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검거실패 책임론 제기될까 전전긍긍
경상도·전라도 조폭들도 유씨 잡기에 합세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찾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행방이 묘연하다. 본격적인 수색을 시작한지 두 달 동안 유씨를 본 사람도 없다. 공개수배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유씨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향후 수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즘 경찰들은 바쁘다. 매일같이 하루 두 시간씩 관내 순찰과 함께 수색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유씨 일가를 잡기 위해서다. 경찰들은 이 업무 외에도 자신들에게 할당된 모텔, PC방 등 수색 작업도 매일같이 병행하고 있다. 유씨와의 숨바꼭질이 길어지자 경찰들의 불만이 늘고 피로가 쌓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술 취한 취객들은 출동한 경찰들에게 폭언을 퍼붓기 일쑤다. 최근 인천에서는 식당에서 취객을 데리러 갔던 경찰이 봉변을 당할 뻔했다. 취객 이모씨는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에게 “XX 놈들아, 유병언이나 잡아라. X같은 놈들아”라고 욕설을 하다가 결국 입건됐다.
연인원 128만 명 동원
휴가까지 반납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세월호 참사나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을 들먹이며 경찰관에게 난동을 부리는 취객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 나온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법무부 통해 관심 깊게 챙겨보는 바에 의하면 (유병언이) 아직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경찰들의 매일같은 수색 일명 ‘뺑뺑이’가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들이 유씨 일가 수색을 ‘뺑뺑이’라고 부르며 불평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위 윗선들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병언이 국내에 있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수색을 하는 본인들은 유씨의 흔적조차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단서도 없이 비상근무 체제를 계속 이어가자니 뿔이 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유병언 부자 검거에 투입된 경찰력 현황’을 보면, 유 전 회장이 공개 수배된 직후인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38일 동안 투입된 경찰력은 누적 인원이 128만 1190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 3만3000여 명의 경찰력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체 경찰력(12만여 명)의 4분의 1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씨를 본 경찰은 없다.
경찰은 현재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경찰청 수사기획관(경무관)을 인천지방경찰청에 급파해 ‘총괄TF팀’까지 꾸렸다. TF팀은 전국에 2500여 명 규모의 체포 전담팀을 구성하고 유 전 회장의 도피처와 관련한 단서를 찾고 있다. 여기에는 경찰청 관계자 60명, 지방청별 검거전담팀 220명, 경찰서별 검거전담팀 2305명 등 모두 2585명을 투입했다.
경찰 역사상 가장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도 유 전 회장 부자를 찾지 못하자 경찰 조직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간다면 결국 조직 수장에 대한 경질론이 불거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유병언 잡아도 사고 책임 묻기 어려워
이런 상황이라면 경찰들은 올 여름 휴가는 꿈도 못 꾼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미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유씨 부자 검거실패로 인해 검거실패 책임론을 받을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유씨를 체포하는 것도 문제지만 잡은 이후 처리도 문제다. 유씨를 잡는다 해도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 천해지 등 법인의 자금 횡령, 배임 및 조세포탈 등이다. 세월호 사고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혐의는 없다. 현재로선 유씨를 검거해 법정에 세우더라도 앞선 횡령 등의 혐의 말고는 다른 혐의를 씌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보상책임을 물을 경우 유씨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해야하는데 현재 추징보전한 금액은 640억 원가량이다. 이밖에 민사 보상책임을 묻기 위한 가압류는 560억원 정도가 확보된 상황이다. 세월호 보상과 인양에 드는 비용이 약 6천억 정도로 알려졌는데 겨우 6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추징보전과 가압류는 유씨를 검거한 후 재판에서 이겨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의 유씨 일가 수색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 조폭들도 유병언 잡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부분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조폭들이다. 이들은 유병언과 아들 대균씨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리고 활동을 시작했다.
각종 범죄행위만 벌이던 이들에게 유씨 일가 검거는 대의명분과 함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1석2조의 기회다. 각 지역의 조폭들은 자신들의 구역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다. 또 각종 은밀한 밀항루트에도 정통해 오히려 경찰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유씨 일가 수색작업이 지지부진하지만 오히려 긍적적인 효과도 있다. 최근 경북 영주경찰서는 유씨를 찾기 위해 원룸촌 일대를 수색하다가 성매매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김모씨를 구속하고 박모씨 등 성매매 여성 2명과 손님 이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영주시 휴천동 모 초등학교 인근의 원룸 4채를 임대한 뒤 명함형 광고지를 돌려 성매수 남성들을 유인했다. 그는 손님 1000여명으로부터 화대 13만원씩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해 모두 1억3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