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이기수 대기자] 부동산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대학가에선 부동산 관련학과 열풍이 불고 있다. 4년제 대학은 물론 2년제 대학까지 앞다퉈 부동산 관련학과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학과의 입학경쟁률 또한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이상 열기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대학은 물론 지방대학까지 나서 부동산 관련학과 개설과 신입생 모집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정된 국토에 땅 덩어리조차 제한된 상태에서 이 같은 현상은 대학들의 돈벌이 수단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수요-공급을 외면한 한탕주의적 일시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진지한 자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학알리미, 유웨이중앙교육 등 부동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전국 46개 대학에 55개의 부동산 관련학과(2년제 포함)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2년(43개 학과)에 비해 27.9% 늘어난 수치다. 특히 2년제 대학의 부동산 관련학과는 2013년 이후 7개 학과가 새로 생겼다. 4년제 대학의 경우 24개 대학에 26개 학과가 설치돼있다.
이처럼 부동산 관련학과 설치가 늘어난 원인은 최근 재테크 등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과 기업체들의 전문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다 주요 부동산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도 평균 68%를 보이며 전체 대학 졸업생 취업률 평균인 59.8%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대 부동산학과 경쟁률 15대 1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건국대 정치대학 부동산학과 입시경쟁률은 15.3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도 올해 안성캠퍼스에서 서울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7.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관련학과가 이렇게 인기가 높아진 것은 신입생 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 분야에 이미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자기계발과 전문지식 습득을 위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철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분야도 이제 전문지식과 복잡한 금융상품이 접목된 전문분야로 인식되면서 과거 복덕방 수준에서 벗어난 전문가적 수요가 늘고 있다” 면서 “이에 반해 아직까지 이런 수요를 충족시켜줄 전문가 공급은 부족한 상황” 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학과에 대한 이런 인식변화로 대학가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부동산 분야에 별 관심 없던 한양대학의 경우 도시·부동산 대학원을 확대 개편, 올 2학기 부터 야간특수대학원 과정으로 부동산 융합대학원을 신설하면서 기존 대학들에 대한 도전장을 냈다.
골프대학원 등 특수대학원 신설에 한발 앞서가던 한양대는 부동산 대학원 신설과정에서 학교측이 막대한 재원과 교수진 영입에 열을 쏟는등 관련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원 신설은 조만간 대학내 학부, 학과 신설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부동산학 관련 선두주자로는 건국대가 꼽혀왔다. 건국대는 국내에서 최초로 학부에서 부동산학 교육을 시작했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와 한성대, 강남대, 강원대 부동산학과들도 부동산 관련학과로는 명성이 높은 편이다.
학문 보단 ‘돈벌이 수단’ 전락 우려도
수도권 소재 대학의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학과 개설은 이제 대학들의 경쟁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면서 “과거 MBA 과정 개설 열풍에 비교될 정도로 각 대학들은 장학금 등 재원지원은 물론 범 학교차원의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 전했다.
‘부동산학과’ 라는 단순한 명칭도 진화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학과 교육에서는 ▲정책 ▲조세 ▲개발관리 ▲중개 등에 치중했다면 최근엔 금융·경영·노후대비·자산관리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타 학문과 융합한 새로운 명칭과 과정이 신설되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개설된 학과들 명칭을 봐도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금융보험부동산학과 ▲부동산 자산관리학과 ▲부동산컨설팅학과 등 다양한 명칭이 등장했다. 또 주로 주간에만 운영하던 2년제 대학들도 야간학부를 설치하는 등 직장인들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부동산 학과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경영대학원이 CEO들의 골프모임과 후원사업과 영업장소, 사교모임 등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학들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점도 없지 않다.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학들은 기업이나 기업인들로부터 후원금이 절실하다. 그러나 경영대학 등 몇몇 학과를 제외하곤 후원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런 면에서 본다면 부동산학과는 기업들과 투자개발사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으면서 장학금과 협찬금등 학과 재원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매력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각 대학들이 앞다퉈 부동산학과 개설에 열을 올리는 것도 바로 이전 물질적인 재원마련이라는 분석이다.
지철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분야도 이제 ‘한탕’이니 ‘일확천금’이니 하는 허망한 꿈에서 벗어나 자산관리와 노후대비 등 건전한 재테크 차원에서 타 분야와의 융합된 분야로 거듭나야 된다” 고 강조했다.
o-ing58@ilyoseoul.co.kr
이기수 기자 o-ing5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