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北 미녀 응원단’온다 : 새터민 인터뷰, 뭣을 노렸나
‘200여 北 미녀 응원단’온다 : 새터민 인터뷰, 뭣을 노렸나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7-14 13:46
  • 승인 2014.07.14 13:46
  • 호수 1054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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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파견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북한은 지난 7일 ‘공화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민족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인천에서 진행되는 아시아경기 대회에 우리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응원단의 방문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이뤄졌다. 당시 젊은 여성 예술인 280명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단아하고 청초한 외모와 일사불란하고 통일된 응원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20대 초반 예술인 가운데 ‘사상테스트’ 통해 선발

북한 응원단에 선발되는 것은 쉽지 않다. 응원단은 국가로부터 훈장도 수여받고, 유명세도 얻게 된다. 그러다보니 일부 중앙급 간부들은 자신의 딸을 응원단에 포함시키기 위해 인맥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원단은 주로 20대 초반의 예술전공 대학생들 가운데 남한 미인형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로 선발된다. 북한은 통통한 여성을 미인으로 보는 데 비해 남한은 마르고 조그만 얼굴을 가진 사람을 미인으로 본다. 남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한 미인형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선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상이다. 가족 중에 친일을 하거나 남한으로 넘어간 사람이 있다면 응원단에 선발될 수 없다. 남한에 가서도 북한의 ‘주체사상’이 흔들리지 않을 확고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만 뽑는 것이다.

새터민 A씨는 “응원단은 북한 인민의 대표로 남한에서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며 “이들은 합숙 훈련까지 하면서 사상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응원단에 포함됐던 새터민 배우 한서희씨는 모 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응원단에게 ‘너는 적의 심장부에 들어간다. 위대한 수령님의 명령을 수행하러 가는 혁명가다’라고 세뇌 교육을 한다”면서 “응원단의 목적은 응원이 아닌 ‘남측에 보여주기’”라고 증언했다.

A씨도 “응원단은 북한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며 “김 부자(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야 한다. 뚜렷한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남한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한 위상의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응원단으로 선발되는 대학생들은 북한 기득권 자녀들이기 때문에 그들(북한 지도층)이 원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원단으로 선발된 사람들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간의 합숙 훈련을 받게 된다. 노래, 응원 훈련은 물론이고 영양적인 식사, 피부 가꾸기 등에도 힘쓴다. 사상 교육도 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선발된 응원단들의 앞날이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응원단은 남한에 오기 전 ‘남조선에게 보고 들은 것은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하는 데 혹시나 대화중에 남한에게 경험한 일을 이야기 하게 된다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방문한 북한응원단의 대다수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끼리 서로 감시 고발 매일 생활 총화 하기도

뿐만 아니라 응원단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한다. 남쪽 사람과 말을 섞거나 선물을 받는다면 ‘북한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했다’는 오해도 받는다. 한씨는 “북한에서는 주 1일 일주일 동안 잘못한 걸 비판하는 시간(생활총화)이 있다. 외부(남한)에 나와서 생활할 때는 매일 생활총화를 한다”면서 “응원단 사람들이 서로 감시하고 ‘저 사람이 오늘 어떻게 했는데 우리 사회주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했다’고 고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본 것에 대해 북한에서 절대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한다. 발설하면 수용소로 잡혀가는데 그럼 집안이 다 망하는 것”이라며 “친한 친구들이 남한 이야기를 물으면 ‘더러워’, ‘지저분해’라는 말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응원단은 지난 2003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당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비를 맞는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차에서 내려 ‘장군님이 빗속에 방치돼 있다’며 끌어안고 통곡한 뒤 현수막을 접어 숙소로 가져간 일이 있다.

이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에게 남과 북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이는 세뇌 교육에 따른 행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응원단이 이런 일(현수막 사건)을 하고 북으로 돌아가면 영웅 대접을 받는다”며 “솔직히 말하면 기득권 세력 딸도 응원단으로 다녀오면 출세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인천아시안게임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문제 논의를 위해 남북 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원래 선수단 체류비용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전액 지원하고 응원단은 참가국이 부담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 응원단 체류비를 남측에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그 요구를 집행했다. 2002년에는 선박 연료비, 항만비 등 13억여 원을 지출했고 2003년에도 9억 원, 2005년에는 2억 원을 지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응원단이 200~300명일 경우 체류비가 15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는 북한응원단의 체류비용을 위해 통일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 응원단 체류비를 지원하면 안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원칙에 맞지 않고 우리 정부가 지원해주기에 적은 액수도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체류비를 사용하게 될지, 또 응원단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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