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손학규 벤치마킹’
김문수의 ‘손학규 벤치마킹’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4-07-14 10:53
  • 승인 2014.07.14 10:53
  • 호수 1054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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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현장 파고들어 ‘차기 주자’ 알리는 양수겸장 프로젝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도지사 임기 마지막 날인 6월 30일 별도의 퇴임식을 갖지 않았다. 대신 경기도 의정부에서 부인 설난영 여사와 함께 무료 급식봉사를 하면서 8년 동안의 도정(道政)을 마무리했다. 이어 7월 3일 대구를 찾아 TBC(대구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다음날 소록도 봉사활동을 떠났다.

여권의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출마 요청을 뿌리친 김 전 지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전국 순회 민심탐방에 나설 예정이다.

그의 한 측근은 “8년 동안 도정을 이끌면서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회복한 뒤 곧바로 전국을 돌며 재래시장, 탄광, 농어촌 같은 서민 삶의 현장을 찾아 민심을 들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민생현장을 파고들면서 국가경영에 필요한 식견을 넓히는 동시에 ‘차기 대권주자 김문수’의 이름을 알리는 양수겸장의 프로젝트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를 두고 “8년 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대권 고지 등정 워밍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2006년 6월 30일 경기도정의 지휘권을 김 전 지사에게 넘겨준 뒤 곧바로 전국을 순회하는 ‘100일 민심대장정’에 나선 바 있다. 퇴임 당일 수원에서 호남선 열차를 타고 전남 장성으로 내려가 농촌 일손을 도우며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대장정이 시작됐다.

모두 102일 동안 오직 대중교통만으로 전국을 돌았고, 숙소도 마을회관, 민가, 여관을 이용했다. 이 기간에 광부, 농부, 축산, 과수원, 환경미화원, 어부, 사회복지사, 장애인 도우미, 용접공, 어판장 청소부, 지게차 운전사 등 수많은 직업체험을 했다. 주민들과의 간담회 횟수만 150회가 넘었고, 마주앉아 대화를 나눈 사람이 1,500여 명이나 됐다.

수염을 깎지 않은 덥수룩한 모습의 그는 당시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크게 오르면서 대권주자 반열에 진입했다. 비록 2007년과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문재인 후보에게 잇따라 패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김문수 전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운동권’ 이미지가 남아 있다. 또 당내에서 세력도 약하다.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면서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손학규 벤치마킹’에 나서는 셈이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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