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② ’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홈플러스 ② ’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7-14 09:59
  • 승인 2014.07.14 09:59
  • 호수 1054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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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위 유통업’ 한국 유통의 새 역사를 만들다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이번주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유통의 신화를 창조한 홈플러스(대표 도성환)이다.


홈플러스가 본격적으로 할인점 시장에 뛰어든 1995년 당시, 한국 할인점 시장은 11개 업체가 치열하게 각축하는 레드오션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마트를 선두로 롯데마그넷, 킴스클럽, 하나로마트, 엘지마트, 메가마트, 아람마트, 탑마트 등 국내 업체들은 물론 월마트, 까르푸, 코스트코 등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서구 유통업체들까지 가세해 무한경쟁 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홈플러스는 무려 11개 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레드오션에서 어떻게 하면 블루오션을 창조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전혀 다른 개념의 점포를 만들자. 똑같은 점포를 만들어서는 승부를 가릴 수 없다.’ 그렇게 홈플러스는 기존의 ‘창고형 할인점이 아니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정관념 깨고 1층 편의시설 배치

“홈플러스는 할인점이 아닙니다. 고객들에게 다양하고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가치점(價値店)’입니다.”
홈플러스는 단순히 물건만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생활의 가치’까지 제공하는 점포를 지향했다.

그렇다면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란 무엇인가? 홈플러스가 등장하기 이전의 한국 할인점은 미국이나 유럽을 흉내내어 물건만 싸게 파는 창고형 할인점이었다. 그러니까 매장 안에는 온통 무미건조한 진열대뿐이고, 그나마 진열대 위에는 상자째 포장된 상품들만 빽빽하게 쌓여 있었다. 또 층별 매장 사이에 무빙 워크가 없어서, 한 층에서 물건을 사면 계산을 마쳐야 다른 층으로 옮겨갈 수 있엇다. 그 탓에 소비자들만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 이것이 기존 할인점이 내세우는 전부였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서구식 가치가 한국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시기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물건을 살 때 단순히 상품의 가격만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가격 대비, 시간 대비, 사용 대비 가치가 높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기를 원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와 서비스는 백화점처럼 고급스럽고 세련된 쪽을 선호했다.

홈플러스는 숱한 사전 조사를 통해 바로 이런 점을 파악해냈다. 고객은 다양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한 발 자전거가 아니라, 쾌적한 분위기에서 ‘One stop living service’까지도 누릴 수 있는 두 발 자전거를 원했던 것이다.

이렇게 홈플러스의 정답은 언제나 ‘고객’이 됐다. 그 결과물은 바로 홈플러스 안산점이다. 홈플러스는 매장의 1층에 One stop living service가 가능하도록 생활 편의시설을 구성했다. 문화센터, 400석의 푸드코트, 약국, 클리닉, 안경점, 세탁소, 은행 등은 물론 백화점에서도 볼 수 없는 어린이 놀이터, 수유실, 심지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할 수 있는 시청 민원실까지 갖췄다.

당시 유통 전문가들은 “완전히 미쳤군! 할인점의 기본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것인데, 저러다가 얼마 못 가 망하고 말걸? 유통업에 처음 진출한다더니 제 정신이 아니야.” 라고 평가했다. 할인점의 기본을 무시했다며 고개를 저은 것이다.

할인점은 단 3.3㎡(1평)의 공간에서라도 물건을 팔아야 이익이 생기는 업종인데 금싸라기 같은 1층 공간에 온통 돈이 안 되는 생활 편의시설을 들여놓은 것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지금이야 당연한 듯 보이는 매장 구성이지만, 그 때만 해도 완전히 ‘상자 밖’에 나간 점포였다.

사실 할인점에서 가장 비싸고 중요한 위치인 1층에 문화센터를 비롯한 각종 생활 편의시설을 배치시킨다는 발상은 쉬운 게 아니었다. 외부 유통 전문가들의 비웃음은 물론이고, 테스코 그룹 본사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고객들이 1층에 들어오자마자 신선 식품 코너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통업이면 본업에 충실한 매장 구성이 맞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홈플러스는 이 같은 시선에도 자신있게 대답했다.
“CEO가 결정했습니다. 고객이 바로 CEO입니다!”
홈플러스는 고객들은 편리한 쇼핑 뿐만 아니라 문화센터 등 즐거운 생활 편의시설까지 원한다는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고, 이 과정을 통해 안산점이 탄생했다.

개점 첫 날부터 신기록 10년 만에 신화창조

안산점 개점 후 개점 첫 날 국내 할인점 개점 당일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또 새로운 점포를 새로 열 때마다 개점 당일 매출액 신기록을 세워 나갔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폭발적인 매출액 증가 덕분에 홈플러스는 3년 차에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해 업계 3위에 올랐다. 4년 차에는 연 매출 2조 원을 달성해 업계 2위로 성큼 올라섰다. 또 홈플러스는 업계 12위로 출발해 10년 만에 매출 10조 원대를 달성했다. 연 매출 평균 성장률은 47%, 이익 성장률은 그 4배에 달하는 175%의 경이적인 성과를 이룬 것이다.

그렇게 홈플러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홈플러스’라는 자체브랜드로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홈플러스에는 더욱 놀라운 일들이 펼쳐졌다. 바로 테스코 계열사 임원들이 홈플러스의 평생교육스쿨 등의 사회공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한 것이다.

테스코 그룹에서는 홈플러스가 창립 초기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 쪽 PR담당자들이 한국에 직접 들러 사회공헌 활동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 파악해 간 뒤, 특히 세계 각국 테스코 매장에 문화센터를 도입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테스코에는 한국 홈플러스의 사례를 도입한 문화센터가 오픈하기도 했다. 또 e파란 캐릭터를 테스코 그룹 전체의 환경 마스코트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펼쳐지면서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든 굴지의 기업이 됐다.

<끝>
<정리=박시은 기자>
<출처=창조바이러스 H2C│
지은이 이승한│랜덤하우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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