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이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을까봐 고소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학교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지만 인터넷 각종 포털 게시판 등에 교장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현직 교사가 교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최초의 사건인 만큼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이자 ‘희생자’인 L모 교사. L씨가 교장을 고발하기까지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사립학교에서 ‘일반’교사가 ‘최고 권위자’인 교장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교사직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전교생 절반이 ‘성추행’증언
전교조 고성지회(지회장 최두열)에 따르면 L씨는 이곳에서 근무한지 어언 15년이 됐다. 꽤 오래 경남 고성의 C중학에서 교단에 서 왔지만 이때까지 다른 교사, 학생들과 별 탈 없이 지내왔다. 물론 교장선생님과도 이렇다 할 ‘트러블’ 한번 없었다. 이는 이전에 K교장과 L교사 간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 10월21일 교사 L씨가 맡고 있는 반의 학생 두 명이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오면서부터 사건은 불거졌다. ‘왜 늦었냐’는 L씨의 질문에 두 학생은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 평소 활발하고 성실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묻는 질문에 대답도 안하는 등 왠지 불안해 보이는 두 학생의 모습에 L씨는 ‘뭔가 있다’고 생각, 끝까지 추궁했다.
그 결과 교장이 교장실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학생들이 자신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263명 가운데 무려 126명의 학생들이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교장은 ‘모범카드’(교장과 학생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우수상장’ 같은 것)라는 ‘미끼’를 이용해 아이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모범카드’의 사용여부를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교장이 학생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혼자’ 만든 ‘룰’이었던 것이다.
교장은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범카드’를 준다며 교장실로 불러 성추행했다. 또한 아파서 양호실에 누워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배를 만져주는 척하면서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만졌다. 배가 아프다는 학생에게는 성기를 지압해주기도 했다. 성기를 입에 대거나 엉덩이를 쓰다듬는 ‘변태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장난치다 걸리거나 핸드폰, MP3를 소지한 학생들에게 ‘나중에 찾으러 오라’며 압수한 후 훈계를 명분으로 교장실로 불러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교장실 옆을 지나가거나 교장실에 청소하러 간 학생들마저도 가까이 불러 혐오감을 주기도 했다. 어떤 표적도 없이 눈에 보이는 족족 전교생 절반가량의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해온 셈이다.
절대적 권위에 저항 못해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당하고만 있었던 것일까. 최 지회장에 따르면 사립학교에서 교장은 ‘왕’이다. 교장의 절대적인 권위에 도전, 저항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것. 부끄럽고 수치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교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수치스럽게 한 것은 성추행 뒤 반드시 학생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강요한 것. 이는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전교조는 가해자인 교장과 학교측이 사건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최 지회장에 따르면 교장이 전 이사장의 처남인데다 실질적으로 학교운영자라 ‘뒷거래’ 등을 통해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 지난 7일 경남 고성에서 열렸던 ‘토론회’도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 최 지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토론회에 모인 사람은 교장과 관련, 동창회 주최로 학부모는 고작 두 명 밖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최 지회장은 “이곳(‘시골’이라 표현) 학부모들은 서울 학부모들처럼 ‘치맛바람’이 거세지 않아 실질적으로 이 사건으로 들고 일어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사건이 이대로 묻혀질 것을 우려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럴 수가 있나. 교장이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L교사와 전교조측을 고발한다고 발 벗고 나섰다”며 “지금 교사들은 사면초가 상태”라고 최 지회장은 전했다. 또한 “결국 용감한 교사와 학생들만 피해본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교육청, 학교당국도 뒷짐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교육당국을 향해,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학교측과 전교조측의 공방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책임’여하를 떠나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에게 안겨준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경찰청, 교육청, 학교당국 모두 철저하고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경남 고성 C중학교 관계자 입장침소봉대… ‘몹쓸 인간’으로 치부돼 유감
학교측은 K교장 감싸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흉흉한 학교 분위기를 수습하기에만 힘쓸 뿐 사건의 진상여부에 대해선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기자가 ‘진상에 대한 향후 대처방법’에 대해 묻자 학교측은 ‘경찰조사 후 교육청에서 해결할 것’이라는 대답만 하고 수화기를 내려놨다.
- 교장은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나.
▲ 그렇다. 그저 귀여워서 (성기를) 만진 것에 대해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이다.
- 현재 교장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진 상태인가.
▲ 재단에서 사표수리만 한 상태다. 지난 4일(금)에 말로만 사퇴했을 뿐 현재 학교에 정상 출근하고 있다.
- 항간에 K 교장이 ‘동성애자’라는 소문도 들린다. 평소 교장의 생활모습, 행동은 어땠나.
▲ 근거없는 루머다. 학교장은 말수가 적고 차분하며 점잖은 분이다. 1남1녀를 두고 있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술, 담배도 안하고 마산 모 교회에 다니는 교인이다. 언론의 과장 보도로 교장이 사회에서 매장돼야 할 ‘몹쓸 인간’으로 치부돼 유감이다.
- 교장이 전 이사장의 처남인데다 실질적으로 학교운영자라 사건을 은폐시키려한다는 의혹이 있는데.
▲ 말 그대로 의혹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다.
- 이번 사건에 대해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학교의 명예가 완전히 실추됐다. 일단 진상이 밝혀지면 그때 조치를 취하겠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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