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만나러 갔다가 간첩으로 몰린 김장길씨 '5억 배상'
친척 만나러 갔다가 간첩으로 몰린 김장길씨 '5억 배상'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7-10 00:24
  • 승인 2014.07.10 00:24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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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전두환 정권 초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김장길(72)씨가 5억원대의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김씨와 배우자·자녀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와 가족들에 총 5억13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인과 자녀 4명을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던 김씨가 안기부에 연행되고 간첩으로 알려져 한 순간에 개인적 행복과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했다"며 "김씨 배우자는 김씨 연행 후 가정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며 힘겨운 삶을 살았고 자녀들도 주위의 냉대와 차별로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은 국가가 공권력을 악용해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면서 발생한 특수한 불법행위로 불법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며 "국가는 김씨 가족들이 입게 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1981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당시 간첩 의심을 받던 5촌 친척 박모씨를 만났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려 안기부에 끌려갔다.

안기부는 당시 김씨를 불법구금 상태로 조사하며 폭행과 고문, 협박을 가하다 40여일이 지나서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김씨는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가혹행위를 당하고 가족들까지 고문하겠다는 협박을 받자 결국 자신이 간첩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허위 자백을 했다. 법원은 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10년과 자격정지10년을 선고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10년 김씨 사건에 대해 "안기부가 김씨를 불법구금하고 고문·협박해 허위사실을 강요했다"며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씨는 이후 재심을 신청해 2012년 5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같은 해 9월에는 5억787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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