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 누굴까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 누굴까
  • 홍성철 
  • 입력 2004-11-29 09:00
  • 승인 2004.1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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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에서 권력 2인자는 누구일까. 과거 정권에 비춰볼 때 권력 2인자는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누가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지, 또 대통령의 복심을 누가 가장 잘 헤아리는지 등을 기준으로 정해져 왔다.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노태우 정권의 박철언, 김영삼 정권의 김현철, 김대중 정권의 박지원 등은 이러한 기준을 잣대로 대표적인 과거 정권 2인자로 통했다. 출범 2년을 맞이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서도 권력 2인자 경쟁은 수면아래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당정청을 망라한 여권 수뇌부가 이른바 ‘9인 비밀회의’라는 비공개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인자 경쟁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9인 비밀회의’는 참여정부 최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비공개 정기모임이다.지난 7월 중순경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와 관련해 당정청간에 이견이 분분해지는 등 여권내 정책 혼선이 불거지자 이해찬 총리가 제안해 만들어졌다는 후문.

‘9인 비밀회의’는 아직까지 외부에 알려진 바는 없지만 4개월 가까이 매주 토요일 비공개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9인 비밀회의’에는 당정청 최고위 인사들만 참여하고 있어 그 멤버들 면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9인회의’라는 명칭은 처음 모임이 결성될 당시 당정청 수뇌부 9명이 참석했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당초 ‘9인회의’는 청와대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김병준 정책실장, 이병완 홍보수석 등 3명과 정부측에서 이해찬 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근태 복지부장관, 정동채 문광부장관 등 4명,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지난 8월 선친의 일본군 복무 파문에 휩쓸린 신 전의장이 사퇴하자 그 자리를 이부영 의장이 대신하고 있다.멤버들 면면을 보면 당정청 수뇌부라는 직함외에도 현정권 실세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느 한 사람 빠지지 않는 이력들을 가지고 있다.

이 총리와 정동영 · 김근태 장관은 여권내 차기주자로 입지를 구축했고, 문 수석은 노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핵심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른바 현정권 권력 2인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쟁쟁한 인사들인 셈이다.‘왕수석’으로 통하는 문 수석은 노 대통령과 82년부터 변호사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며 민주화운동을 전개해 온 동지이자 절친한 친구사이다. 나이로는 노 대통령이 7살 위지만 노 대통령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로 문 수석을 평가하면서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고 있다. 권한과 역할, 2인자 논쟁을 차치하더라도 문 수석에게 노심(盧心)이 가장 많이 실리고 있을 것이란 관측에 여권 내부에서도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고 있을 정도다.이 총리도 쟁쟁한 2인자 그룹에 합류했다. ‘일인지하만인지상’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총리직은 정부 직제상 실질적인 2인자 자리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 총리는 총리 지명 당시부터 ‘실세총리’로 통할 정도로 노 대통령의 막후 지원을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차기구도와 관련한 노심(盧心)의 향배가 이 총리로 서서히 옮겨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이 총리는 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동영·김근태 장관은 일찌감치 여권내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2인자 그룹에서도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입각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친 바 있고, 이로 인해 노 대통령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 줬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 보다 당 서열이 아래였던 이 총리를 총리로 전격 발탁하고 그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배경에는 두 사람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9인 회의’ 멤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권력 2인자 경쟁 대열에 합류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우선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비서실장과 대통령 정치특보를 역임한 문희상 의원이 2인자 멤버로 꼽히고 있다. 지난 2월13일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던 문 의원은 한달여만인 3월7일 다시 대통령 정치특보로 컴백했다.

또 4·15총선에서는 지역구(의정부 갑)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탄핵정국 이후에는 당과 청와대의 창구 역할을 맡아 ‘문창구’라는 별칭도 얻었다. 여권 주변에서 문 의원을 ‘보이지 않는 권력 실세’로 분류하고 있는 배경에는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감이 작용하고 있다.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큰 꿈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문희상 대망론’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문 의원이 2인자 반열에 올라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단적인 사례들이다.PK(부산 경남)지역 대표주자격인 김혁규 의원도 2인자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김 의원은 비록 야권의 거센 반발과 일부 당내 비토 움직임을 감안해 총리 지명을 고사했지만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은 각별하다.

‘김혁규 총리론’이 6·5 재보선 막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노 대통령이 끝까지 김혁규 카드를 고수했다는 사실은 김 의원에 대한 노 대통령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이밖에 노 대통령 핵심 측근그룹인 염동연 의원과 이강철 상임중앙위원 등도 2인자 경쟁 대열에 적극 합류하고 있는 형국이다. 비록 두 사람이 눈에 띄는 정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시절 정치역정을 함께 했던 이 두 사람에 대해 노 대통령은 여전히 깊은 신뢰감과 애정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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