결한 데는 양측의 합의서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마지막까지 반대하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하나금융을 받아들였다.
때문에 하나금융의 이 같은 입장선회는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 회장이 처음 통합을 언급한 3일부터 10일 현재까지 모든 채널을 동원해 반대의 뜻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곧 대규모 집회와 거리행진도 진행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2.17 합의서는 정부의 보증 하에 체결된 민사상 약정 효력과 노사 간 단체협약의 성향이 있다”며 “합의서에는 은행 간 합병여부를 5년 뒤 노사합의로 논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합의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어떤 논의도 시작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노조는 김 회장이 지목한 외환은행 수익성 저하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조는 “수익성 저하는 모두 하나금융 인수 이후 생긴 것으로 이전 10년간 외환은행은 국내 최고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자랑했다”면서 “오히려 하나금융은 2조 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가져가고 점포증설을 억제하는 등 외환은행 발전을 저해하는 일만을 강요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 바람에 하나카드는 카드통합에 쏠렸던 시선이 은행 전체로 확대되면서 표정 관리에 들어간 눈치다. 내부에서는 “큰 이슈인 은행 통합이 불발되더라도 작은 이슈인 카드 통합은 될 것”이라며 낙관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가만히 있으면 차근차근 됐을 것을 급작스러운 은행 통합 논의와 함께 엎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비관론이 함께 번졌다.
여기에 맞서 외환은행 노조는 “합의서뿐 아니라 외환은행 노사 간 고용안정협약에도 위배되는 외환카드 분사 또한 중단돼야 한다”며 카드 분사 중단도 보다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양행의 조기통합론과 카드 분사 이슈가 어떠한 물살을 탈지 귀추가 주목된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